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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가능성은 종전선언보다 '방역·보건 협력체'…내년쯤에나

종전선언은 단기간 내 어려워, 협력체는 현 상황 고려 필요성 인정돼
北 제안에 반응할지는 불투명…내년 당대회까지는 지켜볼 듯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20-09-23 10:49 송고 | 2020-09-23 11:15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9.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9.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3일(뉴욕시간 22일) 제75차 유엔(UN)총회 기조연설에서 북측에 보내는 메시지로 '종전선언'과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언급했다.

이번 연설에서는 단기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치적 선언 의미의 '종전선언'보다는 국제정세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제안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더욱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면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이후의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길 기대하며,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낼 카드로 '종전선언'과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꺼내든 것이다.
문 대통령이 2년여 만에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꽉 막혀있는 비핵화 협상 재개로 좋은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다만 종전선언은 정치적 의미의 상징적 선언이며, 미국이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에 대해 현실적으로 공감할 확률이 크지 않아 지금 당장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점쳐진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종전선언은 당장 단기적 목표라기보다는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의 종전선언 추진 기간을 두고 중기적 목표로 수행해간다는 심정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계속 나아가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제안은 기존에 제안된 남북 보건의료 협력 사업의 진전된 형태로 평가 받는다. 한반도 내 코로나19 방역을 넘어서 첨예해진 미중 갈등 등 복잡한 국제 정세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연대가 강조돼야 하는 현 상황을 담아낸 제안이다.

문 대통령 연설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제안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미국이 빠졌다는 점이다. 북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이용해 북측을 국제 무대로 이끌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이 나선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없이 동북아 지역 기반 다자협력체계에 북한을 포함할 수 있다면 올해 초부터 정부가 유지해 온 '북미 협상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겠다'는 기조와도 부합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 것은 당장의 필요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북한체제에 대한 안전보장방안을 모색하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과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 문 대통령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높여왔다. 이후 차츰 긴장이 완화됐지만 지금까지도 북한은 남측의 그 어떤 제안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장기화된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난, 코로나19 방역, 수해·태풍 피해 복구 등 '내치'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북한이 현재 기조를 바꾸지 않은 채 상황을 주시할 확률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되거나 1월 예정된 8차 노동당 대회가 개최 전까지는 대남 또는 대외 정책 기조를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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