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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배달앱' 출시 명분 쌓기?…'배달앱 실태조사' 엇갈린 해석

지자체 발표에 "공공 배달앱 출시 위해 입맛 맞는 통계" 분통
"전화 등 여러 방법으로 주문…'배달앱 별도 시장 획정' 불필요"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0-08-31 12:44 송고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배달앱 시장 독과점을 막겠다며 '공공 배달앱'을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가 업계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합병을 정면 겨냥해 내놓은 '국내 배달앱 거래 관행 실태 조사'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지자체는 점주들이 과도한 수수료에도 이미 배달 음식 시장을 장악한 배달앱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현 배달앱 시장의 문제를 꼬집었지만, 업계 일각에선 "협의체가 공공 배달앱 출시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통계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한다. 
31일 서울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함께 만든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협의체)는 배달앱과 가맹점의 거래 행태와 불공정 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수도권 내 2000개 외식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27일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 96%가 배달앱을 이용해 주문하고, 배달앱 가맹점의 79.2%는 지불하고 있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내용이다. 배민·요기요를 각각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에 대해 소비자 58.6%가 반대한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협의체는 배달앱의 과도한 광고비와 수수료,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며 "각 지자체가 배달앱 독과점 대안으로 '제로배달 유니온'(서울시), '인천e음'(인천시), '경기도 공공배달앱'을 도입해 배달앱간 공정한 경쟁 유도는 물론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협의체의 이번 실태 조사에 대해 정반대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먼저 중복응답이 가능한 '배달 음식 주문 방법'을 살펴보면 배달앱 이용이 96%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 검색 후 전화 27.4% △주로 주문하는 가게 번호 저장 후 이용 18.3% △인터넷 홈페이지 이용 12.5% △전단지 보고 전화 11.7% △지역정보책자 보고 전화 5.9%도 비교적 고르게 분포됐다는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운영) 간 기업 결합 심사 핵심은 '관련 시장 획정'이다. 이번 협의체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앱은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조사된 것은 배달앱을 별도 시장으로 획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만약 공정위가 배달앱을 별도 시장으로 획정한다면 양사 간 기업 결합은 시장 점유율 90% 이상의 독점적 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인수허가가 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반면 '오프라인 배달시장 및 외식시장'이나 '오픈마켓 시장' 등 기존 산업군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을 획정한다면 배달앱 시장규모가 기존 산업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에 양사간 기업결합 인가에 큰 무리가 없을 수 있다. 협의체의 실태 조사가 오히려 배민-요기요 합병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는 얘기다.  

또 배민-요기요 합병에 대해 소비자 58.6%가 반대 의견을 냈는데, 업계는 그 주된 이유가 '광고비·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음식값 인상'(70.7%)을 꼽은 점에 주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는 광고비·수수료가 오르지 않는다면 합병에 반대할 큰 이유가 없다는 의미"라며 "합병이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점주들이 배달앱 적정 수수료율로 제시한 5.22%는 배민이 지난 4월 새롭게 내놓았다가 "수수료 인상"이란 반발에 철회한 정률제 수수료체계 '오픈서비스'의 5.8%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점주들은 배달앱 입점 이유로 절반 이상이 '다른 홍보 방법보다 편리하다'(55.5%)를 꼽았는데, 이는 배달 플랫폼의 혁신성에 대해 높이 평가한 부분"이라며 "협의체 발표를 두고 업계에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공공 배달앱을 시작하는 데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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