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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차벽, "극단적" 위헌→"시민위험" 합법→"방역 불가피"?

2011년 헌재·2017년 대법 판단 엇갈려…극단조치 논란
"방역 위험 초래하지 않는 범위서 집회·통행 허용돼야"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2020-10-06 05:00 송고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펜스와 차벽으로 둘러 쌓여있다. 경찰은 보수단체가 신고한 차량을 이용한 '차량시위'(드라이브 스루)를 대부분 금지 통고하고 행정법원이 허가한 강동구 일대 9대 이하 차량시위만 허용했다. 2020.10.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펜스와 차벽으로 둘러 쌓여있다. 경찰은 보수단체가 신고한 차량을 이용한 '차량시위'(드라이브 스루)를 대부분 금지 통고하고 행정법원이 허가한 강동구 일대 9대 이하 차량시위만 허용했다. 2020.10.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막은 당국의 집회 통제 방침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차벽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던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기본권 제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3일 광화문광장 일대에 300여 대의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펜스를 쳤다. 서울 경계·한강다리·도심 등에서 3중 검문을 하며 일반인의 통행도 철저하게 통제했다. 경찰은 오는 9일 한글날 집회에서도 3일 집회와 마찬가지의 봉쇄전략을 예고했다.
경찰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본권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2009년 6월 경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이후 열린 불법 집회를 막겠다며 차벽을 설치한 행위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든다.

2011년 6월 헌재는 노 전 대통령 집회를 막기 위한 경찰의 차벽 설치에 대해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경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판단, 위헌이라 봤다.

헌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고 있는 헌법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조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러한 조치로 공익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집회의 금지와 해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의 조치가 "전면적이고 광범위하고 극단적"이라며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차벽으로 일반 시민들의 통행까지 막은 게 과도했다는 취지다.

다만 당시 헌재가 표현의 자유가 아닌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침해 여부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와 다르다. 경찰은 개별적인 집회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서 서울광장에서 열릴 여지가 있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일반 시민의 통행조차 금지했다. 청구인도 집회 주최자가 아닌 차벽에 의해 서울광장을 통행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이었다. 

때문에 방역 목적으로 차벽을 설치하는 경찰의 조치가 당시 헌재에서 말한 "극단적인 조치"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차벽 등은 경찰의 집회와 시위 관리 수단 중 하나이며 불가피한 경우 차벽도 가능하다는 판결이 있다"고 반박했다.

실례로 2017년 5월 대법원은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판결에서 경찰의 차벽 설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시위대와 경찰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았을 뿐더러 질서 유지가 어려워져 그 과정에서 시민들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차벽 설치가 표현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하는 헌법에서 말하는 '마지막 수단'인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전문가인 노희범 변호사는 "2011년 헌재 결정과 이번 사례는 케이스가 다르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집회는 허가의 대상이나 금지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최대한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나 권력은 권력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집회는 금지시키고 싶은 유혹이 있다"며 "예를 들어 한글날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는 집회에 대해 통행조차 못하게 할 수 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서 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내용적인 차별을 해선 안 된다"며 "경찰이 더 많은 수고를 할 수밖에 없더라도 방역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집회나 통행이 허용돼야 하는 게 헌법의 기본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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