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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고체' LG '리튬-황' 기술 과시…차세대 '2차전지' 경쟁 불붙는다

LG화학 영하 70도 성층권서 리튬-황 배터리 장착 무인기 성공적 비행
삼성 주행거리 800km 전고체 개발, SK이노도 리튬메탈 전고체 개발 박차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20-09-11 06:10 송고
LG화학이 지난달 30일 고도 22km 성층권에서 성공적으로 시험 비행에 성공한 고고도 무인항공기 EAV-3.(LG화학 제공)© 뉴스1
LG화학이 지난달 30일 고도 22km 성층권에서 성공적으로 시험 비행에 성공한 고고도 무인항공기 EAV-3.(LG화학 제공)© 뉴스1
삼성이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개한 데 이어, LG화학이 리튬-황 배터리를 장착한 비행체를 성층권에서 성공적으로 작동시키는 등 업계의 차세대 2차전지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한 태양광 무인기(EAV-3, 한국항공우주연구원개발)가 고도 22km에서 비행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도 22km는 대류권(지상~12km)과 중간권(50~80km) 사이에 위치한 대기층인 고도 12~50km 사이의 성층권에 해당한다.

업계는 영하 70도의 낮은 온도와 대기압이 지상 대비 25분의 1 수준인 진공에 가까운 성층권에서도 리튬-황 배터리가 안정적인 충방전 성능을 확인했다고 LG화학이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인데, 이번에 LG화학이 시험 비행에 성공한 리튬-황 배터리는 안정성이 전고체에 비해 떨어지는 액체전해질을 사용한 2차전지다. 기온과 압력이 낮은 성층권에서도 성공적인 가동을 확인한 것으로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혁신전지 프로젝트팀은 1년6개월 동안 성층권의 환경과 유사한 극한의 환경을 재현해 낮은 온도와 기압에서 리튬-황 배터리 연구를 진행해 이번 시험비행의 성공을 이끌어 냈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에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에 리튬 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해 무게 당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1.5배 이상 높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장기 체공 드론 및 개인용 항공기 등 미래 운송수단의 성능을 좌우할 핵심 부품으로 꼽혀 세계 각국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LG화학은 오는 2025년 이후 에너지 밀도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2배 이상인 리튬-황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G화학 CTO 노기수 사장은 "이번 비행 테스트를 통해 고 에너지 밀도의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도 무인기에 탑재된 리튬황 배터리.(LG화학 제공)© 뉴스1
고고도 무인기에 탑재된 리튬황 배터리.(LG화학 제공)© 뉴스1

업체들은 리튬-황 배터리와 함께 대표적인 차세대 2차전지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베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등 크게 4개 구성요소를 갖는데,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이온이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4개 구성요소 중 전해질과 분리막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이번에 LG화학이 성공적으로 실험한 리튬-황 배터리는 전해질은 액체였다. 리튬-황 배터리도 결국 전고체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지만 당장은 구현이 쉽지 않은 먼 훗날의 기술로 여겨진다.

현재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기반으로 전해질을 고체화하는 배터리라고 보면 된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배터리 팽창이나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 배터리 손상 시 화재나 폭발 등의 위험이 존재하는데, 이를 고체화한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해 더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올해 3월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km,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이 연구 내용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과 7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났을 때 화제의 중심도 전고체 배터리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좌)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올해 5월과 7월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좌)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올해 5월과 7월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논의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좌)와 전고체 배터리(우)의 구조(삼성SDI 제공)© 뉴스1
리튬이온 배터리(좌)와 전고체 배터리(우)의 구조(삼성SDI 제공)© 뉴스1
삼성SDI는 자체 개발 프로젝트와 더불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 연구소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삼성SDI는 2013년부터 모터쇼, 배터리 관련 전시회에서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을 선보였으며, 2027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90%, 코발트 5%, 망간 5% 비율의 양극재를 채택한 배터리로 가까운 미래 시장에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리튬 메탈 형태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800Wh/L(와트시/리터)가 한계치로 거론되는데, 리튬 메탈 배터리는 에너지밀도를 1000Wh/L 이상으로 크게 높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John B. Goodenough) 미 텍사스대학교 교수와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업계가 이처럼 차세대 2차전지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2차전지 중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에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경우 현재의 리튬이온 전지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투세라(Tuxera)는 자율주행차가 하루 동안 사용한 데이터 양이 11TB라고 발표했는데, 축구장 4개 크기인 반도체 공장에서 하루 45TB의 데이터가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자율주행차의 데이터 발생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핵심은 결국 에너지 밀도를 높여 용량을 늘리는 데 있다"라며 "특히 전기차에 자율주행이 얹어질 경우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명령을 내리면서 차량 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데 이를 감당할 고용량, 고효율인 전고체 형태의 2차전지 개발에 배터리 업체들이 사활이 걸려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2018년 공개한 자율주차 콘셉트 영상의 한 장면. 전기차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목적지에서 하차하면 차량이 스스로 빈 충전공간을 찾아 들어가 무선으로 충전되는 내용이다. (현대기아차 제공) 2018.12.28/뉴스1
현대·기아차가 2018년 공개한 자율주차 콘셉트 영상의 한 장면. 전기차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목적지에서 하차하면 차량이 스스로 빈 충전공간을 찾아 들어가 무선으로 충전되는 내용이다. (현대기아차 제공) 2018.12.28/뉴스1



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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