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N인터뷰] '담보' 강대규 감독 "아역 박소이 눈물연기 위해 함께 울었죠"(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0-10-09 06:45 송고
'담보' 강대규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담보' 강대규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는 추석 기간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개봉 9일째인 지난 7일까지 1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극장으로 동원했다. 개봉 첫날에는 곽도원의 '국제수사'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로 시작하지 못했지만 이튿날부터는 역전을 이뤄 박스오피스 정상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난 '담보'의 강대규 감독은 "한마디로 운이 굉장히 좋았다"며 10여년 만에 새 상업영화를 선보이는 소감을 대신했다.
'담보'는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게 된 두석과 종배의 이야기를 그리는 휴먼 코미디 영화다. '해운대'와 '국제시장', '히말라야' 등 휴먼 드라마 장르를 선보였던 제작사 JK필름의 신작이다. '담보'는 '누가 봐도 JK필름이다' 싶은 작품이다. 두석 역의 성동일과 종배 역의 김희원의 콤비 플레이가 보여주는 웃음과 귀여운 아역배우 박소이의 사랑스러운 매력, 성인 승이 역할을 한 하지원의 감정 연기가 '하모니'를 이루며 '웃기다가 울리는' 전개를 보여준다.

"단편이라든가 이외의 영상 경험들이 있지만 장편 상업영화는 오랜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이 있었어요. 전작으로 데뷔했을 때 많은 관객들이 호응해주셔서 거기에 대한 부담도 있습니다. 데뷔 때보다는 더 잘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으니까요. 오랜 현장의 공백을 느끼지 않게끔,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습니다."
강대규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강대규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강대규 감독의 전작은 여자 죄수들이 결성한 합창단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렸던 '하모니'(2010)다. '하모니'에 출연했던 배우 김윤진과 나문희는 이번 영화 '담보'에 특별 출연해 예기치 못한 감동을 준다. '하모니'가 그랬듯 '담보' 역시 인간과 인간 사이 피어나는 정과 따뜻한 연대를 그렸다.

강 감독은 'JK 사단'이라고 불려도 좋을만큼 JK필름 대표이기도 한 윤제균 감독과 남다른 선후배의 연을 이어왔다. 윤제균 감독의 작품인 '해운대'의 조감독을 맡았고, 첫 작품 '하모니'도 JK필름의 작품이었다. 또한 JK필름의 또 다른 영화 '히말라야'와 '공조'의 각색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해운대'의 인연은 '담보'의 주요 배역인 하지원의 캐스팅으로도 이어졌다.
"(하)지원씨는 제작사 뿐 아니라 저와의 관계도 남달랐어요. 제가 '해운대' 조감독 뿐 아니라 이명세 감독님의 영화 '형사 Duelist'의 연출부도 했었거든요. '해운대'의 조감독을 했을 당시에 억척스러운 여성의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하는 모습이 좋았거든요. 좋았던 기억 때문에 '담보' 속 현재에서 과거로 찾아가는 화자의 입장인 인물로 하지원씨를 캐스팅하게 됐죠."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만큼 '담보'는 '믿고 보는' 캐스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성동일의 캐스팅은 무척 특별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성동일은 처음 JK필름이 준비 중이었던 SF 영화 '귀환'에 캐스팅 됐지만, 여러 이유들로 '귀환'의 제작이 미뤄지자 윤제균 감독의 제안으로 '담보'의 시나리오를 받아보게 됐다.

"(성동일씨가) '담보'를 보시고 이전 제안한 영화보다 더 마음이 끌린다고 말해주셨어요.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주셨죠. 제작진이 우선 성동일씨가 거절하면 다른 사람을 고민해보자고 얘기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누구나 이견없이 성동일 배우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담보'에서 가장 중요한 캐스팅 중 하나는 주인공 승이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아역 배우의 캐스팅이었다. 강대규 감독은 영화 촬영 직전까지도 아역 배우를 찾지 못해서 고심하고 있었다며 극적으로 아역배우 박소이를 캐스팅하게 된 과정에 대해 밝혔다.

"조감독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결국 마지막에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님이 제 사수기도 하니까 가서 찡찡댔죠. 그랬더니 자기가 준비하던 작품의 아역 배우 후보가 한 명 있는데 연기를 잘 하더라며 추천을 해줬어요. 그래서 '담보'의 오디션 때 박소이양을 포함시켜 오디션을 봤었어요. 많은 아이들이 아카데미에서 배운 연기를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게 하더라고요. 다른 아이들이 못 한다는 건 아니지만 박소이양이 그 아이들보다 자연스럽게 감정에 집중해서 전달했어요. 오디션에서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데 8세 짜리가 어떻게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놀라웠어요."
강대규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강대규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실제 박소이는 영화 속에서 어린아이답지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드러내면서도 때마다 보여주는 적절한 감정 연기는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강 감독은 아이 엄마에게 그 유명한 '레 미제라블' 동화책을 전달하며 동화 속 코제트가 '담보'의 승이와 비슷한 상황임을 알려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신마다 필요한 감정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눈물신을 위해 대화를 할 때는) 서로 가장 슬펐던 것을 생각하자고 했어요. 저는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만들 수 있다고 했더니, 소이는 동생을 생각하면서 만든대요. 그렇게 해서 만들었던 장면이 여러 장면 있는데 그 중에서 생각나는 장면은 차차차 노래 주점에서 '아저씨' 하면서 두석이 아저씨와 통화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런 통화 장면에서는 제가 두석이가 돼서 이 아이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감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함께 울었어요."

영화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면 쉽게 만들 수 없는 장면이었다. 강대규 감독은 낯선 촬영 현장에서 기성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해내야 하는 아역 배우의 고충을 누구보다 이해했고, 최대한 아이의 눈높이에서 영화와 연기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기성 배우들은 연기가 금방 돼서 서로가 서로 지적할 부분이 없어요. 그리고 그걸 맞춰가는 과정에서 다시 촬영을 반복하기도 하죠. 그런데 아이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어요. 저는 운이라면 운인데 '하모니'는 15개월 아이와 표현하고 만들어야 했죠. 그때 스태프 배우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 아이의 장면들을 만들었었어요. 소이 역시 아이이기 때문에 지도하는 것보다는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어요. 영화 속에 이 아이를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한 노력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아이 뿐 아니라 감독으로서 배우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일들도 소화해야 했다. 특히 앞서 하지원은 극중 대학생 승이 역할까지 소화하는 것에 대해 거절했다, 강 감독의 끈질긴 설득으로 대학생 연기를 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일화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원씨가 대학신 신입생 연기를 하기는 힘들어도 졸업반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웃음) 영화적으로 어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중반, 30대 중반까지 가능하잖아요.  하지원씨가 대학생부터 나와야 뒷쪽 내용이 끊김 없이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야 어린 승이가 쭉 해왔던 것들을 바톤 터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실제로 관리를 너무 잘해서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의 텀을 두고 제작된 강대규 감독의 두 작품은 비슷한 면을 공유한다. 특히 코미디적인 요소와 드라마적 요소의 밸런스가 잘 맞는 점은 강 감독만의 장점이다. 강 감독은 자신을 휴먼 드라마의 기본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강대규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강대규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개인기를 펼치는 코미디는 약해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애로물도 잘 못 만들고요. 슬러시 같은 장르도 못 하겠고요. 경험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는 정서적으로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 기본 틀 안에서 장르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장르로도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나 액션 드라마에도 관심이 있어요. 드라마에 베이스를 둔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그는 코미디를 연출할 때 자신만의 노하우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카메라로 상황을 분절해서 보여주기 보다는 풀샷으로 찍어 이 상황이 재밌으면 분명히 반응해주는 사람들도 재밌는 것 같아요. 코미디는 풀샷에서 카메라를 끊지 않고 보여줄 때 그게 웃기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JK 사단'인 만큼 JK필름 영화만의 색깔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JK필름 작품은) 제작하는 영화들의 장르와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 서민의 이야기를 통해 성공한 제작사지요. '해운대' '국제시장'의 경우 제작사가 휴먼 드라마가 가진 파급력을 알고 있었고, 상업 영화로서의 흥행 코드를 분석해 잘 알고 있었죠. 그간 스무 편이 넘는 작품을 제작했고, 그 안에는 진일보한 장르로서의 시도들도 있었어요. JK필름이라서 어떤 틀에 맞추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틀 안에서 노는 건 모르니까요."
'담보' 포스터 © 뉴스1
'담보' 포스터 © 뉴스1

강대규 감독의 차기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0년 만에 보여준 '담보'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이후에도 자신만의 따뜻한 세계를 확장해 나갈 작품으로 돌아올 것이 기대된다. 

"다시 데뷔하는 마음입니다. 조감독에서 다시 감독이 됐을 때 많은 것들이 변하더라고요.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영화를 바라보는 내 안목도 달라지고요. 시간이 흘렀으니까 거기에 제 나름대로 개인적인 시간의 확장도 보여줄 필요가 있고 단순한 가족 드라마 이상의 파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가족들이 있잖아요. 혈연이 아니어도 다문화 가정이나 가족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설명하기 어려운 가족들이 있죠. 서로 옆에서 의지하고 도와주고 맹목적으로 믿고 교감하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그런 메시지적인 측면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eujenej@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