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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학폭 상담' 좋은 아저씨, 몸사진 보냈더니 '악몽' 시작

전국 돌며 10대 11명 성착취 30대 1·2심 모두 '징역 20년'
오픈채팅방서 용돈·병원비·이모티콘으로 꼬드겨 범행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21-06-09 06:01 송고 | 2021-06-09 16:57 최종수정
© News1 DB

배모씨(30)는 하루가 멀다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10대 소녀들을 찾아 헤맸다. 그가 28살이던 지난 2019년 9월부터다. 목적은 오로지 성관계였다.

배씨는 2019년 9월6일 그 곳에서 처음으로 A양(16)을 만났다. 가출 문제로 상담받고 싶다던 A양에게 그는 여자인 걸 먼저 인증하라며 나체사진 등을 찍어 보내게 했고, 이틀 뒤부터는 자신과 성관계를 할 때마다 용돈으로 30만원씩 주겠다며 A양을 꼬드겼다.

그렇게 배씨와 A양은 용돈을 조건으로 이듬해 4월까지 8개월 간 배씨의 차량을 타고 옮겨다니며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다. 그는 휴대전화로 대부분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고, A양과 연락이 두절될 때면 이를 협박 수단으로 삼았다.

배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B양(15)에게도 그랬다. B양이 선배한테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고민을 얘기하자 배씨는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 때도 배씨는 B양을 강간할 생각 뿐이었다.

배씨는 고민 상담을 해 준 대가로 B양에게 나체사진 등을 찍어 보내게 하는가 하면, 계속 고민 상담을 해 주겠다면서 자신의 차량과 무인텔 등에서 여섯 번이나 B양을 추행·강간하기도 했다. 물론 촬영도 했다.

한 번은 '여자인 걸 인증하면 이모티콘을 선물해 주겠다'는 말로 초등학생인 C양(12)을 꾀었던 그다. 이 후 그는 C양에게 '자신과 만나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네가 보낸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수차례 협박도 일삼았다.

그는 더 어린 D양(11)을 상대로 삼기도 했다. 대화 끝에 D양을 직접 만나게 된 배씨는 D양에게 사귀자면서 수차례 성관계를 맺었을 뿐 아니라 나체사진 등을 찍어 보내게 했다.

심지어 불법 음란 사이트에서 일명 '영어강사'로 불리던 배준환(38·신상공개 대상자)으로부터 E양(14)을 소개받기도 했던 그는 E양과 함께 산부인과 병원까지 갔음에도 E양의 병원비와 약값 등을 대신 지불한 대가로 E양에게 성관계를 강요하는 파렴치함도 보였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000여개를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신상공개가 결정된 배준환(37)이 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배준환은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2020.7.17/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배씨의 범죄행각은 지난해 5월 배씨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막을 내렸다. 피해자 한 명이 피해사실을 뒤늦게 신고하면서 수사가 이뤄진 지 한 달 만이었다. 'n번방 사건'이 불거진 때였던 만큼 그는 '제주판 조주빈'으로도 불렸다.

검경 수사 결과 배씨에게 당한 피해자만 11명, 배씨가 미성년자인 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해 제작·유포한 음란물만 175개에 달했다. 특히 그는 경기도, 인천시, 부산시, 충청남도, 충청북도 등 전국을 돌며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구속 기소된 배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적 욕망 때문이었다", "당시 잘못이라는 자각이 없었다", "감옥에 있어 보니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그에게 중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의 죄질이 극히 좋지 않고,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근절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에 배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당초 배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죄질이 상당히 불량한 데다 피고인의 범행이 사회에 미칠 해악 등을 고려할 때 이에 상응하는 중형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26일 배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배씨는 이에 불복해 최근 상고장을 제출,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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