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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마일' 丁총리, 이재명에 독한 말…등판 앞두고 몸풀기?

'보편 지원' 이재명에 "단세포적 논쟁 벗어나야…지역화폐 이유 모르겠다"
흔들리는 이낙연 대신해 선두 치고 나오는 이재명 견제 본격화 관측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2021-01-07 17:40 송고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스1 © News1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스1 © News1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논의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공개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평소 '미스터 스마일'로 온화한 이미지의 정 총리가 이 지사를 '정조준' 한 것을 두고, 대선 잠룡인 정 총리가 경선전 본격 등판을 앞두고 몸풀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 이 지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 발언' 등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한층 치고 올라오고 있다. 정 총리는 이 대표와 같은 호남 출신이다.

◇정총리 "지역화폐로 지급? 국가 차원에서 굳이 왜" 이재명에 견제구

정 총리는 지난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과 관련해 "필요하면 해야 한다"라며 "재정건정성보다 중요한 게 민생이다.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정 총리의 언론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재정건전성보다 민생이 중요하다는 총리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재정건전성의 척도가 GDP 대비 부채의 비율이기에 적극적 재정지출로 GDP를 방어하지 않으면 약도 안쓰고 병이 악화되기만 기다리는 격이라는 사실을 부연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 지사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의원, 기획재정부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며 지역화폐를 통한 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원을 건의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지사는 5일 "어려운 계층에 집중 지원하자는 논리는 언뜻 그분들께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재난소득 지급의 사회적 동의 지반을 좁히게 된다"며 "내기만 하고 받는 게 없는 세금은 거센 조세저항을 불러 정책을 지속할 수 없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줄곧 주장해온 것처럼 전국민 재난지원급 지급을 거듭 주장하면서 여기에 더해 이를 '지역 화폐'로 주자는 주장이다. 

이에 정 총리는 7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총리는 "저는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라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다.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라고 이 지사의 '보편 지원' 주장을 비판했다. 

또한 지역화폐 지급 제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투입한 재정이 효과를 내려면 '조기에', '지원이 절실한 분야에' 소비돼야 한다"라며 "이런 효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신용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해도 아무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는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지역화폐의 장점을 제한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결국 이 지사가 그동안 보편적 재난지원금 주장이나 지역화폐 논의를 앞장서며,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온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시선을 정 총리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다만 "우리는 원팀이다. 지금의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힘을 모아 같이 가자"고 점잖게 글을 맺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사면카드'에 흔들리는 이낙연·치고 나선 이재명…정세균 등판했다

정 총리의 이번 메시지는 정부 입장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한번쯤 짚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뉴스1에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지도 않은 시점인데 벌써 그런 이야기들(4차 재난지원금)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 총리의 생각"이라며 "좋은 주장이라고 해도 실행할 수 있고 효과가 분명한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평소의 소신을 강조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총리가 '원팀'을 강조한 것에 대해 "이 지사도 민주당 소속인데 여당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지 '지르는' 방식으로는 정책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 총리의 이날 고강도 언급을 최근 여권 대선 구도와 연결시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초부터 이낙연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가 여권 지지층의 역풍을 맞고 있고, 반면 이 지사는 연말 연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1위를 기록하는 등 눈에 띄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사면 반대 응답이 88.8%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7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결과 이 지사는 직전 조사보다 3%p 상승한 24%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이 대표는 3%p 하락한 15%로 3위로 내려앉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p)

정 총리는 아직 총리직 수행에 전념해야 할 상황이지만 대선 도전에 대한 뜻은 접지 않고 있다. 

정 총리가 여의도로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지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이번 재난지원금 논란과 같은 정책 사안 정도다.  

최근 이 대표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것도 눈여결 볼 대목이다. 여의도에서는 정 총리의 대권 계획에 대해 "호남 주자로서 이낙연 대표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정 총리의 독해진 모습이 본격적인 등판에 앞서 예열을 시작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총리는 각종 인터뷰에서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 국무총리로서 코로나19 등 위기 극복에 집중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꾸준하게 존재감을 드러나고 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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