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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총장 유명희 열세 속 선전…당선 땐 정부 공 커

EU·중국·미국 등 강대국 지지표에 당락 결정 전망
합의 실패 시 표결 또는 임기 절반씩 맡는 방안도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20-10-26 06:10 송고 | 2020-10-28 15:23 최종수정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최종 라운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과 나이지리아 두 후보가 팽팽히 맞서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53)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66)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중 누가 되든 25년 WTO 역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이다.

WTO는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이달 27일까지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지 최종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후 컨센서스(전원합의제)로 11월 7일 전에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선호도 조사에서 한 후보가 압도적인 표를 획득했다면 28~29일쯤 선출자를 발표할 수 있지만, 비등한 상황이면 좀 더 선호도가 높은 후보 쪽으로 동의 절차를 거치는 컨센서스 과정을 밟아야 한다.

선호도 조사에서 과반수인 82표 이상을 확보하면 유리한 고지에 오르나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당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들 국가가 한 특정후보로 중지를 모으면 중소국가들은 대세에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로이터=News1
 
◇나이지리아 후보 우세 흐름…EU 표심이 변수

현재로선 최종 선호도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판세에선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유리한 쪽으로 흐르는 게 사실이다.

아프리카 출신이 WTO 사무총장에 한번도 당선된 적이 없어 지역 안배 차원에서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초반부터 형성돼 있었다.

그동안 사무총장은 유럽(아일랜드·이탈리아·프랑스) 세 차례, 아시아(태국), 남아메리카(브라질), 오세아니아(뉴질랜드)에서 한 차례씩 나왔다.

아프리카 우세 흐름을 증명이나 하듯 강력한 후보였던 나이지라아 출신 후보가 최종 2인 후보에 이름 올렸고, 오콘조-이웰라 후보 측은 이미 164개국 중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79표를 확보했다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27개 회원국을 둔 EU와 중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더 선호하고 있는 상황과 WTO 영향력이 센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이 대놓고 한국 후보의 선출을 꺼리고 있는 점 역시 우리에겐 좋지 않은 분위기다.

한 통상전문가는 "EU는 식민역사, 경제적 유대 관계로 연결된 관점에서, 중국은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은 EU·중국 표심이 누구한테 쏠리느냐가 당락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라고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전화 통화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뉴스1DB
 
◇유명희의 맹추격에 판세 비등…'정부 지원' 힘

이런 분위기 속 유 본부장이 판세를 뒤집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 본부장 자신이 사력을 다해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고, 강력한 정부 지원이 더해지며 최종 2인이 겨루는 결선 라운드가 유 본부장에게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개적이진 않지만 정부가 각국 지지표를 끌어오기 위해 코로나19 진단키트·마스크 등 개도국 지원을 약속하거나 다른 국제기구 선거에서 상대국을 밀어주는 주고받기 전략 등을 구사하면서 오콘조-이웰라 후보 못지않게 유 본부장도 과반에 가까운 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틈만 나면 외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유 본부장 지지를 요청하고 있고 정세균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 고위급 주요 인사들도 지지 호소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27개 회원국을 둔 EU 표심에 따라 컨센서스 진행 흐름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주로 유럽국가 정상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후보의 우세 속에 만약 유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에 선출이 된다면 정부 지원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지만 현재 정부 요직을 맡고 있지 않고, 최근 진행된 정견 발표나 언론 인터뷰 등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비전 제시가 미흡했고 약한 웅변력을 노출했다는 점도 유 본부장에겐 유리하게 작용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상대후보가 국제적으로 명망 있고 처음부터 유력한 후보였지만 1~2라운드 거치면서 우리가 무섭게 추격했고 현재 마지막 3라운드 상황은 비등하다"라며 "강대국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니 EU 등을 주로 공략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미 대선 겹쳐 선거 일정·당락 영향 미칠 수도

일부에선 컨센서스 도출에 실패할 경우 표결로 결정하거나 두 후보가 임기를 절반씩 나눠 맡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례도 있다. 지난 1999년 사무총장 선거에서 선진국이 지지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개도국 지지를 받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막판까지 경합했지만 합의에 실패해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두 후보가 3년씩 나눠 맡은 사례가 있다.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도 변수다. WTO 사무총장 선거와 일정이 겹친 만큼 미 대선 결과에 따라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늦추거나 최악의 경우 선출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사무총장이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면서 진행됐다. 총 8명의 후보자가 도전장을 내민 이번 선거전에 1~2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6명이 탈락하고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살아남았다.

사무총장은 4년 임기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G7(주요 7개국), G20(주요 20개국),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각국 정상간 모임에 참석해 국제무역 비전을 제시하고, WTO 각국 대사와 통상장관을 대상으로 WTO에 관한 운영과 핵심 이슈를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타협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건물 모습. © AFP=뉴스1



jep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