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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톡톡]무한 확장하는 무신사 "초심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올해 거래액 1조원 눈앞…亞 최대 커머스 플랫폼 자리 넘봐
일각선 급격한 외형성장에 '우려'…"내실있는 성장 꾀해야"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2020-12-16 07:22 송고 | 2021-01-18 09:26 최종수정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지난 2001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했던 무신사가 '패션 공룡'으로 거듭났습니다. MZ(밀레니얼·Z)세대에서 무신사를 모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습니다.

기성세대들은 "무신사가 얼마나 대단하냐"고 생각하겠지만, 무신사는 이른바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들' 일명 패피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스트리트 패션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절대적인 존재로 떠올랐지요.
거래액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난 2013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은 지난해 9000억원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요. 올해는 거래액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습니다. 패션 업체로는 이례적인 성과입니다. 특히 국내 유니콘 기업 가운데 실적도 뛰어난 축에 속해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2009년 본격적으로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온라인 편집숍으로 변신한 후 차근차근 성장 계단을 밟았는데요. 이제는 아시아 최대 커머스 플랫폼의 자리를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죠.
몸집이 커진 무신사는 최근 외형 성장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규모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데요.

지난 2017년 PB(자체) 패션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가 그 첫 성과입니다. 지난해에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업계 1위 유니클로의 기세가 꺾이자 반사이익을 얻으며 급성장했습니다. 토종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지요.

그런데 무신사는 올해부터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큰 악재에도 말이죠. 지난 7월에는 스니커즈 리셀 마켓 '솔드아웃'을 선보였습니다. 한정판 운동화 리셀 시장의 몸집이 커지면서 커뮤니티가 아닌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달에는 스니커즈 전문 유튜버인 '와디의 신발장' 고영대씨와 손잡고 '오리지널 랩'을 설립하며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패션 분야 인플루언서를 육성하고 국내외 스트리트 문화를 중심으로 독창성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겠다는 포부인데요.

눈에 띄는 것은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닌 패션 생태계 구축에 힘쓰는 무신사의 행보입니다. "잘하는 것을 잘하자"라는 조만호 대표의 경영철학이 녹아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무신사의 급격한 몸집 불리기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무리한 외형성장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선데요.

실제 무신사가 덩치를 키우면서 지향점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거에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전개하며 무신사만의 색깔로 승부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주요 패션 대기업 브랜드가 앞다퉈 입점하면서 부터일까요. 지난 10일에는 모바일앱에 골프 카테고리도 신설됐습니다. 스트리트 패션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무신사가 최근 특색을 잃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이대로 간다면 견고했던 스트리트 패션 마니아 층의 이탈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여기에 CS(커스터머서비스) 관련 잡음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습니다. 매년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반품·교환 기간이 길어지는 등 쇼핑 플랫폼의 기본적인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인데요. 

3년째 무신사를 이용하고 있는 A씨도 "최근 몇년새 무신사가 선보이는 패션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질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면서도 "정작 쇼핑 반품·교환을 비롯해 CS 관련 문의 처리는 늦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경쟁자들의 추격도 매섭습니다. 상대는 무려 대형 IT 업체인 네이버의 '미스터'입니다.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플랫폼 공룡인 네이버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죠. 여기에 패션 플랫폼 2위 W컨셉의 남성 전문 쇼핑몰 '디스탠스'도 가세했습니다.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서도 승기를 잡는게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올해 초 네이버가 자회사 스노우도 '크림'을 선보이며 무신사의 '솔드아웃'보다 먼저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무신사가 여태까지 국내 패션 생태계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국내 패션계에 온라인 구매 트렌드를 선도한 것도 무신사입니다. 여전히 영향력도 막대하지요. 다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회사를 유니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고유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 '무신사'다운 행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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