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루다'가 쏘아올린 남녀 갈등…알페스·딥페이크 논란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 2021-01-15 07:00 송고 | 2021-01-15 09:31 최종수정
스캐터랩이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캡처) © 뉴스1
스캐터랩이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캡처) © 뉴스1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혐오·차별 발언과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각종 논란을 빚고 서비스를 중단한 가운데 해당 논란이 젠더 갈등으로 옮겨붙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알페스' 이용자와 '딥페이크' 이용자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알페스 이용자들의 처벌을 원하는 이 글에 참여한 인원은 19만명을 넘었으며 딥페이크 이용자들의 처벌을 원하는 글에 참여한 인원은 34만명을 넘었다.
스무살 여성 대학생으로 설정된 AI 챗봇 '이루다'의 성착취를 비판한 이용자가 주로 여성이었다면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달라는 이용자는 주로 남성이다. 이에 여성 이용자들은 '딥페이크' 이용자를 처벌해달라며 한데 뭉쳤다.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란 아이돌 멤버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으로, 알페스 콘텐츠는 여성·남성 아이돌 가릴 것 없이 양산되고 있으나 남성 아이돌을 다룬 소설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편집물이다. 기계학습을 뜻하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주로 음란물 제작에 활용된다. 네덜란드 보안업체 딥트레이스(Deeptrace)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딥페이크 영상은 1만5000여개에 달하는데 그중 포르노 영상이 96%를 차지하며 피해자 중 한국 연예인이 25%다.
갈등에 불을 붙인 격이 된 이루다는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으로 출시한 대화형 AI 챗봇이다.

기존 챗봇들보다 자연스럽고 친근한 말투로 인기를 끌며 순식간에 10대~20대를 중심으로 75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으나 지난달 30일 한 커뮤니티에서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무리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여성 이용자들 중심으로 이루다를 성희롱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공격이 빗발하자 남성 이용자들은 여성 이용자들이 주로 즐기는 알페스 문화 역시 n번방 사태에 버금가는 성범죄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캡처)© 뉴스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캡처)© 뉴스1

래퍼 손심바는 최근 자신의 SNS에 "알페스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실존 연예인을 대상으로 변태적 수준의 성관계와 성고문, 혹은 성폭행하는 상황을 설정한 소설들로 가득 차 있다"며 "n번방 사건을 잇는 우리 사회가 경계하고 뿌리 뽑아야 할 잔인한 인터넷 성범죄"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루다의 부활을 바라는 이용자들은 남초 커뮤니티 및 디스코드(비공개 메신저) 방을 통해 '알페스'를 이슈화했고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이용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도록 '총공'에 나섰다.

이로인해 이루다의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11일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후 포털에선 '알페스', '알페스 뜻' 등 알페스와 관련된 검색어가 연일 순위에 오르내렸다.

알페스 문화에 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성 이용자들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연예인·일반인의 사진과 영상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을 무분별하게 유포·이용하고 있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알페스 이용자 처벌을 바라는 이용자들과 마찬가지로 '딥페이크'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끔 한데 뭉쳤다. 이때문에 알페스와 마찬가지로 딥페이크와 관련된 검색어는 연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가는 이같은 양상이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비껴갔다고 지적한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알페스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으나 '여자도 남자들한테 똑같이 해'라는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문제"라며 "본질에서 벗어나 이슈를 남녀 갈등 문제로 뭉개버리려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성별을 떠나서 본질을 파악하고 따로 봐야 할 사안에 대해서 상대방에 대해 지적하다 보니 '남녀가 싸우고 있구나' 이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가부장제·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 차이의 구조를 바라보지 못하고 남녀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v_v@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