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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경제에 인간의 손길을 더하라

[NYT 터닝 포인트 202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1-01-03 09:14 송고 | 2021-01-03 09:32 최종수정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1'이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치유와 변혁의 시대: 공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터닝 포인트: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음식 배달에서 의료에 이르기까지 인적 접촉이 없는 비대면 상호작용 트렌드가 널리 확산하고 컴퓨터와 다른 기술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자동화, 로봇공학, 인공지능(AI) 기술이 지난 수년 동안 우리 인간의 일상적인 업무를 떠맡아오고 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은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인간의 안전이라는 세 가지 필수요건들에 힘입어 이 같은 추세를 급속도로 부추겨왔다.
별안간 인간끼리의 접촉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자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더 갈망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택배회사, 배관공, 심지어 일부 의료 사업자들은 ‘무접촉’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만나는 식사 모임이나 대면 모임의 기회를 그 어느 때보다 소중히 여기며 즐기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AI 경제의 미래에 직면해 있다. 특히 2020년은 인적 접촉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가르쳐준 해다.

1983년 AI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했을 때 나는 카네기멜런대학교의 박사 과정 지원서에서 AI를 ‘인간 사고 과정의 정량화, 인간 행동의 탐구, 그리고 인간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우리의 최종 단계’라고 설명했다. 어떤 면에서는 틀렸고 또 어떤 면에서는 옳았던 설명이었다.
AI 프로그램은 많은 작업에서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고 심지어 능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AI를 통해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먼저 진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상적인 일의 기계적인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 우리의 인간성과 우리 사이의 온정적인 인간관계 구축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때문에 대체되고 있는 많은 일자리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AI가 비용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인간보다 훨씬 더 일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겠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일자리 변동도 초래될 것이다. 내 책 『AI 슈퍼파워: 중국, 실리콘밸리, 그리고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나는 2033년까지 AI와 자동화가 우리 일자리의 40~50%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제 수백만 명의 실직자에 대비하고 동료이자 도구인 AI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을 재교육하기 위해서 나는 재학습(relearn), 재교정(recalibrate), 부흥(renaissance)을 지향하는 3R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 시대의 중심적인 경제 이슈인 AI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또한 어떻게 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거창한 재검토의 일환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자 가장 쉬운 일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경고를 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들에게 관련 분야의 AI 기술을 다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AI가 절대로 완벽하게 완성할 수 없는 ‘인간의’ 기술이 여전히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창의성, 사회적 상호작용, 인간의 정교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 그리고 물론 사람의 조작이 필요한 AI를 사용하는 도구 등이 이에 포함된다.

직업학교는 교과 과정을 재설계해서 지속 가능한 직업을 위한 강좌를 늘릴 필요가 있다. 정부는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은 광범위한 경제 대책을 맹목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대한 성과급과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또한 아마존의 직업 선택 프로그램과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의 임시직 직원들이 항공기 정비, 컴퓨터 지원 설계, 간호 등 수요가 많은 직업에서 학위를 딸 수 있도록 4년간 매년 최대 1만 2,000달러(약 1,360만 원)를 지급한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과 무관하게 간호사와 같은 인간 중심적인 서비스 직종의 중요성과 수는 부와 수명이 향상됨에 따라 더불어 증가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유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인 ‘모두를 위한 건강과 행복’ 달성에 필요한 보건의료 종사자 수가 약 1,800만 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하면서도 저평가된 인간 중심적 서비스의 역할을 인식과 임금 면에서 모두 재평가해야 한다. 이 직업들은 새로운 AI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사람들을 궁극적인 AI 주도 경제로의 전환에 대비시킬 때, 우리는 또한 오늘날의 많은 직업을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 전 소프트웨어가 그랬던 것처럼, AI도 수많은 데이터를 휘젓고 대안의 가설을 세우거나 결과를 최적화하는 컴퓨터의 가차 없는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창의적 사고를 증대시킬 수 있다.

AI 도구는 단 하나만 통칭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직업과 용도에 따라 맞춤화된 특정한 도구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제약 연구자들을 위한 AI 기반의 분자 생성 프로그램, 마케팅 전문가들을 위한 AI 광고 기획 프로그램, 언론인을 위한 AI 기사 오류 점검 프로그램 등이 생겨날 것이다.

AI 최적화와 인간의 손길을 병합하게 되면 많은 일자리를 재창조하고 새로운 일자리 역시 훨씬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다. AI는 인간들과 함께 일상적인 일을 처리할 것이며, 인간들은 인간성이 더 요구되는 일을 수행할 것이다. 이를테면, 미래의 의사들은 여전히 환자에 대한 대면 진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겠지만, 최상의 치료법을 위해서는 AI 진단 기구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의사의 역할은 동정심이 많은 간병인으로 전환되고, 이에 힘입어 환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바일 인터넷 기술이 우버 운전기사를 탄생시킨 것처럼 AI의 등장도 우리가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자리의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오늘날 그러한 예로는 AI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등급 분류자, 로봇공학자 등이 있다. 이러한 직업의 출현을 주시하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이들을 위한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부유한 도시와 상인들이 국가의 르네상스에 자금을 지원했듯이 우리는 AI가 국가에 르네상스의 영감을 불어넣기를 바라야 한다. 새로운 경제에서 기계가 많은 업무와 과제를 떠맡게 되면 AI는 전통적인 작업 패턴에 유연성을 주입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재고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평일의 일상 업무와 은퇴의 시기까지 모두 바꿀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에서 더 많은 자유와 시간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더욱 자유롭게 그들의 열정, 창의성, 재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같은 개인적인 탐구 활동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직업 경력을 쌓게 될 것이다.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도 작품 구성, 실험, 나열 및 다듬기의 도구로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설가, 언론인, 시인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글을 쓸 것이다. 교육자들은 학점 관리와 서류 작성 등 따분한 작업에서 벗어나 마침내 호기심, 비판적 사고, 창의성을 길러주는 강의를 준비하는 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사들은 AI 프로그램을 통해 사실과 수치를 가르치는 데 도움을 받아 학생들의 감성적 지성을 발달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R은 인류를 위한 전대미문의 사업이다. 기업들은 엄청난 수의 실직 근로자들을 재교육해야 한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재분배해서 이러한 전환을 실행할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는 창의적, 사회적, 다학제적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한 교육을 재창조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노동 윤리, 시민을 위한 지원, 기업에 대한 책임, 정부의 역할 등 모든 것은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

이 모든 일에서 AI 기술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제대로 이용한다면 AI는 창의성과 서로에 대한 연민은 물론 인간성도 포용할 수 있도록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리카이푸는 컴퓨터 과학자, 사업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벤처 캐피털 투자회사인 시노베이션 벤처스의 최고경영자(CEO)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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