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OECD 이어 한은도 "실업자 직업훈련 늘려야"…정부는 '글쎄'

한은 "코로나19는 단순·육체노동자 도태 유발…직업훈련 늘려야"
OECD 칭찬 즐겨 인용하던 홍남기, 권고는 무시…내년 직업훈련 예산 '찔끔'

(세종=뉴스1) 서영빈 기자 | 2020-09-09 06:00 송고 | 2020-09-09 09:06 최종수정
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한국은행도 정부의 고용 정책에 대해 '직업 훈련'을 강화해 노동의 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직업 훈련은 소위 '물고기 잡는 법 알려주는 정책'으로, 현 정부의 '물고기 잡아주는' 세금 일자리 정책과 비교되고는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권고들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고 있다. 특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책 당국은 OECD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즐겨 인용하면서도 이같은 권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7일 '코로나19의 노동시장 관련 3대 이슈와 대응방안'을 통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직업훈련을 통해 고숙련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고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체제가 마련된다면 임금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업훈련 정책 강화를 권고했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앞으로 단순 육체노동은 더 빠르게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면 서비스업장, 공장 등 단순 노동자가 일하는 장소는 한 번의 감염병 전파로도 쉽게 문을 닫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단순 노동·임시직 근로자의 일자리는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부가 택한 노동정책은 세금으로 또다른 단순 반복 노동 일자리를 만들어 이 실업자들을 흡수하는데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의 노동자들을 재교육해 비대면·IT 산업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은의 '직업 훈련' 권고는 그 대안 방법을 강조한 것이다.
OECD도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권고를 했다. OECD는 지난달 11일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Review of Korea 2020)'를 통해 "이전 재정 지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일자리 창출 대신 직업 훈련 및 일자리 상담으로 전환해 일자리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OECD 보고서에서는 이처럼 '재정 일자리 정책을 직업훈련 일자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직업교육 정책은 사양산업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산업에 재취업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조건 없는 실업급여를 제공하거나, 사양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금을 들이붓는 정책보다 지속 가능성이 높고 재정을 아낄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복지국가의 원조'격인 스웨덴도 1970~1980년 조선업 침체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이같은 방식으로 극복해 성공적인 선례를 남겼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OECD 즐겨 인용하던 홍남기도 '귓등'…내년 직업훈련 예산 찔끔 상승

국내외 기관들이 권고하는 내용이지만 정부는 크게 귀담아듣지 않는 눈치다.

정부가 1일 발표한 202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일자리 관련 예산 중 '직접일자리' 관련은 3조1164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2577억원(9.0%) 늘어난다. 반면 '직업훈련' 관련 예산은 2조2754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320억원(1.4%) 증가한다. 

예산 증액만 8배 넘게 차이가 났다. OECD 보고서의 '재정 지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일자리 창출 대신 직업 훈련으로 전환하라'는 권고는 가볍게 무시된 셈이다.

그동안 홍 부총리는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OECD 보고서 중 한국의 코로나19 관리와 재정정책을 칭찬한 부분을 인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OECD가 "한국 정부는 탄탄한 재정 여력을 적절히 활용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방어하고 있다.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한 부분 등을 인용하며 정부의 급격한 적자국채 발행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정작 내키지 않는 권고는 무시한 셈이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난 27일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올해와 내년은 취약계층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감안해 취약계층 직접일자리를 늘렸다"고 답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접 일자리는 사실상 복지 예산에 가깝다. '일자리'에 예산을 쓸 거라면 직업 훈련이나 관련 교육에 쓰는게 나을 것"이라며 "당장 비중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향후 직업훈련 위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uhcrates@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