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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5조'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격화…"왜? 누가?"

투자설명서(IM) 발송, 16일 예비 입찰 진행 예정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2021-03-05 06:37 송고 | 2021-03-05 08:55 최종수정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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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옥션·G9 등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본격화 되고 있다.

몸값만 5조원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는 '1세대' 이커머스 업체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은 한국 이(e)커머스의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내 유통시장의 판도가 뒤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재계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 IM 발송, 16일 예비입찰 진행 예정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오는 16일 예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는 카카오와 신세계그룹, MBK파트너스, 미국계 사모펀드 등에 투자설명서(IM)을 전달했다.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하는 희망가로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투자안내서를 받은 기업 중 실제로 관심을 보이는 업체를 선별해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2001년 옥션을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2009년 당시 업계 1위 업체 인터파크로부터 G마켓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후 G9 등을 론칭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 60%가 넘어서는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쿠팡과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과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업체들의 시장 참전,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 유통업체들의 시장 확대 등으로 압도적이던 시장 지배력을 잃어 갔다.

이후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이베이코리아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해 왔다. 지난 1월 이베이 본사가 "한국 사업을 위한 전략적 대안 모색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매각이 공론화됐다.

당시 이베이 측은 "주주를 위한 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래의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매각을 포함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이코리아 © News1
이베이코리아 © News1

◇16년 연속 흑자에도 매각 왜?

현재 이베이 한국사업은 G마켓과 옥션, G9 등이며 전체 기업 매출의 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16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유일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그럼에도 이베이는 한국 사업 매각에 나섰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고 향후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 등 대규모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서 이베이는 경쟁보다는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투자가 필요한 전국 물류망을 구축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베이는 주주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한 명분을 앞세웠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영업이익률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 반발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에 배타적인 한국의 제도도 매각의 이유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중인 쿠팡은 상장신고서에 '규제'를 리스크(위험)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에서 사업할 경우 한국 법규를 적용 받아 비용과 벌칙은 물론 경영진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점이 이베이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16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배당과 유상감자 등으로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한 만큼 투매각으로 투자 차익을 노리는 엑시트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충분한 투자금을 회수한 상황에서 이베이로서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뒤 규제가 덜한 신흥 시장으로 진출이 미래 가치 투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제공)© 뉴스1
(이베이코리아 제공)© 뉴스1

◇ 누구 품에 안길까? 관심 집중

관심은 인수 대상자에 모아진다. 이베이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빅3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신세계,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사업 확대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 4조원대의 SSG닷컴으로서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25조원 규모로 키울 수 있다. 더딘 성장세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경우 더 큰 폭의 성장도 예상된다.

자체 이커머스 롯데온(ON)을 운영 중이지만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도 유력 후보다. 롯데는 최근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을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고 경질하기까지 했다.

롯데로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반전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금액이다. 롯데는 2019년 티몬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유력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가격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보다 비싼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설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쇼핑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카카오도 후보로 거론된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기능을 기반으로 카카오커머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쿠팡을 제치고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되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들 업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 등도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인수 의향이 전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고려할 때 5조원의 매각가는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 업체들은 모두 이커머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5조원을 기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5조원을 투자해 물류센터와 쇼핑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한 인수를 결정할 경우 직원 고용보장 등의 본 사업이 아닌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업체가 아닌 외국 자본이나 사모펀드 등이 인수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액 20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매력적인 매물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높은 매각가가 거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각사마다 인수하지 못할 경우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업체가 인수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쿠팡의 기업가치가 5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이베이의 몸값 역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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