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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않는다·고로 변화시킨다'…軍·기업·정치 'MZ세대 반란'

합리적 보상과 자기 손해에 특히 민감한 젊은층
폐쇄적·꼰대 문화에 저항…주류 목표로 목소리 키워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2021-05-10 06:05 송고 | 2021-05-10 08:56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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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2030세대의 표심은 여야의 희비를 갈랐다. 합리적 보상과 공정, 특히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특히 민감한 이들은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표출한다는데서 기성세대와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들은 기존 사회 통념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때론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최근 우리는 이들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로 주로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단어)라고 부르는데 사회적으로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10년 후에는 이들이 주류로 성장해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참지 않겠다" 폐쇄적 군 문화까지 변화시킨 젊은 세대

최근 SNS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군 내부의 불합리는 MZ세대가 변화시킨 달라진 병영 문화의 단적이 예다.
표출된 병사들의 불만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군을 움직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실급식과 훈련소에서의 비인간적 대우, 축구 경기와 관사 내에서의 간부의 폭행, 군 병원 오진 의혹까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거나 윗선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까지 이끌어 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장병들에게 사용이 허가된 휴대전화의 역할이 크긴 했지만 폐쇄적인 군 문화, 돌아올 불이익을 감안하면 MZ세대들의 행동과 저항은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제기된 여러 문제점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군 내부 문제들로 MZ세대들의 행동력이 없었다면 군 내부를 변화시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복종과 강요만을 요구하는 군 문화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국방부는 군대판 고발앱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군내 고충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된 작동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명인증이 필요 없는 고발앱을 통해 병사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지난 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장병들은 소통을 전부 휴대폰, SNS로 한다"며 "그래서 이것을 막거나 통제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것들을 통제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 더 자유로운 소통 수단으로 보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 뉴스1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 뉴스1

◇"회사에도 회초리 들겠다"…목소리 키우는 'MZ 화이트 컬러'

최근 대기업 곳곳에서는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사무직 노조가 결성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MZ세대의 사무직 노조 설립은 '성과급 문제'가 기폭제가 됐다. 합리적 보상과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는데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 세대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성과급을 낮춘 사측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MZ세대 마인드와는 달리, 계급 등에 따라 나뉘는 보상 기준은 이들의 반발을 샀다. 또 그동안 현대차는 연구·사무직과 생산직 모두에게 똑같은 성과급 기준을 적용해 지급해왔는데 지난해 최저치인 '기본급 150%+120만원'으로 결정되자 MZ세대는 폭발했다.

즉 마음에 들지 않으니 스스로 바꾸겠다고 느낀 MZ세대는 스스로가 주축이 돼 사무직 노조를 결성했다. 이 같은 바람은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SK하이닉스는 물론, 금호타이어도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고, 현대중공업과 넥센타이어 사무직도 올해 안에 노조를 세울 것이라고 전해졌다.

더 눈여겨 봐야할 점은 노동자 연령대의 중심이 70년생인 만큼 앞으로 10년 안에 MZ세대 중심의 노조가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구조는 노동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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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배경에는 불공정…다만 선택적 혹은 자기중심적 지적도

MZ세대들이 사회 통념에 저항하고 변화의 중심에 선 가장 큰 배경은 불공정과 소득에 있다. 군 내부에서 가벼운 얼차려가 있어도 참고 넘어갔던 과거와는 달리 처벌을 받더라도 그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다면 저항은 필연적이다.

아울러 MZ세대는 사회에서 기성세대와는 달리 월급만으로는 평생 집 한 채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인 것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인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청년층 고용·노동 통계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 4명 중 1명(22.9%)은 한 달에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빚을 내더라도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해 벼락부자를 꿈꾸는 것도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일수록 부의 세습과 공정하지 않는 점에 대해 불만이 크다"며 "이들 세대는 부모의 배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도 세습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공정성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반란과 목표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기성세대를 딛고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그친다면 또 다른 세대가 새로운 깃발을 들고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소 사업장에서 일하는 젊은 층이나 배달엡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MZ세대가 다수인데 이들까지 현재 MZ세대를 주도하는 세력이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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