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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답답한 일상…청각장애인에겐 '세상과의 단절'

[인터뷰] '귀의날' 청각장애 클라리넷 연주자 손정우씨의 부탁
"입모양 가려 대화 불가능…공공영역 '립뷰 마스크' 보급 절실"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김유승 기자 | 2020-09-09 06:00 송고 | 2020-09-09 09:25 최종수정
손정우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수석단원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사랑의달팽이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연예인 광희가 최근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서 쓰고 나온 마스크가 큰 주목을 받았다. 입이 뻥 뚫린 마스크를 쓴 광희는 연신 윽박지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쏟아낸다.

하지만 이 마스크는 개그소품이 아니다. '립뷰 마스크'(Lip-view Mask)다. 이 마스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됐다.

수어를 쓰는 농인부터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는 경증 청각장애인까지 대부분 청각장애인은 입 모양을 읽으며 대화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됐고 청각장애인들은 소통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9월9일 '귀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중구 사랑의달팽이 사무실에서 립뷰 마스크 보급이 꼭 필요한 청각장애인 손정우씨(23)를 만났다.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음악을 전공해 대학원까지 진학한 그는 '21세기 베토벤'으로 통한다.

◇"입 모양 봐도 대화 힘든데, 마스크로 가리니 거의 알아듣지 못해"

손씨가 기자의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도록 인터뷰는 부득이하게 기자만 마스크를 벗은 채로 진행했다. 립뷰 마스크는 현재 수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화에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손정우씨는 다른 청각장애인들보다 더 잘 듣는 편인가.

▶지금은 좋은 환경에서 대화하는 것이다. 저는 한쪽 귀에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삽입 수술을 했다. 조용한 곳에서 마주 보고 대화하면 기기에 의존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뒤에서 부르거나 밖에서 노크하는 상황 등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청각장애인들이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던데.

▶버스를 타다보면 카드가 안 찍히거나 하는 상황에서 버스 기사님께서 말을 거실 때가 있다. 하지만 주변이 시끄럽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는다. 대형마트에서 '영수증 드릴까요' 하는 상황도 그렇다. 마스크 벗고 입 모양을 봐도 듣기 힘든데, 입 모양까지 가려버리면 거의 듣지 못한다. 간단한 대화도 어렵게 느껴진다.

-어떤 경우에 립뷰 마스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공적인 자리에서 립뷰 마스크를 활용하면 청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저 같은 경우는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관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 면접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코로나19 상황이라 벗어달라고 하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립뷰 마스크를 착용하고 TV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많아졌다. 광희씨도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서 립뷰 마스크를 쓰고 나오지 않나.

▶오히려 네고왕은 자막이 있으니까 편하게 볼 수 있다. 요즘 정치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뉴스를 챙겨보는데 국회의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오니까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라. 국회 생방송에는 수어가 있지만 저나 대부분의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모른다. 저는 남성의 중저음 목소리를 특히 알아듣기 힘든데, 정치인들의 연령대나 성별 때문에 더 어렵다.

립뷰 마스크는 올해 초 청각장애 학생들의 언어치료를 지원하는 대전 하늘샘치료교육센터에서 개발했다. 여기에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와 사랑의달팽이 등의 단체가 립뷰 마스크 보급, 특히 학교 내 보급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이 아직은 '립뷰마스크 효과'를 사회 곳곳에서 체감할 만큼 립뷰 마스크가 사회에 보급된 것은 아니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양지혜 사랑의달팽이 과장은 립뷰마스크 보급에 어려운 점도 있다고 전했다.

양 과장은 "이 마스크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이 마스크는 주로 청각장애 학생이 있는 학급의 선생님이 쓰는데 아이들은 '똥꼬 마스크'라고 놀린다. 그러면 사춘기 청각장애 학생들은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이걸 오래 쓰면 턱이 아프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학습권 보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정우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수석단원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사랑의달팽이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코로나19 계기로 재활 초심 다잡아…"함께 이겨내야죠"

손씨는 4살에 청각장애 진단을 받고 7살 때 인공달팽이관 삽입 수술을 받았다. 손씨가 음악을 시작한 것도 7살 때부터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다가 10살 때부터 클라리넷을 잡았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수석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나.

▶제가 아기 때부터 노래와 음악을 좋아해서 어머니께서 음악적으로 길을 열어 주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악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싫었지만 막상 하니까 좋더라.

-클라리넷을 배우고 나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무시당하지 않게 됐다. 클라리넷을 배우기 전의 저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친구들보다 공부도 못하고 축구도 못하는데 안 들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악기를 배우니 상도 받고 인정을 받았다. 자존감이 높아졌다.

-보통 청각장애인들은 음악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 재능이 있을 것 같은데, 손정우씨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나 보다.

▶재능이 있어서 음악하기 더 수월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음악 치료사고, 동생도 음대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는 손정우씨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조금 오글거리기는 하는데 초심을 다잡게 해줬다. 그간 주변 사람들이 말을 할 때 크게 말해주면서 많이 도와줬다. 집중해서 듣지 않고 안일해졌다. 그러다 보니 재활이 안 됐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다들 마스크를 쓰니까 듣는 게 어려워지고 오히려 집중해서 듣게 되더라. 아직은 학생이지만 언젠가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 경쟁 사회에서는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9월9일 귀의날은 난청 등 귀 질환 예방을 강조하고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일상 속 소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한 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손씨가 소속된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은 귀의날 기념 공연을 온라인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손씨는 단원들과 함께 '거위의 꿈'을 연주한다. '왜 거위의 꿈이냐'는 질문에 "함께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비상하자는 의미"라는 답이 돌아왔다.

거위의 꿈의 마지막 소절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수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