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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8년 30대 아동성폭행범 항소심서 무죄…왜?

재판부 "증인 진술 번복, 피해자 진술 신빙성 없어"
피해자 어머니, 증인에게 "피고인 감옥 넣게 해줘" 부탁 드러나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2020-12-26 11:41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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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3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핵심 증인의 진술 번복과 피해자 가족이 해당 증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부탁한 사실이 밝혀진 점 등이 ‘무죄’ 선고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34)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1월 전북 남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자고 있던 피해자 B양(13)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동네 선배의 부탁을 받았다. 'B양의 가족 5명과 잠시 동안 함께 생활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당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던 A씨는 이를 승낙했다.

B양의 가족은 거처가 정해질 때까지 A씨의 집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A씨는 큰 방을 쓰고 작은방은 B양 가족들이 쓰기로 했다.
하지만 B양 등은 비좁은 작은 방보다 넓고 침대가 있는 큰 방을 좋아했다. 사건 당일도 B양과 B양의 언니, B양의 친구 C군 등 2명을 포함해 총 4명이 큰방에서 놀다가 잠이 들었다. C군은 침대 바닥에서 나머지 3명은 침대에서 잠을 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늦은 밤에 발생했다.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A씨는 침대에서 B양 등 3명이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봤다.

A씨는 B양이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성폭행했다. 잠을 자다가 성폭행을 당한 B양은 A씨의 어깨를 손으로 밀고 빠져나왔고 A씨는 술에 취해 그대로 침대에서 잠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을 당한 B양은 이 같은 사실을 가족이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10개월 뒤인 2018년 11월, B양은 또 다른 사건으로 전북의 한 아동보호기관에서 상담을 하다 이 같은 내용을 털어 놓았다.

이에 보호기관은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피해자를 성폭행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사건 당시 같이 있던 증인이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 하는 점 △피해자가 거짓으로 피고인의 범행을 꾸밀 동기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린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점, 피해자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앞으로도 그러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 점 등에 비춰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전주지방법원 전경/뉴스1 DB
전주지방법원 전경/뉴스1 DB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다시 살펴봤을 때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시간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다른 사람의 진술과 배치되는 점 △사건 현장에 있던 증인이 원심과 다르게 진술을 번복 한 점 △원심에서 해당 증인에게 피해자 어머니가 “피고인을 감옥에 넣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점 등 여러 사정을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 조사와 피해자를 포함해 증인을 불러 면밀히 심리한 결과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할 정도로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피해자의 진술과 여러 증인들의 진술이 배치되며, 피해자가 지목한 침대에서 함께 자고 있던 친구와 언니를 깨우지 않고 피고인이 범행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시기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며 “이러한 여러 사정을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이 피고인의 유죄를 확증할 수 있는 신빙성을 갖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hada072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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