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건설ㆍ부동산

임대차법 3개월…전세 씨 마르고, 전셋값 천장 뚫렸다

전세매물 72% 급감, 전셋값 9년래 최대 폭 상승
집주인-세입자 갈등 확산…뾰족한 해법 없어 문제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0-10-26 06:05 송고
국내 한 부동산카페에 공유된 전세 임장 사진. 게시인은 아파트 전세매물을 보기 위해 9팀이 줄을 섰으며, 제비뽑기로 최종 계약자를 선정했다고 전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뉴스1

정부가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을 시행(7월31일)한 지 3개월이 다 됐지만, 대책 이후 전세 매물은 씨가 말라 전세난이 심화하고, 전셋값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도 전세 거주를 둘러싸고 분쟁과 소송이 잇따르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배려의 정(情)이 사라지고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셋값 9년래 최대 상승…최악의 '전세난'

26일 KB국민은행 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51% 올랐다. 전주(0.40%)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2011년 9월 둘째 주(0.62%)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 통계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무려 6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시장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전세수급지수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KB의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195.2를 기록해 2013년 9월 역대 최고치(196.9)의 턱밑까지 이르렀다. 지수 범위가 0~200인 것을 고려하면 전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23일 기준 1만605건으로,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인 약 3개월 전(3만8427건)보다 72.4% 급감했다. 강동구 대단지인 강동롯데캐슬퍼스트는 총 3226가구인데 현재 전세 매물은 2건에 불과하다. 906가구인 서대문구 홍제센트럴아이파크도 전세는 2건 밖에 없다.

2주 전 강서구에서는 아파트 전세 매물 하나를 두고 9개 팀(10여 명)이 몰려, 줄을 서고 제비뽑는 상황까지 연출돼 전세난이 얼마나 극심한지 실감하게 했다.

임대차법 개정을 주도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도,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힘에 따라 새로운 전세를 찾아야 하는 전세난의 피해 당사자가 돼 국가적인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집주인-세입자 갈등 확산…"정은 사라지고 독만 남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임대차보호법 개정 3개월이 다 되도록 임대차법에 대한 피해 및 대책 요구, 이로 인해 갈등을 겪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사연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간신히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게 돼 계약 연장이 가능해진 세입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으나, 집주인의 실거주 주장 등으로 새로 전세를 알아봐야 하는 임차인들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해 속이 타들어 간다.

집주인 입장에선 이사 계획을 밝혔던 세입자가 돌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매도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신규 실거주 매수자의 경우 입주가 불가능해져 중간에서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7월31일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8월과 9월 임대차 분쟁 상담 건수는 1만78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 로펌에는 임대차 문제 전담팀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차법 전엔 여유 있는 집주인은 전세금 인상 없이 '그냥 더 사시라'는 따뜻한 정도 있었는데 5% 상한제가 생기면서 무조건 올리는 분위기가 됐다"며 "집주인 실거주 의무까지 강화돼 서로 들어가 살려다 보니 갈등이 생겨 마음에 독을 품고 원수가 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 3개월 만에 또다시 추가 대책을 예고하고 나섰으나,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세입자들의 고통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2일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 대책을 다 검토해봤지만, 뾰족한 단기대책이 별로 없었다"며 "그러나 전세시장 불안정성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어떤 게 있는지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