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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황당 사고' 알고보니…'하청-재하청'에 관리 '부실'

백신 국가접종 유통경험 없는 신생 업체가 사업 낙찰받아
'저가중심' 국가조달, 전문성·역량 평가 확대 개선 필요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20-09-24 06:07 송고 | 2020-09-24 09:20 최종수정
국가접종용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 중 상온에 노출돼 접종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신성약품의 모습.2020.9.23/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국가접종용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 중 상온에 노출돼 접종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신성약품의 모습.2020.9.23/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유통 과정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험 없는 유통사, 하청의 재하청 구조, 주무기관의 관리감독 부실 등이 어우러진 예견된 사태란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유통 전 과정에서 콜드체인이 필수적인 독감 예방백신 일부를 상온에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입찰로 확보한 1259만명분 중 22일 접종을 위해 풀린 500만명분 중 일부 물량으로 추산된다.

백신 예방접종을 전면 중단한 질병청은 품질 검증을 거친 후 순차적으로 접종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진문 신성약품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이라며 "콜드체인을 관리하지 못한 부분은 질병관리청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유통사고는 일부 배송기사가 예방백신을 상온에서 분류·배송하거나 냉장차 문을 열어놓고 작업하는 등 기본적 절차조차 준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업체 신고로 이같은 정황이 드러나자 질병관리청은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독감 예방백신 유통을 담당한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 백신 국가접종 유통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백신 국가접종 유통을 맡은 업체들을 제치고 신성약품이 최저가로 조달청 낙찰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백신 유통경험이 없었던 신성약품은 정부조달 낙찰 후 유통을 물류업체들에 또 다시 하청, 재하청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경험이 부족한 신성약품은 계약에 따라 낙찰 후 불과 나흘 만에 공급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적으로는 백신 유통을 낙찰받은 신성약품의 책임이지만, 최저가 입찰과 촉박한 일정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인재(人災)란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달물량 유통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질병청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경쟁업체의 신고가 아니었다면 자칫 효과가 없는 '물백신'을 접종하거나, 부작용까지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독감 예방백신 유통·관리 부실 사고가 이번에 크게 불거졌지만, 과거에도 엇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총체적 관리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콜드체인 시스템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적발돼 제재를 받은 사례는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입찰경쟁이 치열한 정부조달 시장에서 의약품 등 민감 품목에 한해 품질·관리 역량 등에 가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독감 예방백신 유통 조달은 낮은 유통가로 인해 4차례 유찰을 거듭한 끝에 신성약품이 낙찰을 받았다.

독감 예방백신 상온노출 사고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백신 관리부실 책임을 철저히 따져볼 것"이라며 "정부 조달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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