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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앞에서 칼 들고 피 묻은 주사기" 마약중독자의 고백

[마약공화국②] "자조 모임이나 인문학 교육이 회복에 도움 돼"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2021-03-22 06:10 송고 | 2021-03-23 08:24 최종수정
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8일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경찰청에서 최근 외국에서 마약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한 태국인들을 검거할 때 압수한 증거품들을 정리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8일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경찰청에서 최근 외국에서 마약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한 태국인들을 검거할 때 압수한 증거품들을 정리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어머니 앞에서 칼 들고 눈이 돌거나 피 묻은 주사기를 든 모습을 보였어요. 어머니한테 너무 죄송했고 그때 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어요. 마약을 시작한 게 너무 후회되고 중독을 극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경기도 다르크 마약 중독치유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정현진씨(가명·30대)는 이렇게 말하며 자조 모임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재활센터에서 김규리씨(29)도 "저는 원래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추진력도 있는 편이어서 애초에 마약을 안 했으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10대 때부터 마약을 했던 게 너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그 역시 교육을 들으며 중독 치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2일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독자들은 마약으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인생이 뒤틀렸던 과거를 회상하며 중독을 극복하려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에서 처음 마약을 접한 이들이 치료를 결심하기까지
정씨는 약 8년 전 호주에서 대학교에 다니면서 처음 마약을 접했다. 클럽에서 마약을 파는 친구랑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약을 시작했고 이후 매일같이 마약을 하며 지냈다.

대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도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구했다. 호텔 일을 했지만 정신병이 오면서 그만뒀고 머리에 칩이 심겨 있다거나 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망상이 생겼다.

부모님 앞에서 마약에 취한 모습을 보이면서 심각성을 알고 병원에 갔으며 이후에는 재활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역시 호주에서 약 1년간 생활하면서 마약을 배웠다는 임준한씨(가명·20대)도 마약을 하던 친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마약을 시작했다. 유통과정을 줄이기 위해 아예 돈을 모아서 마약을 구해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그는 흰색 가루가 없으면 생활이 어렵다는 걸 느꼈고 징역형을 사는 등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마약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해 재활센터에 왔다.

김씨는 10대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아는 언니의 권유로 처음 마약을 했다. 스무 살이 되고 한국에 와서도 필로폰 등 마약을 멈추지 않았다.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는 인생이 망가지는걸 원치 않아 재활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자조 모임이나 인문학 교육 도움…가족한테 고마워"

마약에 중독돼 교육이나 치료를 받는 이들은 자조 모임이나 인문학 교육을 통해 조금씩 삶이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씨는 "자조 모임이 도움이 많이 됐다"며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조금씩 회복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는 인문학 교육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 교육을 들으며 삶을 되돌아보니 도움이 되더라"며 "예를 들어 무의미할 수 있는 인생에서 다른 사람들은 마약이 아닌 다른 것에서 의미를 찾아 나갔는데 나는 마약에만 집중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중독자들은 가족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마약을 하려고 나가려고 하면 가족들이 머리끄덩이를 잡고 말려줘서 그나마 마약을 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때는 짜증나고 화났는데 돌이켜보면 말려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머니가 저를 병원에 입원 시켜 주시고 제가 어디 나가면 마약을 할까 봐 아무 데도 못 가게 해주셔서 마약을 안 하고 버틸 수 있었다"며 "지금도 기도나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마약하면 구치소나 정신병원에 무조건 간다…시작도 안 돼"

이들은 호기심으로라도 마약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마약을 구매하는 20·30세대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임씨는 "사람들이 호기심으로라도 마약에 손대면 안 된다"며 "마약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코카인, 필로폰 같은 건 절대 일과 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마약을 시작하면 교도소나 정신병원, 시설에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무조건 가게 된다"며 "사람들이 나 같은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씨 역시 "마약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짧고 덧없다"며 "마약을 시작하면 순간은 좋을 수 있는데 한 1년 지나면 뇌 기능도 많이 망가지고 무조건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도 "원래 저는 뭐든 경험해보고 알아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약은 애초에 시작도 하면 안 되는 것 같다"며 "경험하고 고친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전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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