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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치기 접종'에 방역 공정 금갈수도…요양병원서 부정접종 실제 일어나

"질병청 지침 명확히 하고 처벌 강화해야"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이상학 기자 | 2021-03-06 14:00 송고
운영진 가족에게 부정하게 백신을 접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기도 동두천시의 요양병원 모습. 2021.3.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운영진 가족에게 부정하게 백신을 접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기도 동두천시의 요양병원 모습. 2021.3.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새치기한다는 의심 사례가 나오면서 방역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우선접종대상자가 아닌 병원 운영진 가족 등 10명이 백신을 먼저 접종했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사전 등록 대상 181명 중 170명(종사자 140명, 환자 30명)에게 접종했는데 당국은 대상자가 아닌 법인 이사, 가족, 지인 등 10명도 부정하게 접종한 것을 확인했다. 

방역당국은 3일 이 요양병원과 백신접종 위탁계약을 해지한데 이어 추가 제재 및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자칫 방역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당국은 부정 접종을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한 상태다. 개정법에 따르면 거짓 혹은 부정한 방법으로 접종하면 당사자뿐 아니라 도와준 사람도 최대 2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러나 개정법은 9일부터 시행된다. 
이같은 '새치기 접종'이 예고된 사태라는 주장도 있다. 백신 접종을 관리하는 보건소가 일선 병원의 접종대상자를 일일이 관리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새치기 접종은 외국에서 먼저 문제가 됐다. 스페인에서는 접종 대상이 아닌 참모총장과 고위 장성이 백신을 맞아 사임했으며 스페인 공주 역시 아부다비 여행 중 백신을 접종해 뭇매를 맞았다.

페루도 전직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의 새치기 의혹에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에콰도르에서는 보건장관이 사퇴했다. 독일에서도 할레 시장과 시의원 10명이 새치기 접종 사실이 드러나 직무정지 방안이 논의되고 최대 2만5000유로(약 3384만원)의 벌금 부과도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병원이 접종대상자를 부정등록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등록 권한이 있기 때문에 접종대상자 명단을 직접 올린다"며 "면허번호를 써야하는 의료인은 명단 대조가 가능하지만 '기타종사자'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타종사자는 조리사, 미화원 등 의료진이 아닌 병원 직원으로 이들도 우선접종대상자에 해당하지만 병원이 명단을 거짓으로 올려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다른 보건소의 관계자도 "우선접종대상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의무도 없어 자칫 백신을 맞아서는 안 될 사람이 맞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방역 신뢰를 일선병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치기 접종' 등 부정적인 백신 접종을 막기 위해서는 질병청의 명확한 지침과 높은 수준의 벌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보건소의 관계자는 "질병청이 접종대상자 기준과 지침을 명확하게 해준다면 문제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새치기 접종'은 개인의 윤리 문제이기 때문에 완벽한 예방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청 차원에서 접종대상자를 명확히 지정한다면 이런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병원 직원이 접종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다들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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