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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제는 대안 될 수 없다"…'이남자들' 나선 까닭은

[인터뷰] 모병제추진시민연대 "남녀 모두 군복무 선택 가능해야"
"한국 남성 다 여성징병제 주장한다는 오해 바로잡고 싶다"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1-04-27 06:00 송고 | 2021-04-27 09:01 최종수정
모병제추진시민연대가 3월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뉴스1(모병제추진시민연대 제공)
모병제추진시민연대가 3월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뉴스1(모병제추진시민연대 제공)


'여성 징병제'를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동의 20만명을 넘어섰다. 그 배경으로는 20대 남성, 소위 '이남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주효하게 꼽힌다. 저출산으로 인해 병력 자원이 크게 줄었다는 현실도 여성 징병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여기 "여성 징병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남자들이 있다. 10~30대 남성으로 구성된 '모병제추진시민연대'는 우리나라 군사제도는 모병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며 청와대, 국방부, 병무청 앞에서 시위하고 정치인들에게 의견을 전달한다.

24일 모병제추진시민연대의 대표 A씨(22)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고 있다는 A씨는 익명을 요청했다. 이날도 모병제추진시민연대 회원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모병제추진시민연대는 어떻게 시작했나.

▶모병제추진시민연대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출발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 대다수는 여성혐오 성향이 있지만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과 모병제 관련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계신 분들이 2020년 8월 모병제시위본부를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올해 1월 단체 이름을 모병제추진시민연대로 개편했다. 회원은 10~30대로 총 25명이 있다.
-모병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4년 당시 고등학생 때 윤 일병, 임 병장 사건이 있었다.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원래는 우리나라 군대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때부터 징병제 체제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은 군 복무 시절에 부조리 행위를 당하거나 목격했거나, 군대를 안가신 분 중에서는 징병제로 인해 군대에 가서 불이익을 두려워서 등의 동기를 갖고 모병제 추진에 동참하고 있다.

※2014년 4월 육군 제28보병사단 포병여단 977보병대대 의무대에서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인 윤승주 일병을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일명 '윤 일병 사건'과 같은 해 6월 육군 제22보병사단 제55연대 GOP에서 임도빈 병장이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한 채 도주한 '임 병장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군 복무를 의무가 아닌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모병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병제에서는 50만 상비군 유지가 불가하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만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첫째로, 모병제를 하면 상비군은 30만명으로 감축할 수밖에 없다. 현행 징병제로도 저출산으로 인한 입대자원 감소로 2023년부터는 상비군 50만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이왕 줄일 거면 모병제와 함께 30만명으로 줄이고 첨단무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존 켈리는 본인도 4성 장군 출신이고 아들도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이다. 미국 같은 경우 모병제인데 고위직 자녀도 자원해서 군대에 가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의 징병제도 고위직들의 군 면제 논란이 있는 등 결코 평등한 제도는 아니라고 본다.

-'징병제로 인한 불이익'의 대안으로 여성 징병제를 지지하지 않는 까닭은.

▶우리 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징병제의 완전한 폐지, 강제 예비군 훈련의 완전한 폐지, 그리고 미국식 자원 예바군 훈련도입, 전역 군인에 대한 공무원 할당제다. 여성 징병제는 징병제의 일부 집합에 속한다고 본다. 즉, 여성 징병제는 기존 징병제에 따른 남성들의 피해를 여성들에게도 확장하는 제도다. 남성과 여성 모두 개인의 자유 의지에 따라 군 복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성 징병제 청원은 동의 수가 많이 부풀려진 것 같다. 네이버, 트위터 등 중복 아이디를 이용하면 20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로 20만명에 도달할 수 있다. 한국 남성들이 다 여성 징병제를 주장한다고 오해하면 남녀갈등이 심해질 텐데 이를 바로잡고 싶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병제 전환을 기반으로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박용진 의원 제안의 경우에도 여성 중에도 군복무 부적합한 사람을 걸러내려면 신체검사를 해야한다. 그러면 병무청 예산이 2배로 늘어난다. 그냥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나이지리아도 모병제다. 북한 때문에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물갔다고 생각한다.

-모병제 추진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징병제 폐지를 위한 시위를 청와대, 국방부, 병무청, 정당 당사 앞에서 하고 있다. 또 정치인들을 면담해서 설득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만났는데 다행히 모병제 전환에 적극 공감하셨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도 이야기 하고 있고 곧 면담할 예정이다. 헌법소원도 진행 중이다. 회원 분 중 한 분이 지난해 9월 병역법 1조와 3조1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그 회원은 고등학교 3학년 미성년자였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징병제 폐지가 헌법재판소를 통해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병역법 제3조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병제 추진을 위해 노력을 해도 본인 세대에는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저희가 군대에 끌려가더라도 미래 세대들은 그만 끌려갈 때가 된 것 같다. 최근 20년간 남성만의 병역 의무에 대해 남성들이 많은 불만을 토로해왔는데 일각에서는 여성 징병제를, 우리 단체에서는 모병제를 주장해왔다. 남성 만의 병역의무가 대한민국 남녀갈등을 유발하는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여성 징병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복무 기간, 보직 등의 이유로 남녀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할 것이다. 양성 징병제보다는 복무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모병제로 남녀 갈등을 끝낼 필요가 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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