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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쟁, 글로벌 패권 싸움…자국 플랫폼 생태계 보호해야"

미디어경영학회 세미나…"기회·딜레마 동시에 안겨"
"첨단방위·우주산업 번지면 글로벌 갈등 촉발" 경고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0-09-22 18:41 송고
(Photos by AFP) 
(Photos by AFP)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경쟁은 기업들만의 경쟁이 아니라 미국·중국 간 글로벌 패권 경쟁으로 우리나라 역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학계 제언이 나왔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디지털 기술 패권 전쟁과 자국 플랫폼의 가치' 특별 세미나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 대해 "기업 간 기술 표준 경쟁을 넘어서 국가 간 통상·주권·정책·법·제도·국민 정서와 관련된 민족주의·동맹 외교·국제 규범·미래 전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표준 패권도 관련된 것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이러한 지정학적 변수와 리스크를 놓쳐선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제정치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이슈는 1990년대 초반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산업 경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10년대 초 미·중 간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 등 안보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실질적 공격보다 사이버 루머나 가짜뉴스 형태의 사이버 심리전이 민감한 이슈로 부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최근 2~3년간 전개 양상을 보면 미국이 중국 기업이 벌이고 있는 사업의 사이버 안보를 우려해 거래하지 말라는 규제가 등장했다. 이는 실제 위험이 되는지 문제와는 별개로 정치인들이 나서서 얘기하는 '말싸움의 정치'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미국의 규제는 중국 화웨이나 중국의 인권·정치 문제나 홍콩의 국가 안보 문제와 관련해 CCTV 생산 기업, 안면인식 기술 기업 규제에서 최근 텐센트의 위챗과 바이트댄스의 틱톡에 대한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글로벌 ICT 산업 갈등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인 무기체계 등 첨단방위 산업이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우주 산업 갈등이 되면 지정학적 임계점을 넘어 글로벌 차원 갈등으로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양국 관련 정책자들이 일국적 차원에서 미중 경쟁을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존 동맹이나 새롭게 연대를 맺을 수 있는 국가를 활용하는 동맹외교 아이템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이 서방 동맹 국가에도 화웨이를 이용하지 말라고 편을 모은다든지 G7을 G11로 확대해 자신들 편을 들어주는 국가를 불러 모으려는 양상으로 시장 경쟁이 아닌 외교 경쟁으로 비화했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은 글로벌 내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구조적 환경을 구축해나가면서 우리나라에 경우에 따라 기회도 주지만 원치 않은 선택을 하게 하는 딜레마도 안긴다. 특히 남북한이 처한 독특한 위치 때문에 선택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2016년 사드 배치 논란이나 지난해 화웨이 제재 이슈는 미중 사이에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외교 전략"이라며 "동시에 우리 삶을 꾸려나가는 체재와 제도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한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플랫폼 주권'을 언급하며 "플랫폼을 장악한 세력에 대한 방어의 논리 담론이나 지배 매커니즘 대항 관점에서 자국이 가진 플랫폼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며 "특히 유럽 사례를 보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역량과 그에 따른 파생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적 차원에서 플랫폼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이 구상돼야 한다"며 "정책이란 게 규제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진흥일 수도 있고 미국에 있었던 플랫폼 기업 성장 과정을 보면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뤘을 때 대외적으로 더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드는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REUTERS/Regis Duvignau/File Photo
REUTERS/Regis Duvignau/File Photo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52개 국가를 대상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 자국 검색 플랫폼의 성장은 자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산업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곽 교수는 "자국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창출이나 자국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 비즈니스 성장 및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산업 효과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 규제환경의 과잉성과 역차별적 요소 등 비대칭성을 해소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시급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규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무적 관점에선 "OTT 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사업자의 경우 진출국 선정과 해당국 자체 플랫폼 연계 전략 등에서 해당국 인터넷 보급률과 자국 플랫폼 존재 여부를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자국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차별적(독점적) 연계 서비스 강화 노력과 이를 위한 안정적·장기적 수익배분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갈등관리 노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토론에서 "자국 플랫폼이 자국 시장에서 콘텐츠 시장 확대하고 관련 생태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세계 시장에 나아갈 때 어떤 역할을 할 건지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또 글로벌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은 왜 이렇게 형성됐는지에 대해 시장 경쟁의 결과인지 정부 정책의 결과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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