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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0위권 제약사, 일본 9 vs 한국 0…"신약 확보가 만든 격차"

日, 1900년대 중반부터 기술도입·M&A 투자…다케다, 10대 제약사 우뚝
"IPO·기술수출로는 한계…기업 인수합병·해외 신약물질 도입에 속도내야"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21-05-18 06:00 송고 | 2021-05-18 08:20 최종수정
FILES-JAPAN-HEALTH-VIRUS-VACCINE-TAKEDA © AFP=뉴스1
FILES-JAPAN-HEALTH-VIRUS-VACCINE-TAKEDA © AFP=뉴스1

"기술수출도 좋지만…기업인수, 신약물질 도입에 속도 내야한다."

세계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50위권에 일본 기업은 무려 9곳이 들어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한 군데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00년대 중반부터 신약 확보를 위해 기술도입(인 라이선싱)이나 기업 인수합병(M&A)에 투자한 반면, 복제약 판매 경쟁에 열을 올려온 우리나라는 2010년대 들어서야 신약개발에 눈을 떠 격차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바이오산업이 국가의 미래 동력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공개(IPO)나 신약물질 기술수출(라이선싱 아웃)에 주력하다 보니, 기업 덩치를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8일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최근 우리나라도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 직접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여러 바이오벤처가 힘을 모아 미국 기업을 사들이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일본보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각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자금력이 약하다면 기업인수 대신 다른 기업이 보유한 신약물질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이 경우 국내 투자사들의 투자도 뒤따를 수 있다"며 "이제는 기술수출뿐 아니라 기술도입, M&A를 통해서도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십년전부터 이러한 전략을 펼쳐온 일본은 현재 세계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상당 수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제약 매출 50위권에 든 일본 기업은 다케다, 아스텔라스, 다이이찌산쿄, 오츠카, 에자이 등 9곳이다. 일본 1위인 다케다의 2019년 매출 규모는 무려 33조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매출 1~2위인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이 아직 1조원대인 것과는 차이가 크다.

다케다는 190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차근차근 몸집을 불려오다가 2000년 들어 굵직한 M&A 사례들을 만들었다. 2008년 미국 항암 제약사 밀레니엄, 2011년 스위스 나이코메드, 2017년 미국 항암 제약사 아리아드, 2018년 아일랜드 샤이어를 인수한 게 그것이다.

특히 샤이어를 무려 62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다케다는 세계 10대 제약사로 우뚝 섰다. M&A를 통해 자사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전략으로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던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인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텔라스는 태생 자체가 M&A를 통해 시작됐다. 아스텔라스사는 2007년 미국 아젠시스사를 인수해 항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그 외 미국 여러 기업들로부터 신약을 도입하며 미국 시장 확보의 기틀을 다졌다. 일본 에자이사도 2006년과 2007년 미국 기업으로부터 항암제를 도입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등 신약 확보에 치열한 공을 들였다.

특히 일본 기업이 인수한 회사의 국적이 주목된다. 상당 수가 미국과 유럽 기업들로 인수자로선 제약 선진국의 현지 판로를 새롭게 개척하지 않아도 되는 강점을 갖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심사를 위한 의사소통도 수월할 수 밖에 없다.

SCM생명과학과 제넥신이 인수한 미국 바이오기업 코이뮨의 세포치료제 cGMP 생산시설 전경. © 뉴스1
SCM생명과학과 제넥신이 인수한 미국 바이오기업 코이뮨의 세포치료제 cGMP 생산시설 전경. © 뉴스1

우리나라도 최근 기업 인수 사례가 하나, 둘 누적되고 있다. M&A까진 아니더라도 기술도입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내 바이오벤처 SCM생명과학이 또 다른 국내 바이오벤처 제넥신과 함께 미국 항암백신 개발사 코이뮨을 인수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지난 2019년 유럽 피디씨라인파마(PDC line Pharma)가 진행하던 임상1/2a상 단계의 비소세포폐암 항암백신 물질을 도입해 아시아지역 개발과 상업화를 진행했다.

제약사는 아니지만, 큰 자본력으로 해외 바이오기업에 투자한 사례도 나왔다. SK㈜는 지난해 말 미국 로이반트에 2억달러를 투자해 신약개발에 나섰다. SK㈜는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을 상장시키는 등 바이오산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일본에 비해 아직 덩치가 작다. 현실적으로 소규모 M&A나 다른 회사와 M&A 협력 혹은 신약물질 도입 등을 통해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기업이 독자적으로 M&A에 나선다면 더할 나위없는 자양분이 된다.

황만순 대표는 "자금력이 작은 기업들끼리 공동 M&A를 추진하거나 신약물질을 도입하는 것 역시 좋은 전략"이라며 "만약 대기업이 M&A를 한다면 협력없이 독자적으로 글로벌망을 갖춰 나갈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국내 바이오산업의 기술수출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며 "이제 M&A로 확장해 나가야 하는데, 큰 회사가 미국 나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거나, 중견제약사들이 한국의 벤처를 인수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보다 자금력이 작은 기업에 대해선 연구소의 개발단계부터 기술도입을 추진하는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벤처사의 경우 기술도입이 좋은 선택지인데. 해외 유명 기업과 거래가 쉽지 않은 만큼 나름의 선구안으로 국내외 대학으로부터 물질을 들여오는 게 필요하다"며 "대학과 조인트 벤처 설립 혹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승규 부회장은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간다면 현재 IPO 추진에 편중돼 있는 시스템을 다양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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