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방역 후순위' 교정·요양시설 집단감염…사회취약층의 비극

3밀 구조·격리, 연쇄감염에 최적화…방치·늑장에도 무방비
고시원·이주민 숙소도 위험…"수시검사·종사자 관리 절실"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2021-01-01 08:00 송고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입구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문객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부터 내년 1월 13일 까지 2주간 전 교정시설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한다. 2020.12.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입구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문객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부터 내년 1월 13일 까지 2주간 전 교정시설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한다. 2020.12.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교정시설·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이곳들은 사실상 방역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사회 취약계층 대상 시설이다. 이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 방역당국의 늑장대응이 확진세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집단감염 사례가 서울 송파구 소재 동부구치소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동부구치소의 누적 확진자는 918명이다. 30일 동부구치소 수용자 1298명을 상대로 4차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날 126명이 추가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국 요양병원에서도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3차 대유행 이후 서울 구로구 요양병원,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병원, 청북 충주시 참사랑노인요양병원, 울산 남구 요양병원 등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3밀'구조·격리 조치, 바이러스 퍼질 수밖에 없어

외부와 격리된 데다 다수가 밀집해있는 '3밀' 구조가 확진세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부구치소는 12층짜리 아파트형 건물 5개 동이 연결된 구조로, 한 방에 많게는 7명까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에는 한 재소자가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 쓰인 손피켓을 창문 밖으로 내보이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재소자 2419명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어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고, 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복도와 문을 통해 바이러스가 섞인 공기가 유입돼 연쇄 감염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 현황 및 대책 브리핑'에서 시설 내 확산 원인을 △고층빌딩 형태의 건물 5개동과 각 층이 연결돼 있는 시설 구조와 취약한 환기 설비 △비좁은 공간에 다수의 수용자가 밀집해 생활하는 수용환경 등이라고 밝혔다.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조치로 인해 확진자·사망자가 더 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일부 요양병원에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내부에서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해 확진자·비확진자 간의 교차 감염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또 고령에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은데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확진판정을 받고도 감염병 전담병원 등으로 옮겨지지 못해 사망한 환자는 30일 기준 53명에 달한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코로나 확진 후 폐렴·패혈증 등으로 발전하면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요양병원의 경우 코호트 격리로 인해 밖으로 나올수 없어 사망자가 늘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법무부·방역당국의 늑장대처 '확산세' 부채질

법무부와 방역당국의 늑장대처 역시 집단 감염을 확산시키는 주 원인으로 손꼽힌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약 3주 뒤인 지난 18일 처음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천 교수는 "광주교도소의 경우 교도관이 확진판정을 받자마자 확진자와 접촉자를 바로 분리하고 마스크도 지급했기에 확진자가 20여명에서 그칠 수 있었다"며 동부구치소의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교정시설 내 밀집수용·마스크 미지급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언론보도를 통해 "동부구치소가 강당에 180명을 한꺼번에 몰아놓고 몇 시간을 대기하게 했다", "열이 나도 감기약만 처방하고 검사를 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금시설이 갖고 있는 한계와 선제적인 방역 조치의 미흡으로 이번 사태가 발생했음에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늑장대처를 일부 인정했다.  

코호트 격리가 된 요양병원에서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나서야 간병인,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인력이 투입되고 확진자 전원 조치가 이뤄졌다.

31일 기준 누적확진자가 192명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은 첫 확진자 발생 보름여만인 이날 확진자 이송이 마무리됐다. 간호사 24명, 요양보호사 8명 등도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의료진과 간호진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간병·간호 인력 부족 문제와 환자 이송을 호소한 바 있다. 글을 올린 의료진 A씨는 "중수본에 요양병원 및 요양원 등 시설에 대한 특수반을 설치해서 전 행정력을 동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 남아있던 확진자들의 전원 조치를 발표한 31일 오후 해당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병실 거리두기를 위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 남아있던 확진자들의 전원 조치를 발표한 31일 오후 해당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병실 거리두기를 위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방역 우선순위 밀린 취약계층, 더 확대될 가능성 있어

교정시설·요양병원에서의 집단감염의 경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취약계층 시설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방역 우선순위에서 밀린 취약계층이 모인 집단시설에서 언제든지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모란 국립암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장애인 요양시설, 산후조리원 등 모든 종류의 집단시설이 위험하다"며 "매일 출퇴근하는 집단시설의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새로 입소하는 사람들 역시 위험요소"라고 말했다.

천 교수도 "재활병원, 고시원, 어르신관련 시설, 건설현장 숙소 등 여러 사람이 모여서 생활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는 곳 등에서도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주민 근로자 숙소,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교회 숙소 등도 감염 위험지로 꼽았다.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경우 적절한 치료·관리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집단시설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진단 검사를 수시로 하고, 시설 종사자 등에 대한 관리·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천 교수는 "전수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며 "각 가정·시설 등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나눠주고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병인이나 시설 종사자들이 매일 마스크를 새로 낄 수 있게 마스크 비용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기 교수 역시 "시설 종사자들이 시설 밖에서 외부인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동선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지금 상황에서는 진단 검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raining@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