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빅테크 잡으려고 순혈주의 깨는 은행…디지털 지휘관 외부 영입

신한·농협 이어 하나도 디지털부문 임원 외부에서 뽑아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경쟁 본격화 위기의식 반영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20-12-09 06:01 송고
2020.9.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2020.9.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에서 디지털 전략을 맡을 임원을 뽑는다. '뱅커'인 내부 출신보다 외부 전문가가 이 시대의 흐름인 디지털 관련 전략을 수립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보수적이기로 손꼽히는 은행들의 이같은 행보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디지털 금융부문을 이끌 임원 1명을 뽑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삼성, SK, KT, 네이버, 카카오 등 출신을 가리지 않고 디지털 금융 관련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인물을 찾고 있다.
하나은행은 새로 영입할 전문가에게 디지털 금융 관련 전략과 국내 및 해외 디지털 관련 기업들과의 업무제휴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또 최근 디지털 트렌드에 맞춰 모바일 플랫폼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언하거나 하나금융지주 전체의 디지털 인재 육성 방향을 정하고 이를 시행하는 임무도 부여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원하는 조건만 놓고보면 디지털 부문 '지휘관'을 뽑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2018년초 김정한 전 삼성전자 DS부문 소프트웨어연구소장을 최고데이터책임자(CDO, 부사장)로 영입했다. 같은해 하반기부터는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지주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DT랩'을 만들어 김 부사장에게 지휘를 맡겼다. DT랩은 하나금융그룹에서 필요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핵심적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달 초 은행장 직속의 혁신 추진 조직인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를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어나갈 리더로 영입했다. 김혜주 상무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마이데이터 등 빅데이터 부문 전문가이며, 김준환 상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빅데이터 부문의 실력자로 평가받는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에도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영입한 뒤 최근 신설한 디지털혁신단장을 맡겼다.
농협은행은 지난 7월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디지털금융부문장(부행장)으로 영입한 뒤 조직 전체에 대한 디지털 DNA 이식 속도를 끌어올렸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디지털에 초점 맞춘 내년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지역화폐, 간편페이 등 각종 신결제수단의 카드시장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업무지원부를 신설했다.

또 '셀' 조직의 권한을 큰 폭으로 확대한다. 기존 농협은행은 모바일뱅킹과 자산관리, 대출 등 8개 사업부문에 프로젝트 팀 조직인 셀을 두고 이들에게 각 부서의 디지털관련 업무를 맡겨왔는데, 내년부터는 셀의 규모를 2배로 늘리는 동시에 셀에 디지털뿐만 아니라 개발과 마케팅 관련 업무도 맡기기로 했다. 대다수의 직원들이 깜짝 놀란 이번 파격적인 조직개편에도 이 부문장의 발언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한글과컴퓨터 대표 출신인 노진호 부사장이 디지털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디지털·IT부문장을 맡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은 그 어떤 업권보다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자리잡고 있어서 군대와 비교되곤 한다. 이런 은행들이 외부에서 전문가를 '지휘관'으로 앉히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빅테크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이들은 뒤늦게 디지털화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하지만, 은행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인재영입력이 있어서 비교적 단기간 내에 디지털 부문을 성장시킬 저력이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외부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결코 늦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jdm@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