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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나도풍란·금새우난초…인간에 내몰린 식물들을 만나다

둥근 부채 이름 딴 미선나무, 꽃이 주머니를 닮은 복주머니난초
식물 자원 활용 가능성 높아…"멸종위기식물 현황 파악 절실"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2021-04-04 08:23 송고
멸종위기종 중 하나인 미선나무(국립수목원 제공)© 뉴스1
멸종위기종 중 하나인 미선나무(국립수목원 제공)© 뉴스1

"우리나라에 꽃이 예쁜 난초들이 있는데 인기가 많다 보니 자생지에서 무분별한 채취가 이뤄지고 있어요. 이런 난초 중에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자생했지만 최근 20년동안 자생지가 발견이 안 되는 식물도 있어요."

국립수목원 식물자원연구과에 소속돼 멸종위기·희귀식물 보존 업무를 담당하는 손성원 연구사는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멸종위기·희귀식물들이 인간의 과도한 개발이나 채취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올해 처음으로 4월 1일을 '멸종위기종의 날'로 지정했다. 인간으로 인해 동식물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복원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만우절로만 익히 알려진 지난 4월 1일, 경기 양평군 국립수목원 유용식물증식센터에서 보호·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 멸종위기·희귀식물들을 살펴봤다.

멸종위기종 중 하나인 미선나무의 모습. 둥근 부채모양의 열매를 확인할 수 있다.(국립수목원 제공)© 뉴스1
멸종위기종 중 하나인 미선나무의 모습. 둥근 부채모양의 열매를 확인할 수 있다.(국립수목원 제공)© 뉴스1

센터 바로 앞에는 멸종위기·희귀식물 중 하나인 미선나무가 곧은 가지를 뻗고 있었다. 우리나라 토종 개나리로도 불리는 미선나무는 열매가 둥근 부채의 일종인 '미선'을 닮아 이름 붙여졌다. 미선나무는 꽃에 향기가 있어 공원, 울타리 등 어디에 심어도 좋은 나무로 꼽힌다.
미선나무는 가지를 잘라서 심는 즉, 꺾꽂이로도 번식이 가능한데도 국제적으로 멸종위기·희귀식물로 불린다. 이유는 미선나무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식물인데 최근 산림벌채 등으로 자생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자생지가 13곳이 남아있는데 그 중 6곳은 자생지를 보호하기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태다.

손 연구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자원이고 외국에서도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식물"이라며 "미선나무는 한반도에서 북한에는 구체적 자생지가 알려지지 않고, 충북 괴산, 영동, 전북 부안 등 우리나라의 일부 지역에만 자생한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 국립수목원 유용식물증식센터에서 금새우난초의 모습© 뉴스1
경기 양평군 국립수목원 유용식물증식센터에서 금새우난초의 모습© 뉴스1

다음으로 향한 식물은 금새우난초였다. 금새우난초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땅속줄기가 염주 모양으로 새우처럼 달리고 노란 꽃을 피우는 특성 때문이다. 전라남도 신안군, 울릉도, 제주도 등에 분포하는 금새우난초는 사람들이 관상용으로 많이 채취해 현재는 개체 수가 많지 않다.

금새우난초를 보자마자 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해갔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금새우난초는 노란 빛깔의 꽃과 함께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금새우난초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살아갈 곳을 잃어버렸다.

경기 양평군 국립수목원 유용식물증식센터에서 나도풍란의 모습© 뉴스1
경기 양평군 국립수목원 유용식물증식센터에서 나도풍란의 모습© 뉴스1

국내 자생지가 약 20년간 발견되지 않고 있는 나도풍란도 있었다. 나도풍란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채취해가면서 야생에서는 현재 멸종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한 붉은색 반점이 있는 흰색 꽃이 아름다워 옛날부터 채취꾼들의 표적이 됐다.

시중에서 이 식물이 흔하게 팔리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일본 원산의 개량종이라고 한다.

경기 양평군 국립수목원 유용식물증식센터에서 복주머니난초 싹이 움튼 모습© 뉴스1
경기 양평군 국립수목원 유용식물증식센터에서 복주머니난초 싹이 움튼 모습© 뉴스1

다음으로는 센터에서 집중 관리하는 복주머니난초로 향했다. 센터는 복주머니난초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특수시설을 만들고 냉해에 대비하기 위해 보호기구로 싹을 보호하고 있었다. 복주머니난초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토양에는 솔잎을 뿌려놓았다.

주머니 모양의 꽃을 피우는 복주머니난초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식물이지만, 현재는 사람들의 채취로 인해 개체 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이렇듯 난초의 최대 적은 인간이었다. 손 연구사는 "최근 야생화 사진 촬영 등의 여가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간혹 특정 자생지에서 촬영된 희귀식물 사진이 서로 공유되면서, 그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생육지가 초토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복주머니난초의 모습(국립수목원 제공)© 뉴스1
복주머니난초의 모습(국립수목원 제공)© 뉴스1

멸종위기·희귀식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식물 종이 사라지면서 생물다양성이 떨어지면 결국 자연 생태계의 내성 자체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생태계와 완전히 분리돼 살기 어려운 인류에게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식물 종은 항바이러스제, 신약 등 인류의 삶을 풍족하게 해줄 수 있는 자원으로서 가치가 있기에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에게 큰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멸종위기·희귀식물들에 대한 현황 파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연구사는 "멸종위기·희귀식물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정보가 많지만 얼마나 있는지는 업데이트가 많이 안 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적 멸종위기식물로 등록된 제주산버들의 개체 수를 1년 동안 조사했는데 자생지에서 400개체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더라"며 "멸종위기·희귀식물에 대한 정확한 개체 수나 자생지에서의 분포 패턴 등 기초 정보가 많이 쌓여야만 효과적인 보전 전략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이들 분야에 대한 기초조사를 꾸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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