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12월30일 오전 서귀포시 국세공무원교육원에 문을 연 제1생활치료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제주도 제공)© News1 |
"봉사하겠노라 다짐했던 제 진심까지 짓밟힌 기분입니다."
제주도민인 간호사 A씨는 지난 11일 오전 제주도의 한 공무원으로부터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당시 A씨는 대한간호협회 추천과 코로나19 및 신체 검사 등의 채용 절차를 마치고 이틀 뒤인 지난 13일부터 4개월간 제1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기로 한 상태였다.
이미 전날 제주도로부터 전화로 센터 내 숙식, 외부활동 금지 안내사항을 전달받았던 A씨는 무심코 다시 전화를 받았다가 크게 당황했다.
갑자기 센터를 대폭 축소해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이로 인해 채용 자체가 불필요해져 출근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첫 출근날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기로 구두 합의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제주도의 전화 한 통은 A씨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였다.A씨는 제주도 홈페이지 신문고에 "모두가 힘든 시기에 짧은 시간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고, 주변 정리에 각종 검사까지 하며 준비 중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걸 끝낼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지난해 12월30일 서귀포시 국세공무원교육원에 문을 연 제1생활치료센터.© News1 DB |
제주도가 센터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한 건 지난해 12월30일 서귀포시 국세공무원교육원에 센터를 연 지 불과 12일 만의 일이었다.
센터에 격리돼 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8일을 기해 모두 퇴원한 데다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세도 완화되면서 센터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이에 제주도는 운영지원팀 파견 공무원 6명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의사·간호사·해군·해병대·경찰·소방 등의 파견인력을 모두 복귀시킨 데 이어 인원이 부족해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었던 간호사 8명까지 사실상 정리해고했다.
심지어 8명의 간호사 가운데 2명은 제주도외 지역에서 지원한 간호사였다.
현재 제주도는 이들에 대한 이렇다 할 지원 없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송월숙 대한간호협회 제주도간호사회 회장은 "간호사 수가 부족한 데도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해 왔는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선 간호사들 역시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부 행정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한 분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제주도외 지역 거주자들도 있다 보니 갑자기 바뀐 상황을 빠르게 전달해야 해서 전화를 통해 일일이 양해를 구하게 됐다"고 변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빠르면 다음달, 늦으면 3월 제주대학교병원과 서귀포의료원에 백신접종센터를 열 예정인데 해당 간호사들을 최우선 순위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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