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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건보 단식까지…끊임없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잡음

건보 콜센터 파업에 이사장 "대화로 풀어야" 단식
성급한 정책이 '노노갈등'으로?…勞도 "세심했어야"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1-06-17 06:02 송고 | 2021-06-17 09:11 최종수정
단식 중인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2021.6.14/뉴스1
단식 중인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2021.6.14/뉴스1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상담사 노조가 파업을 멈추고 다음 주 업무 복귀를 결정하면서 '건보 이사장 단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작년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건부터 이번 단식까지,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둘러싼 잡음은 정부 임기 막판까지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세심하지 못한 방식으로, 조급히 추진됐다는 비판이 노동계에서도 나온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확고한 현 상태에서는 일부 노동자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직고용 등을 '역차별'로 느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정부는 그에 대한 대책을 거의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건보 콜센터 파업 '얽힌 실타래'…갈등 불씨 여전

17일 공단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에 따르면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전날 사흘째 이어가던 단식을 중단했다.
김 이사장이 단식에 들어간 목적은 노조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0일 고객센터(콜센터) 노조 소속 조합원 970여명은 공단에 콜센터 상담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개시했다.

약 1600명에 이르는 건보 상담사들은 공단에 직고용된 것이 아니며, 전부 외주화된 방식으로 민간 위탁업체에 고용돼 있다.

이에 상담사 노조는 공단에 직고용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건보 콜센터는 국가 복지 체계 상 중요한 공공 서비스인데 반해 민간 간접고용 방식으로는 상담사 처우 개선과 공공성 확보·제고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명분이 뒷받침됐다.

파업을 선언하는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들. 2021.6.8/뉴스1
파업을 선언하는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들. 2021.6.8/뉴스1

공단은 공식적인 정규직 전환 단계에 따라 논의를 해 보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이에 따른 1~3단계 전환 절차를 현재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가이드가 규정한 전환 절차의 핵심은 먼저 노·사·전문가협의회 등 이해 당사자 간 협의를 추진하고, 해당 협의 내용을 우선해 기관별로 비정규직 전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공단도 이 절차에 따르려면 우선 상담사 직고용 문제를 논의할 협의체를 만들어야 했다.

그 결과, 공단은 2019년부터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구성해 여러 고용 모델을 검토해 왔다. 지난 5월과 이달 3일에도 협의회가 열렸다.

그런데 공단 정규직 노조가 협의 테이블에 앉기를 꺼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외부 업체 정규직인 상담사들을 공단에서 직고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직원들의 비판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대로라면 상담사 파업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용익 이사장은 고객센터노조(상담사)에 '파업 중단'을, 건보공단노조(정규직)에 '대화 참여'를 촉구하면서 곡기를 끊었다. 해묵은 직고용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배수진 격 행보로 풀이됐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자 고객센터 노조는 파업 중단을, 정규직 노조는 협의회 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단식을 풀었으나,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차기 협의회 등에서 마찰이 또다시 일어난다면 상담사 파업과 같은 분쟁은 재발이 불가피하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규탄 중인 시민들. 2020.8.1/뉴스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규탄 중인 시민들. 2020.8.1/뉴스

◇성급한 정책이 '노노갈등'으로?…勞서도 "세심함 부족"

일각에선 지속되는 공공부문 마찰을 현 정부의 성급한 정규직 전환 정책이 부른 노노갈등으로 해석한다.

작년 인국공 논란 때만 해도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 형태로 직고용하기로 한 결정이 '공정하지 않다'면서 반발했다. 이는 노동자 간 갈등처럼 비치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공공기관 노노갈등을 낳았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정부는 일부 갈등 사례를 부각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보도설명을 통해 "정규직 전환은 노사정협의회 등 이해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추진되는 만큼 기관의 특성·노사관계 상황 등에 따라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고 일부 기관에서 갈등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면서 "그럼에도 대다수 기관은 정규직 전환을 원만히 마무리했고, 갈등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노사 대화와 정부 지원 등으로 갈등이 해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세심히 추진되지 못했다는 목소리는 노동계 안팎에서도 많다.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지난해 8월 열린 인국공 사태 토론회에서 "지난 20년간 공고해진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경험한 청년들은 단순히 공공부문 정규직화만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적인 구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없는 정규직화는 노동시장 중심부를 넓히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만일 당장에 구조적 대안이 어렵다면 좋은 일자리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진입 과정에서 치룬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지는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결국 정규직화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논리(당위성)만 아니라 감정의 차원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이 얽힌 비정규직 문제의 악순환을 끊는 과감한 정책이었고, 누구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당위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본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 법이다. 우리 노동시장은 생각보다 환부가 더 깊게 곪아 있었다. 외과적 수술에 앞서 시간을 두고 불안을 덜기 위한 내과적 치료부터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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