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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끝나지 않은 '수리온' 국산화 지연 논쟁…결국 국제분쟁으로

국산화 핵심기술이전 계약 14년째인데 제자리걸음
KAI, 정부출연금 환수소송 승소…에어버스에 150억원대 국제중재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21-04-19 06:50 송고 | 2021-04-19 09:15 최종수정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 News1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 News1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을 둘러싼 국산화 논쟁이 국제분쟁으로 옮겨붙었다. 국산화의 핵심인 동력전달장치 부품 기술을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로부터 이전받기로 14년 전 계약을 맺었지만, 국산화를 아직도 달성하지 못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는 AH사에 '기술이전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중재금액은 150억원대다. SIAC는 여러 사업자가 참여하는 다수계약 관련 분쟁을 해결하는 데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온 체계개발 주관업체 KAI는 수리온 동력전달장치 국산화와 관련해 AH사가 기술이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150억원대 위약금을 부과했지만, 이견이 있어 분쟁해결을 위해 국제중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KAI 사천 본사에서 납품 대기중인 수리온 헬기© News1
KAI 사천 본사에서 납품 대기중인 수리온 헬기© News1

수리온 사업은 우리 군의 노후화된 기동헬기를 한국형 기동헬기로 대체하는 사업으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총 9조921억원을 투자하는 국책사업이다. 여기엔 △동력전달장치 △로터블레이드(회전날개) △전자제어시스템 등 3대 핵심부품을 국산화해 완전 국산헬기를 개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KAI는 2007년 SNT중공업을 동력전달장치 개발업체로 선정하고, 그해 12월 SNT중공업과 AH사는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동력전달장치의 국산화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복잡한 계약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일반적인 계약 형태라면 AH사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SNT중공업이 KAI에 납품하는 구조였겠지만, 실제 계약은 AH사가 KAI에 계속 납품하는 구조였다.

구체적으로 AH사가 S&T중공업에 기술이전을 하면 S&T중공업이 동력전달장치 부품을 개발해 AH사에 납품하고, AH사가 다시 KAI에 직접 납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AH사는 SNT중공업이 기술이전을 통해 개발한 일부 부품을 적용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AH사가 의도적으로 기술이전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SNT중공업이 생산한 동력전달장치 부품을 KAI가 생산하는 수리온에 적용해보지도 못한 상태여서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동력전달장치를 구성하는 부품 450여개 중 국산화를 약속한 부품은 30%에 불과한 134개였다. 그중에서 당시 SNT중공업이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부품은 80여개에 그쳤다. 개발부품도 앞서 언급한 계약구조 및 계약서상 문제로 KAI에 납품이 불가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 전시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모형 2017.7.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 전시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모형 2017.7.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 외에도 수리온은 개발 과정에서 기술력에 대한 의심, 잦은 사고 등 국산화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겨울철 결빙 결함이 발견되면서 전력화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2015년 조사에 나선 감사원은 동력전달장치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정부출연금 156억원을 환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사청은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힌 후 수리온 물품 대금에서 156억원을 상계 처리했다.

KAI는 이에 불복해 2016년 소송을 냈다. KAI는 2018년 1심 승소에 이어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재판에서 수리온 사업이 2023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국산화 실패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논지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KAI는 방사청으로부터 156억원에 이자까지 더해 받아냈다.

KAI는 방사청에 승소한 기세를 몰아 AH사를 상대로도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공교롭게도 KAI가 AH사로부터 받아내겠다고 신청한 중재금액은 방사청에 환수됐다가 돌려받은 출연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KAI가 2023년까지 동력전달장치 국산화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부 출연금 환수 논란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KAI 관계자는 "금액규모는 확정된 것이 아닌 협상이나 중재를 통해 조정되는 부분"이라며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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