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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의사 2700여명 배출 못해도 괜찮나…스텝 꼬인 의사국시

의대생들 장고 끝에 "응시하겠다"…여론 살피는 복지부 난색
공보의·군의관 수급에 악영향…의료계는 발등에 불 떨어져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20-09-26 06:00 송고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본관에서 관계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본관에서 관계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의대생들이 뒤늦게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을 살피는 보건복지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2021년 신규 의사 2700여명이 배출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복지부는 국민 수용성을 이유로 의대생들이 대국민 사과 등 국민 여론을 달랠만한 행동을 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집단휴진 사태 때도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의대생들이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느 한쪽이 극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같은 자존심 싸움이 조금만 더 유지되면 초유의 인턴대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는 당장 2021년 3월부터 발생하는 의사 공백에 대한 우려다. 장기화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인들의 피로도는 누적된 상황이다.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의사단체는 연이어 의사국시에 대한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의대생 "응시하겠다"·의료계 "기회 달라"…정부 "국민 양해 동반해야"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은 지난 24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의사국시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스스로 응시를 거부하고 있어 구제가 어렵다'고 밝힌 장애물을 뛰어넘은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사단체는 다양한 방면을 통해 의대생 구제에 목소리를 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4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만난 데 이어 25일에는 강도태 복지부 2차관을 만나 추가 시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원로 의학자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25일 호소문을 통해 "정부는 국민건강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의사국시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추가 시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의대생들이 국시에 응시하겠다고 표명한 것만으로 추가적인 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며 "국민적인 양해와 수용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검토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내년 3월 2700명 의료인력 공백…병원 업무 차질에 공보의·군의관 수급도 난항

우려되는 부분은 당장 발생할 수 있는 의료인력 수급 문제다. 현재 응시대상 3127명 중 국시 응시는 446명에 그쳤다. 이들이 면허를 받게 될 2021년 3월부터 의사 2700여명이 부족해진다.

의대생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사국시를 통과해 면허를 취득하면, 대부분 수련병원에 들어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밟는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교육생 신분이면서도, 환자 진료에 참여하는 엄연한 의사다. 전공의와 전임의 집단휴진 사태 당시 수술을 연기하는 등 진료 일정에 차질을 빚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집단휴진 때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매년 3000명 가까이 정기적으로 수급되는 의료 인력이 추가되지 않으면, 해당 업무는 병원의 기존 의사들에게 돌아가 진료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것은 결국 환자들이라는 것이다.

향후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보의제도는 일반의·전공의·전문의 자격을 갖춘 입영 대상자가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면서 군 복무를 대체하는 제도다.

올해 의대생들이 의사국시를 치르지 못하면 당장 내년에는 공보의 3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군의관 수급도 몇 년 뒤에는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코로나19 상황에 인력 부족 목소리 지속…"감정 이해하지만 국민 건강 피해는 막아야"

코로나19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수도권은 추석 기간까지 포함해 2달 가까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 중이다. 위·중증 환자도 10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연일 증가해 9월 한 달 동안 71명(25일 0시 기준)이 발생했다.

신규 의사가 유입되지 않으면 코로나19 현장을 지키는 의사인력 피로도는 더욱 누적될 게 분명하다. 유럽 국가인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이 크게 증가하자, 졸업 예정인 의대생 1만명을 의사자격시험 면제 후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정부가 의사국시 기회를 다시 부여하는데 망설이는 이유는 다른 국가시험 응시자와의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 때문이다. 나쁜 선례를 남기면 다른 직종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와 의대생, 의사단체가 각자 한발씩 물러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시험을 거부했다는 느낌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미울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 학생들이 의사가 돼 일해야 한다. 나라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국민 건강에 피해가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시험을 안 본다고 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당장의 감정싸움은 풀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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