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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이적설, 연봉 삭감설…무표정 김진수는 왼발로 시위했다

사우디 알 나스르 러브콜…구단은 '잡는다' 방침
23일 상주전서 왼발 크로스로 2도움 '가치 입증'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8-24 14:44 송고
전북현대 부동의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가 중동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전북현대 부동의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가 중동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전북현대 부동의 왼쪽 풀백 김진수가 수면 위로 솟구쳤다. 중동에서 꽤나 좋은 조건과 함께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K리그 최고 연봉자(약 14억원)인 김진수가 현재 받는 금액보다 2배 이상을 부르고 있다. 전북과의 계약이 3~4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적료까지 지불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다.

이적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4일 "K리그 (여름)이적시장은 막을 내렸지만 중동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면서 "복수의 중동 클럽이 김진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들려온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실질적인 오퍼가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김진수 영입을 위해 팔을 걷은 클럽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르. 관계자는 "사우디 알 나스르가 전북 구단에 공식적으로 이적을 요청했다. 조건이 나쁜 게 결코 아니다"면서 "계약기간이 3개월 여 밖에 남지 않은 선수한테 이적료까지 주겠다는 자세다. 머잖아 FA(자유계약)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구단도 솔깃하다. 또 김진수 연봉도 현재의 2~3배를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 일본 알비렉스 니가타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진수는 2014년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그러다 2017시즌을 앞두고 전임 최강희 감독의 적극적인 의지와 함께 전북의 유니폼을 입었다.

'보다 세련된 축구, 더 좋은 축구'를 2017년 모토로 세웠던 전북은 오른쪽 풀백 이용을 울산에서 영입한 것에 이어 김진수까지 왼쪽에 장착하면서 공격적인 좌우 측면수비수를 갖게 됐다. 그리고 그해부터 2019년까지 K리그1 3연패에 성공했다. 우승의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선수가 날개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큰 동력이 됐던 김진수와 전북의 계약은 2020시즌으로 종료된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의 신뢰를 받을 정도로 기량은 검증된 선수고 아직은 비교적 어린 나이(28)이며 국내에서는 비슷한 급을 찾기 힘들고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땅한 카드를 구하기 힘든 측면자원이라는 것 등을 감안할 때 전북과의 재계약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구단 측의 움직임이 더뎠다. 사실 어느 정도 시점까지는 전북이 급할 게 없었다. 프로축구연맹 발표 기준 14억원 이상, 워낙 고액 연봉자라 국내에서는 품을 수 있는 팀 찾기가 어렵다. 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진출로도 여느 때와 달리 좁혀졌으니 선수에게 득 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동 쪽에서 김진수를 원한다는 풍문이 커지더니 급기야 선수를 흔들 정도의 공식 제안을 던지며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단 김진수는 실력으로 시위했다. 전북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단 김진수는 실력으로 시위했다. 전북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김진수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 김진수는 큰 틀에서의 조건이 어긋나지 않으면 전북에 남는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가정도 있고 국내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한 뒤 "하지만 전북의 미온적인 태도와 맞물려 김진수도 이적 쪽으로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전북 구단과 김진수 대리인 측은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재계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견이 컸다.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타격과 모기업 사정 등 어려움이 있는 구단은 기존 연봉에서 삭감된 금액을 내놓았고 계약기간도 김진수 측이 원하는 것보다 적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알 나스르의 오퍼는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물론 아직은 '돌아올 수 없는'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다. 상황이 달라지자 전북은 최근 '김진수 이적 불가'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K리그 우승과 ACL에서의 성과를 위해 김진수가 꼭 필요하다는 결론과 함께 이적료에 따른 이윤은 생각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물론 '서운해진 선수'를 달랠 수 있는 조건이 다시 제시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진수는 마치 구단 보라는 듯 실력으로 시위했다. 김진수는 23일 펼쳐진 상주상무와의 경기에서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이성윤의 선제골과 구스타보의 결승골을 어시스트, 2-1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2도움 장면을 포함해 이날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김진수였다.

흥미로운 것은, 평소 밝고 쾌활한 김진수가 이날 유난히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이다. 경기 내내 기쁨도 아쉬움도 없이 무미건조했고 골이 터진 후 동료들과 세리머니 할 때도 무표정이었다. 일단 김진수는 왼발로 무언의 시위를 펼쳤다. 전북의 셈이 바빠지게 됐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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