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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을 만나다] 이상호·상민 "독기 품고 '트롯전국체전' 출전…눈물도"①

쌍둥이 코미디언 형제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1-03-13 06:30 송고 | 2021-03-17 11:47 최종수정
편집자주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출신이자 트로트 가수로 활약 중인 이상호(40·KBS 개그맨 21기)와 이상민(40·KBS 개그맨 21기)이다.

학창 시절 춤추고 노래하는 걸 즐길 정도로 끼 많았던 두 사람은 연예인을 꿈꿨다. 서울로 올라온 이들은 노력 끝에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쌍둥이라는 독특한 개그 소재를 활용한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개그맨으로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새로운 분야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바로 노래. 트로트 광풍이 불기 전인 지난 2017년 싱글 '쌍둥이 외로워'를 내고 야심 차게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이들은 개그와 노래를 병행하며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호와 이상민은 트로트 가수보다 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했고, 두 사람은 고민 끝에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전했지만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에 독기를 품은 두 사람은 KBS 2TV '트롯전국체전'을 통해 다시 한번 트로트 오디션의 문을 두드렸고, 최종 6위를 차지하며 트로트 가수로서 본격적인 2막을 열었다.

그 사이 아쉬운 일도 있었다. 15년 동안 고향처럼 여겨온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것. 이상호는 '고향이 없어지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많은 위기설 속에서도 지키고 싶었던 것이기에 두 사람의 상실감은 컸다. 이상호와 이상민은 언젠가 개그 프로그램이 다시 부활하면 후배들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해 개그와 코미디언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트롯전국체전'에서 활약한 이들은 당분간 트로트 가수 활동에 매진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길을 뚝심 있게 개척하고 있는 이상호와 이상민을 만났다.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 News1 권현진 기자
-만나서 반갑다. 근황이 궁금하다.

▶(이상호) '상호상민'이라는 이름으로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KBS 2TV '트롯전국체전'에 출연해 6위를 했다.

▶(이상민) '전국트롯체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낸다. 지난주에 '트롯 매직유랑단' 첫 녹화를 했고, '불후의 명곡' 퍼포먼스까지 연습하느라 쉴 틈이 없다. 하지만 너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열풍이 불기 전인 지난 2017년부터 트로트를 시작했다. 개그맨으로 인지도와 인기를 얻은 상황에서 가수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

▶(이상민) 연예인이 되고 싶었는데, 노래보다 개그를 잘해서 개그맨으로 먼저 데뷔했고, 이후에도 가수의 꿈을 계속 키워왔다. 워낙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개그콘서트'에서도 트로트를 소재로 한 코너를 진행한 적이 있지 않나.

▶(이상호) 맞다. 뽕브라더스라는 코너를 진행한 적이 있다. 김재욱 형이 짠 코너로, 처음 멤버는 태호 형과 김대성이었는데 리허설을 할 때 스케줄이 있어서 우리가 대신 올라갔었다. 그때 감독님이 리허설을 보고 '너네가 해라'라고 하셨고, 태호 형과 대성이도 우리 연기를 보고 하라고 하더라.(웃음)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 News1 권현진 기자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뒤 초반엔 활동이 녹록지 않았겠다.

▶(이상호) 쉽지 않았는데 즐거웠다. 첫 공개방송을 섬에서 했다. 목포에서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너무 멀더라.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너무 많아 놀랐다. 서울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이틀을 썼는데도 가수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물론 처음부터 잘되진 않았다. 그래서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나 싶었는데 '트롯전국체전'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가수 상민상호를 알릴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분야인 트로트에 도전하며 고군분투하다가 '미스터트롯'에도 출연하게 됐다. 당시엔 예선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얻었는데.

▶(이상민) 당시 실력이 부족했던 건 인정한다. 그런데 방송에 나온 것처럼 노래를 부르다가 버벅거리진 않았다. 그때 예선에서 미션이 '1절만 부르기'였는데 1절이 끝난 후에도 음악이 계속 나오니 부를지 말지 고민하다가 그렇게 된 거다. '미스터트롯'에 나올 때 1~2회 정도 나와 우리가 트로트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것이었는데,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이상호) '미스터트롯' 예선에서 탈락하고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마침 얼마 후 '트롯전국체전'이 한다는 소식에 지원을 했고 레슨을 받으며 오디션을 준비했다. 거의 4~5개월 정도 만날 연습하고 레슨 받고 했었다.

▶(이상민) '쉽게 다가가면 안 되겠다. 제대로 준비하고 나가보자' 싶어서 오기와 독기를 품고 임했다.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 News1 권현진 기자
-만반의 준비를 한 만큼 '트롯전국체전'은 예선 무대를 기다렸을 듯하다.

▶(이상민) 그럴 줄 알았는데 떨리더라. '개그콘서트'와 같은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했는데 오히려 개그가 아닌 노래를 하려니… 거기다 레전드들 앞에서 무대를 하려니 너무 긴장됐다.

▶(이상민) 그래도 연습을 한 게 있어서 반주가 나오니 노래를 하게 되더라.(웃음) 무대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박수를 쳐주셔서 뿌듯했다. 올스타를 받진 못했지만 만족했다.

-열심히 연습한 결실을 본 것일까. '트롯전국체전'에서는 무대에 대한 평도 좋았고,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는데.

▶(이상민) 출연한 것만 87팀인데, 정말 다 노래를 잘한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웃음) 그래도 우리 역시 연습을 많이 했으니 3라운드까지는 가보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이상호) 연습량이 많으니까 자신감이 붙었다. 2라운드까지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고. 그런데 3라운드 때 노래를 하다가 내가 가사를 틀린 거다. 당일에 떨리지 않아서 연습을 별로 안 했는데 무대에서 실수를 하니 혼란스러운 상태가 됐다. 그때 정말 떨어질 줄 알았다. 상민이한테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 거다. 눈물이 났다.

▶(이상민)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게 무너질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런데 극적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니 눈물이 나왔다. 예전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울면 '무대 위에서 왜 울어'라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날 수밖에 없더라.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맨 이상호, 상민 형제© News1 권현진 기자
-'트롯전국체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하나씩 꼽아달라.

▶(이상민) 4라운드 지역 대통합 듀엣 미션에서 선보인 '동전인생'이다. 이 무대를 통해 우리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사라지고 칭찬도 들었다. 조항조 심사위원님이 '이제는 개그맨이 아닌 가수다'라고 평가를 해주신 게 정말 기억에 남는다.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무대다.

▶(이상호) '동전인생'은 무대도 만족스러웠다. '얘네 생각보다 노래 잘하네'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그때 심사위원 분들이 정말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최종적으로는 6위에 올랐다. 만족할 만한 결과인가.

▶(이상민) 100배, 1000배 만족한다. 결승전에 오른 자체가 이미 너무 좋았다.

▶(이상호) 8위를 할 줄 알았는데 6위라니… 꿈꾸는 것만 같았다. 또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부모님도 우리가 매 라운드 올라갈 때마다 눈물을 흘리셨다더라. 결승전 때는 주무실 시간에도 안 자시고 무대를 다 보셨다. 개그 할 때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웃음)

▶(이상민) '트롯전국체전'을 마치고 난 뒤 부모님이 '너희들은 시청자들이 그 자리에 올려준 거니 더 열심히 노력해서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두 분은 항상 우리의 꿈을 지지해주신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이상호·상민 편 ②에 계속>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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