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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게 섰거라"…네이버 남성 전문쇼핑몰 '미스터' 출시, 왜?

네이버, 지난달 말 쇼핑 카테고리에 '미스터' 베타서비스 신설
미래먹거리 키우기 나선 네이버, 쇼핑사업 다각화에 풀필먼트 확보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11-05 06:30 송고 | 2020-11-10 17:57 최종수정
네이버 남성 패션 편집샵 '미스터' 베타 서비스 시작 © 뉴스1
네이버 남성 패션 편집샵 '미스터' 베타 서비스 시작 © 뉴스1

네이버판 '무신사'가 출시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남성 온라인 패션 편집숍 '미스터'(MR)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 미스터는 '장보기'와 함께 네이버쇼핑 내 하나의 카테고리로 신설됐다.
미스터에는 나이키, 뉴발란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부터 구찌, 프라다 등 고가 명품까지 총 124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남성용 제품을 판매하며 신발, 의류, 지갑, 가방 등으로 품목도 다양하다.

미스터 이용자는 구매금액(전 상품 대상)의 3%를 네이버페이포인트로 적립받는다. 네이버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의 경우 최대 7%를 추가로 적립 받을 수 있다. 할인이 없거나 할인율이 낮은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하면 가격적인 면에서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패션업계는 네이버가 적립혜택과 다양한 상품군을 내세워, 남성 온라인 쇼핑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무신사'에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분석한다.

◇네이버, 무신사가 장악한 2040 男 패션시장에 도전장
지난 2001년 패션 정보를 공유하던 작은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무신사는 의류를 직접 판매하면서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대형 패션3사(삼성물산 패션·LF·한섬)의 매출이 한 자릿수 늘어나는 데 그치거나 정체된 것과 달리, 무신사의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

무신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2% 증가한 493억원, 같은기간 매출은 105% 증가한 2197억원이다. 지난 5년간 매출은 6배 이상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패션기업이 자사 브랜드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무신사는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찾아내는 무신사의 남다른 눈도 성장에 한몫했다. 무신사 입점 브랜드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무신사 전체 매출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것.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이용자의 55%가 남성이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의 70%가 여성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패션업계는 1020세대 중심의 남성 온라인 쇼핑시장이 3040세대로 확장하면서 '무신사'와 '디스탠스'(W컨셉의 남성 쇼핑몰) 등 전문쇼핑몰의 성장이 가파르다고 입을 모은다. 구매력 있는 3040세대가 패션업계의 주요 타깃군으로 떠오르면서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미스터에 있는 상품군은 저가보다는 중고가 상품으로 구성됐다"며 "무신사가 남성패션 시장을 꽉 잡고있고 W컨셉, 쿠팡 등이 남성 온라인 쇼핑시장 내 후발주자로 따라붙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점유율 1위 네이버, 쇼핑사업 다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거세다. 그동안 이커머스 시장은 이용자가 검색·유입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종합몰, 오픈마켓 형태가 주류였지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2세대 모델'로 지칭되는 라이브커머스, 큐레이션 쇼핑몰이 급속 성장 중이다.

네이버는 '국민 검색포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이커머스 트렌드에 맞춰 쇼핑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있다.

네이버 쇼핑은 검색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패션 업계는 네이버가 아직까진 1세대 플랫폼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스터 출시를 두고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이용자에게 상품이나 트렌드를 제안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 플랫폼 다양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연초 선보인 '크림'(KREAM)도 쇼핑 플랫폼 다양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 1월 말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크림은 'Kicks Rule Everything Around Me'의 앞글자를 딴 단어로, 개인과 개인간의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이다. 스노우는 상품 중개자로서 판매 상품을 보증하고, 검수를 거쳐 '합격상품'을 골라낸다.

구매한 신제품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리셀'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성행해왔다. 그중에서도 스니커즈는 활발한 '리셀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특정 운동선수들의 '시그니처' 스니커즈를 비롯한 한정판 스니커즈는 정가의 몇 배 이상으로 가격이 뛰기도 한다. 이에 '스니커즈 재테크'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니커즈 리세일 시장은 현재 2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오는 2025년 60억달러(약 7조116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네이버는 '블루오션'으로 구분되는 리셀시장과 남성전문쇼핑몰 시장의 틈을 파고들어 해당 영역에서 빠르게 승기를 잡을 전망이다.

◇"미래먹거리 키우자"…풀필먼트·빠른배송 위한 투자·지분스왑도 단행

미래먹거리인 이커머스를 키우기 위한 네이버의 움직도 바쁘다. 회사는 올해 초부터 한계로 지적되던 '빠른 배송'을 위해 투자와 지분스왑 등을 단행한 바 있다.

네이버는 지난 9월 패션테크기업 브랜디에 100억원 규모의 단독 투자를 단행했다. 브랜디는 투자 유치를 계기로 네이버와 함께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의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도소매상의 온라인 판로 개척과 풀필먼트(통합물류대행), IT 인프라 제공 등의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투자는 양사가 지난 5월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동대문 풀필먼트 서비스가 높은 출고율, 빠른 배송기간 등 성과를 내며 참여업체의 90% 이상이 서비스 연장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협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성사됐다.

브랜디는 2018년 국내 최초로 동대문 상품 판매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입, 상품 포장, 배송, 고객 응대까지 처리해주는 올인원 풀필먼트 서비스 '헬피'를 론칭했다. 최근 자회사를 통해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상을 위한 모바일 도매센터인 '트랜디'를 출시하여 기존 B2C(기업 대 소비자 거래)에서 B2B(기업 간 거래) 풀필먼트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또 네이버는 지난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의 상호 지분을 교환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e-풀필먼트와 허브 터미널, 글로벌 물류 인프라(기반시설)를 구축하고 있는 업계 선도기업이다.

네이버는 당시 "CJ대한통운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쇼핑플랫폼, 물류 인프라 등 각자 역량의 시너지를 도모하며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을 구축해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네이버의 이러한 움직임은 네이버쇼핑 분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네이버쇼핑은 연 25조원 수준의 거래대금(추정)을 보유한 시장1위 사업자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핀테크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한 바 있는데 커머스 또한 향후 별도법인으로 분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핀테크, 커머스 법인 모두 당장은 아니겠지만 향후 언젠가는 기업공개(IPO)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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