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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진실은 여러 개 일 수 없어…진상규명 원한다면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2021-06-06 08:13 송고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21.5.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그래서 뭐가 진실이야?"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씨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한 달간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내게 물었다.

실종 당일 함께 있었던 친구 A씨를 두고 숱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다. 어떤 누군가는 친구가 의심스럽다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범죄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없다고 했다. 의견이 갈리기는 했어도 다들 '손씨의 사망 경위가 명백히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온라인상에서는 손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알기 보다는 'A씨가 범인'이라는 정해진 답을 입증하는 데 혈안이 된 듯 하다.

약물주입을 통한 계획 살인, 공범을 사주한 살인, 목격자 매수까지. 모든 의혹은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이를 확신하는 123쪽짜리 '한강사건보고서'와 수많은 영상이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닌다.

경찰이 A씨와 A씨 가족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차량 블랙박스 포렌식과 목격자 조사, 인근 CCTV 분석 등을 통해 '범죄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혀도 이들은 경찰의 '부실수사' 결과라고 치부한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A씨와 그 가족을 넘어 경찰과 언론을 타깃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과 가족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으며, SBS의 모 부장도 A씨 변호인과 공모해 해당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을 거짓으로 제작했다는 주장이다.

온라인상에서 퍼진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A씨 측과 경찰은 각각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활동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A씨 변호인은 가짜뉴스를 퍼트린 유튜버를 경찰에 고소하자 해당 유튜버는 영상을 삭제했고 하루 만에 복귀를 시사하는 영상을 올렸다. A씨 측이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등을 한 수만 명을 대상으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해도 일부 유튜버는 '끝까지 가겠다'며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제가 알고 싶은 건 정민이가 어떻게 물에 들어간 건지 아는 겁니다. 나머지는 제게 중요한게 아니예요."

가짜뉴스를 두고 진행되는 고소전을 두고 손씨 아버지가 전한 말이다. 그의 바람은 '아들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것'이지, 누군가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그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게 아니다.

야속하게도 현재로서는 당시 목격자 증언에 의존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강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고, 그나마 손씨가 있었던 곳을 비췄던 CCTV 끝자락에도 손씨 일행은 찍히지 않았으며, 당시 상황을 블랙박스로 담을 만한 차량들도 실종 현장에서 멀리 있었다.

경찰은 추가 목격자와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례적으로 중간 수사 상황도 전면 공개했다. 경찰의 부실수사를 규탄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는 토요일마다 이어지고 있고, 이는 경찰을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증 없이, 혹은 수익을 위해 쏟아내는 가짜뉴스는 '진실'을 찾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수사 자원·인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더 이상 도를 넘는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힘을 실어줘서는 안 된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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