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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보청' 논란에도…기상청, 자체평가서 '매우 우수'

기상청장 "미진했다" 사과에도…"정확한 예보정보 생산"
"기상청 예보 개선 노력도 반영…타 선진국 대비 적중률 높아"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1-02-10 07:15 송고
서울 동작구 보라매동 기상청 본청 전경 © 뉴스1 황덕현 기자
서울 동작구 보라매동 기상청 본청 전경 © 뉴스1 황덕현 기자

지난해 최장기간 장마와 이로 인한 집중 호우에 대해 부정확한 예측을 내놓으면서 '오보청'이라는 오명을 샀던 기상청이 자체 평가에서 '정확한 예보정보 생산'을 해냈다고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기상청의 '2020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은 33개의 관리과제 중 △예보분석 강화 및 시스템 개선을 통한 정확한 예보 정보 생산 △소통강화 및 영향예보를 통한 방재 대응 지원 2개 과제에 대해 '매우 우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지난해 여름철 장기예보가 잘못됐다는 지적에도 기상청은 △수요자 중심 장기예보 서비스 향상 및 소통 강화라는 과제에 대해 '다소 우수'했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런 평가를 내린 근거로 세분화된 상세 예보 체계 마련, 호우특보 선행시간 확보로 방재 유관기관 사전대응 시간 확보, 정확한 태풍 진로예보로 인적·물적 피해 발생 예방 등의 성과를 들었다.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과제 중 '예보분석 강화 및 시스템 개선을 통한 정확한 예보 정보 생산'의 경우 '예보관 지원 시스템 개선율'과 '태풍 진로예보 거리오차'를 성과지표로 삼았다. 설정된 시스템 개선과 태풍 경로 예측이라는 목표가 달성됐다고 하더라도 이런 성과가 '정확한 예보 정보 생산'이라는 과제와 적절하게 연결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기상청은 여름철 집중호우 예측에 있어 시민들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기상청이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대 장마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집중호우를 대비하지 못한 전국 여러 지역에서 시민들의 피해가 속출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비판이 이어지자 김종석 기상청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여름철 장기예보와 일부 지역의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한 예측은 국민의 기대에 비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자체평가에서 여름철 집중호우 예측 불발에 대한 반성이 담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상청은 이번 평가에서 "수도권, 전남권, 경북권, 충청권의 경우 장마철 동안 집중호우가 나타나는 지역이 폭이 좁은 띠 형태로 나타나 강수량의 지역 차이가 크게 나타나면서 호우 특보 선행시간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집중호우 예측에 미흡했다는 평가는 주로 지역 지방 기상청들에게 돌아갔다. 지역의 호우 정보를 사전에 제대로 알리는 호우특보 선행시간에 대한 과제가 지방 기상청들의 과제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제가 됐던 장기예보 서비스에 대해서는 '다소 우수'로 평가돼 기상청장의 사과 발언이 무색해졌다.

지난해 8월 전남 구례군에 380㎜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섬진강·서시천이 범람, 구례읍 지역이 침수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구례군 제공)2020.8.9/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지난해 8월 전남 구례군에 380㎜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섬진강·서시천이 범람, 구례읍 지역이 침수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구례군 제공)2020.8.9/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더욱이 '소통강화 및 영향예보를 통한 방재 대응 지원' 과제의 경우 일부 성과지표가 달성되지 못했음에도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해당 과제에 대해 '기상특보 업무 만족도'와 '영향예보 정규서비스 이행실적'을 성과지표로 삼았다. 이중 기상특보업무 만족도의 경우 80.1점을 목표치로 잡았으나 결과는 71.4점에 그쳤다. 지난해 74.6점보다 떨어진 수치다.

기상청은 2019년에도 기상특보업무 만족도의 목표치를 79.2점을 잡았지만 역시 이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해에도 기상청은 '소통강화 및 영향예보를 통한 방재 대응 지원' 과제에 대해 매우 우수 평가를 내렸다.

자체평가의 문제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평가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위원들이 맡고 있기 때문에 기상청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딱히 (기상청이) 답변을 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지표에 미달했음에도 '매우 우수' 평가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해당 지표 말고 다른 지표에서 만족한 성과가 나왔다"라며 "한가지 지표만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기상청의 자체평가에 참여한 한 평가위원은 시민들의 비판이 있었지만 다른 선진국 대비 한국 기상청의 예보 수준이 떨어지지 않았으며 최근에도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평가위원은 "(기상청) 직원들이 여름에 두달씩 집에도 못 가고 고생을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라며 "시민들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평가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33개의 관리과제 중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것은 2개 과제뿐이다. 더불어 2개 과제는 모두 기상청 '예보국'이 설정한 관리과제다.

지속적인 오보 논란에도 예보국에 긍정적인 성과 평과가 이뤄지는 경향은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동안 지속해서 나타났다. 예보국에 설정된 과제들은 늘 '우수' 이상의 평가를 받았으며 2018년부터는 줄 곳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상청의 자체평가는 곧 성과급으로 이어진다. 기상청 성과평가 규정에 따르면 기상청 직원들의 개인성과평가 점수는 자체평가로 이뤄진 조직 성과평가 등급 점수에 조직기여평가 점수를 합산돼 산출된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상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상청은 약 1476명의 직원에게 성과급 52억원을 지급했다. 올해도 지난해 성과평가를 바탕으로한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앞서 시민들이 기상청의 예보의 정확성을 문제 삼아왔던 만큼 기상청이 예보가 우수했다고 자체평가를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지난해 일반 국민들이 참여한 정부업무평가에서는 2019년에 이어 최하등급인 C등급을 받은 바 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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