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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확대 개학 앞둔 창신동 문구거리…발길 늘지만 상인들 한숨

신학기 등교 이틀 앞뒀지만…나들이객이 대부분
상인들 "매출 10분의 1로 뚝…기대하면 실망 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21-02-28 18:14 송고
새학기 등교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 아담 문구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새학기 학용품을 고르고 있다. 2021.2.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새학기 등교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 아담 문구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새학기 학용품을 고르고 있다. 2021.2.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2년차 새학기 등교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는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가게엔 손님들이 쉼없이 드나들었고, 한 손은 부모님의 손을, 다른 손엔 봉투를 한아름 안은 채 "더 사달라"며 떼를 쓰는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날 창신동 문구·완구 도매시장에는 학용품이 아닌 장난감을 사러왔거나, 봄날씨에 나들이를 즐기러 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았다. 창신동 문구점들은 학생들이 주 손님들이라 일요일엔 주로 문을 닫는다. 

문구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등교 준비하러 왔냐'는 질문에 "그냥 놀러나왔는데요" "저희 애는 유치원생이에요"라고 답했다. 

F문구점에서 딸과 함께 쇼핑 중이던 이모씨(30대)는 "초등 4학년 딸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러 왔어요. 개학이요? 학교에서 아직 공지 내려온 게 없어서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건 없는데…"라고 말했다. 
K문구점 앞에서 만난 이모씨(30대)는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 딸과 함께 파일이랑 실내화, 필통 등 준비물을 사러 왔다"고 했다. 옆에 있던 아이들에게 "학교 가니까 좋지?"라고 묻자 "초등 1,2학년만 좀 달라졌지,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은 (작년이랑) 똑같다"라고 이씨가 대신 답했다. 

새학기 등교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 아담 문구사에서 학생들이 새학기 학용품을 고르고 있다. 2021.2.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새학기 등교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 아담 문구사에서 학생들이 새학기 학용품을 고르고 있다. 2021.2.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한숨소리만 가득했다. 문구점 상인들은 '손님이 좀 늘었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백신 접종도 시작했으니 곧 나아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버럭 화를 내는 상인들도 있었다. 이제 접종을 시작했는데 어느 세월에 일상으로 돌아가겠냐는 얘기였다. 

창신동에서 F문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60대)는 "돌아나니는 사람들만 많지 정작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0분의 1로 뚝 떨어졌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작년 2월엔 그래도 코로나19 사태가 곧 끝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젠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40년 가까이 창신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해 왔다는 이모씨(66)는 "일요일에 원래 문을 열지 않는데 개학을 앞두고 손님들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구경하시는 분들만 많고 정작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네요"라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가게 앞에 놓인 색연필과 스케치북 등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집콕 장난감들만 조금 팔리는 수준"이라며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져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나아지는 게 없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A완구·문구점을 운영하는 장모씨(47)는 "모닝글로리 같이 대형업체들만 팔리지 요샌 공책 같은 문구류를 사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우리도 공책 안 들여온지도 꽤 됐다"고 했다. 

초3 학부모이기도 한 장씨는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 실내화랑 책가방 빼고 다 지급한다. 교과서 여백을 늘려 공책 대신 교과서에 직접 필기하도록 해 공책도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딸에게도 작년에 한 치수 크게 사준 실내화가 발에 딱 맞아 준비물을 사진 않았다고 했다. 

장씨는 '당장은 아니라도 올 하반기엔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대면수업과 학원 등이 모두 재개되고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게 되면 모를까 지금은 솔직히 모르겠다"며 "개학을 앞둔 기대감이 있냐고 자꾸 물으시는데 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하면 실망만 할텐데"라고 고개를 저었다.  

일부 상인들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행용 캐리어를 팔다 코로나19 이후 책가방으로 품목을 바꿨다는 S 가방 전문점 주인 이모씨(49)는 "백신 접종이 시작했으니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은 있죠. 작년 9월엔 학교를 아예 안갔는데 요샌 좀 나아요. 평일엔 여전히 사람이 없는데 주말엔 좀 나은 편이죠"라고 말했다. 그러나"오늘은 그래도 좀 팔았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씨의 가게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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