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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하는' 롯데, 조직문화 바꾸고 '新 미래전략' 본격 추진

"능력 있으면 초고속 승진"…'젊은 피' 체질개선
화학-ESG, 유통-온·오프라인 '투트랙 투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1-01-21 08:06 송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2021년도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을 주재하고 있다.(롯데지주 제공)© 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2021년도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을 주재하고 있다.(롯데지주 제공)© 뉴스1

롯데그룹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돌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장기 미래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초변화, 뉴롯데, 게임체인저 등 해마다 강조하던 구호가 아니다. 사업을 축소하고 수익성 개선에 매진했던 '방어 태세'를 풀고, 미래성장동력 사업에 전폭적으로 투자를 쏟는 '공격'을 시작했다.
그룹 양축인 '화학'은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을 중심으로 친환경적인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를 개발하고, '유통'은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와 온라인 디지털 전환(DT)에 속도를 낸다.

◇임원 4050세대 전격 교체…"능력 있으면 초고속 승진"

첫걸음은 '조직 체질 개선'이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이례적으로 전 계열사에 50대 초반 젊은 대표이사를 대거 등용했다. 신규 임원은 대부분 40대가 차지했다.
임직원 직급단계는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줄이거나 없앴다. 능력만 있다면 나이와 경력을 불문하고 '경영권'을 쥐어주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반영해 부사장 직급의 승진 연한을 폐지하고, 빠르면 1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이 가능해졌다. 기존 상무보A와 상무보B 2개 직급은 '상무보' 단일 직급으로 통합됐다.

이같은 '파격 인사'는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면 그룹에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회장은 "기업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며 "시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EO부터 변화해 회사 및 그룹 전체 조직의 변화까지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아 신규 증설한 메셀로스 공장 라인의 제품분쇄기 배출배관 경로를 살펴보고 있다.(롯데지주 제공)© 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아 신규 증설한 메셀로스 공장 라인의 제품분쇄기 배출배관 경로를 살펴보고 있다.(롯데지주 제공)© 뉴스1

◇화학, 'ESG 경영' 집중…'고부가 스페셜티' 키운다

롯데그룹의 '신(新) 미래전략'은 화학과 유통 두 갈래에 따라 공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화학 부문은 'ESG 경영'을 대폭 강화한다. 규제에 대응하는 식의 접근이 아닌, 더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각 분야의 비즈니스와 접목해 효과를 창출해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화학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고부가 소재 개발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해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은 연면적 126만㎡(38만1150평) 규모로 10개 공장에서 에폭시수지원료(ECH), 메셀로스 등 37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제품의 전체 생산량 중 90%가 울산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신 회장은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친환경적인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롯데정밀화학은 그린소재인 셀룰로스 계열 제품에 총18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150억원을 투입해 건축용 첨가제 메셀로스 공장을 증설하고, 239억원 규모의 식의약용 제품 '애니코트' 인천 공장 증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2022년 상반기에는 370억원 상당의 식의약용 제품 추가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글로벌 스페셜티 케미칼 전문기업'을 비전으로 정하고 투자를 전폭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전지박 제조사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를 위한 2900억원 출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롯데BP화학 3사간 시너지도 속도를 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연말 울산공장 PIA(고순도이소프탈산) 설비 증설에 500억원을 투자하며 고부가 제품 일류화를 추진하고 있다.

PIA는 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고부가 제품이다. 롯데케미칼의 PIA연간 생산량은 52만톤으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PIA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메타자일렌(MeX) 공장에도 1250억원을 투자해 20만톤을 증설, 안정적인 원료 수급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BP화학도 1800억원을 쏟아 초산과 초산비닐 생산공장을 증설했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모든 사업 영역에 걸쳐 '친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공생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롯데는 3대 중점 실천과제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을 선정했다. 과제별로 관련 계열사의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목표를 추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자체 자원 선순환구조인 '5Re 모델'(Reduce, Replace, Redesign, Reuse, Recycle)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재생 폴리프로필렌'(PCR-PP)이 대표적이다. 이 소재는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수거 후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료로 만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기준에 적합한 가공 공정을 거쳐 PCR-PP로 재탄생한다. 이 외에도 롯데케미칼은 다양한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모바일과 TV 등의 생활가전에 적용하는 등 플라스틱의 사용주기를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27일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가운데),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와 함께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둘러보고 있다. 2020.6.28/뉴스1 © News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27일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가운데),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와 함께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둘러보고 있다. 2020.6.28/뉴스1 © News1

◇"오프라인 경쟁력 높이고 온라인은 투자 확대"

유통 부문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온라인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롯데백화점은 오프라인 점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객경험 차별화에 나선다. 점포 유형별 특성에 맞춰 상품기획자(MD) 및 고객 전략을 세분화해 점포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새로운 고객층인 MZ 세대(1030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도 강화한다. 2021년에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아울렛 의왕점을 신규 출점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 등 식품 상품군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한편 '온라인 배송' 경쟁력을 강화에 역량을 집중한다.

대표적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배송 거점'을 삼는 스마트스토어와 세미다크스토어를 전격 확대한다. 특히 세미다크스토어는 올해까지 29개 점포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미다크스토어는 매장 후방에 핵심 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것으로, 오프라인 영업과 온라인 주문 대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이다.

롯데온(ON)을 운영하는 롯데e커머스는 올해 식품 강화, 고객 확보, 물류 시스템 향상 등을 중점 사항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롯데마트, 롯데슈퍼의 믿을 수 있는 신선식품 및 유명 맛집 간편식(HMR) 등 식품 상품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행사를 펼치는 한편, 엘포인트(L.Point) 온라인 사용을 활성화해 우수 고객 확보에도 힘쓸 예정이다.

또 롯데온을 기반으로 각 계열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배송 서비스도 확대·강화한다. 신규 서비스인 '1시간 배송'을 론칭해 신속 배달 사업을 크게 키운다는 그림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충북 진천군 초평 은암산업단지에 3000억원여를 투자해 연면적 18만4000㎡(5만5600평), 지상 3층 규모의 '택배 메가허브터미널'을 건설하고 있다. 목표 완공연도는 2022년이다.

택배 메가허브터미널은 하루 평균 150만개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다. DT 기반 최첨단 창고시설, 원스톱 물류 시스템 등 고도화된 물류기술을 집약해 롯데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정보통신은 경기도 안성에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수요, 생산, 재고, 유통 등 전 과정에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생산성 및 품질을 향상시키는 지능화된 공장을 뜻한다. 롯데칠성음료의 국내 6개 공장 중 가장 큰 규모인 안성 공장은 칠성사이다를 포함해 탄산, 주스, 커피 등 칠성의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롯데는 이곳에 5년간 약 122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2018년 하반기부터 추진해왔다.

안성공장에는 각 생산 라인별 모든 설비의 상태 및 생산량, 진도율 등의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전송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생산, 품질, 설비 등과 관련된 주요 지표 관리 및 실시간 제조 이력 추적도 가능하다. 수요 예측, 재고 운영, 생산계획으로 이어지는 업무 프로세스도 자동화돼 변수에 대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스마트 팩토리를 찾아 "안성 스마트 팩토리는 올해 주요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그룹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향후 먹거리 안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원자재부터 제품 생산까지 제조 이력 추적이 가능한 만큼 식품 안전 대응 체계를 통해 국민 안전에 기여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 '시그니처 DDR점'(세븐일레븐 제공)© 뉴스1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 '시그니처 DDR점'(세븐일레븐 제공)© 뉴스1

◇'디지털 전환'은 숙명…AI·빅데이터 첨단 기술 투자

전 계열사에 걸친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장환경이 '언택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숙명'으로 다가왔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7월 한국IBM과 '인공지능(AI) 기반 기상 예측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6개월 이상 일(日)단위 기상 예측 정보 제공하고, 기상 상황별 상품 수요 예측 모델 구현 등에 관해 협업한다.

또 롯데홈쇼핑은 한국IBM이 AI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분석한 기상 예측 정보를 전달받아 상품 기획, 편성,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한편 기상 상황과 상품 수요 변동 관계를 도출해 현재 운영 중인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에 적용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패션 소품을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 '리얼 피팅'도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리얼 피팅 메뉴를 클릭한 뒤 휴대폰 화면에 얼굴을 비추면 자동으로 착용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얼굴 움직임에 따라 실제 상품을 착용한 것처럼 패션 소품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현재 해외 유명 브랜드의 선글라스, 안경 상품에 적용됐으며, 향후 모자, 목걸이, 시계, 반지 등 주얼리 상품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다양한 첨단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언택트 쇼핑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보안 프로그램을 강화한 무인 자동화 편의점 '시그니처 3.0'을 일반 길거리 상권까지 진출시켰다. 시그니처 3.0 매장 구석구석에는 롯데정보통신, 롯데알미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롯데 계열사의 IT 역량과 신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롯데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1위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하고,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DT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ESG 경영, 브랜드 가치 강화 등 차별적인 기업가치를 창출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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