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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사건 재심청구인 윤성여, 수감생활 성실했던 밝은 사람"

18년 간 인연 이어온 청주교도소 교도관, 수원지법에 증인 출석
1988년 당시 화성署 형사계장 "뭘 잘못했다고 말할 지 모르겠다"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2020-10-26 21:05 송고 | 2020-10-26 22:20 최종수정
윤성여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증인 박모씨.© News1 조태형 기자
윤성여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증인 박모씨.© News1 조태형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공판이 26일 진행된 가운데 현직 교도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 복역한 윤성여(53)씨의 수감생활을 밝혔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이날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8차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으로 심리를 속행했다.
이날 1993~2017년 청주교도소 내 교도관으로서 윤씨의 수감생활을 직접 지켜본 박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이들은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도 지인관계로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박씨는 윤씨가 무기수에서 감형받아 2009년 8월 가석방 될 때까지 많은 도움을 줬던 인물 중 하나로 윤씨가 지난해 재심청구를 할 당시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하기도 했다. 

박씨는 "1994년 부녀자 살인사건과 이춘재 6차사건과 관련해 각각 화성경찰서에서 접견이 있는 것 외엔 윤씨에 대한 가족과 지인 등 이외 접견은 없었다"며 "당시 경찰의 접견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윤씨가 수감생활이 어려울 때마다 상담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또 윤씨가 출소할 시점에 맞춰 '뷰티풀라이프'(출소한 수용자의 활동을 지원 해주는 곳)를 소개해주는 역할도 했다.

그는 "윤씨는 무죄를 주장하고 다녔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의 진정성을 알 수 있게 됐다"며 "주로 가수 하춘하씨의 '무죄'를 부르고 다녔는데 수용자 사이에서도 자주 언급됐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죄를 받으면 '부모님에게 떳떳한 자식이 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당시엔 가슴이 아팠고 말도 믿었지만 어떻게 도와 줄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8차사건을 비롯,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의 소식을 언론보도로 접한 이들이 가장 먼저 연락한 것은 서로였다.

박씨는 "윤씨는 수감생활에서도 모두에게 먼저 인사하는 등 구김살이 없어 보였다"며 "당시 그 (8차)사건의 진범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할 정도로 밝게 지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반대로 1988년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으로 복무한 이모씨는 과거 수사기관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지시에 따랐을 뿐, 잘 모른다'는 등의 답변만 내놓기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가 시종일관 책임 회피성의 답변을 할 때마다 당시 화성경찰서 경찰관의 안일한 수사도 엿보였다.

또 이춘재가 자백한 사건 중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에 대해서도 "감식을 의뢰한 것은 기억나나 보고 받은 게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윤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당시 서류에 의해 근무하는 형사들이 조서를 작성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말씀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했다. 그 당시 나이가 40세도 안됐는데 경찰에 들어와 그러한 상상도 못할 일을…너무 억울하다"고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친 뒤 지난 1986~1991년 경기 화성과 수원지역, 충북 청주지역에서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총 10차례 강간·살해·유기한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에 대해 다음 기일에 출석을 예고했다.

이춘재 출석을 앞두고 변호인 측에서 2시간여 정도 주신문을 갖기로 했다. 검찰 측은 상황에 맞춰 보충신문을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복역 후 출소한 윤성여 씨가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9.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복역 후 출소한 윤성여 씨가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9.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박모(당시 13세)양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과거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윤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의 다음 기일은 오는 11월2일에 열릴 예정이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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