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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배당 여력 충분한데…금융당국 자제 압박에 '딜레마'

충당금 적립 확대에도 금융지주 실적 견조한 편…주주와 약속도 부담
"코로나 장기화 대비해야" vs "번 만큼 주주환원 당연…과도한 개입"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김도엽 기자 | 2020-12-10 06:02 송고 | 2020-12-10 08:39 최종수정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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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배당을 자제하라고 압박하고 나서면서 금융지주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금융당국의 압박은 실물 경기 지원에 쓸 실탄을 최대한 아껴두고,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쌓아두라는 의도다.

반면 금융지주들은 이미 충분히 충당금을 쌓아 대응 여력을 마련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민간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미 주주들에게 주주가치 제고를 수차례 약속한 상태다. 이들이 말하는 주주가치 제고는 배당 확대 또는 중간배당 실시를 의미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배당을 소폭이라도 확대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 관계자들에게 배당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전달하는 방식은 요청이지만 금융지주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끼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중간배당 최소화, 분기배당 도입 또는 배당 확대 자제 등 금융당국의 권고를 이미 따랐는데, 내년 초 결산 이후 진행될 결산배당까지 제약이 걸리면 더이상 주주들을 달래기 어려워진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는 이미 많은 주주들에게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한 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9월 1조152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과정에서 홍콩계 사모펀드가 유상증자 참여 조건으로 분기배당을 정관에 넣자고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타 금융지주들도 매 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이나 주주총회 때마다 주주들에게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지주 실적이 코로나19 대비 충당금을 상당부분 쌓았음에도 견조한 상황이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7월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2000억원 넘게 더 쌓았음에도 이익이 증가해 손실흡수 능력이 충분하고 보고 지난해와 같은 수준(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하나금융 관계자는 "중간배당을 해도 은행 자금 공급기능에도 훼손이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중간배당 자제 요청이 있었지만 재무건전성 유지에 자신감을 보이며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지난 3분기 KB금융(1조1666억원)과 신한금융(1조1447억원)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각각 24.1%, 16.6% 증가했다. 하나금융 순이익은 7601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9.1% 줄었지만 누적 기준 2조106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479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4860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충당금 증가로 1000억원대에 그친 것에 비하면 양호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사실 번 만큼 주주들에게 돌려 주는 게 당연한 건데 금융당국이 개입해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이지만, 내년 초 결산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금융당국과 배당 수준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된 상황이어서 배당을 소폭 확대하더라도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코로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표면적으로나마 배당 자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배당과 관련해선 이미 어느정도 이야기가 오고 갔기 때문에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율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금융당국도 우리의 입장을 완전히 모르거나 부정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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