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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온도는 10도였다'…'식중독' 안산유치원 원장 고발(종합)

경기교육청 감사…학교안전사고 판명되면 원장에 구상권 청구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안전관리 개선 대책 마련…보관식 의무보관 확대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2020-08-12 14:57 송고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소재 유치원에서 지난 6월29일 경찰이 원인 규명을 위해 폐쇄회로(CC)TV)영상을 확보한 뒤 나서고 있다.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소재 유치원에서 지난 6월29일 경찰이 원인 규명을 위해 폐쇄회로(CC)TV)영상을 확보한 뒤 나서고 있다.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기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지난 6월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는 식재료를 보관하던 냉장고의 성능 이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부가 12일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 역학조사단이 냉장고 성능검사를 진행한 결과, 하부서랍칸 온도가 10도 이상으로 유지돼 식자재에서 대장균이 증식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로 인해 100명이 넘는 식중독 유증상자가 발생했다면서 보존식 미보관·허위제출, 역학조사 전 환경소독, 식재료 거래명세서 허위 작성, 허위 진술 등 역학조사를 방해해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해당 유치원 원장을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50인 미만 소규모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해서도 보존식 보관을 의무화하고 어린이 급식 실태 전반을 들여다보는 전수점검도 매년 1회 이상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안전관리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유치원 원장 역학조사 방해…'학교안전사고' 판명되면 구상권 청구
정부에 따르면 187명의 원아가 다녔던 안산 A유치원에서는 지난 6월12일 최초로 식중독 환자가 발생해 총 118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71명은 장출형성대장균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고, 입원 치료를 받은 36명 중 17명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환자는 현재는 모두 퇴원한 상태이지만 원아 4명은 자가격리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A유치원에서 지난 6월11~12일 제공된 급식으로 인해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냉장고 성능검사 결과 하부 서랍칸 온도가 10도 이상으로 적정온도를 상회해 식재료에서 대장균이 증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 조리·보관과정에서 조리도구나 싱크대·냉장고 등을 통한 식재료 교차오염이 일어났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당시 보존식이 남아있지 않은 데다 유치원 측이 역학조사가 실시되기 이전에 내부소독까지 실시해 식중독 원인이 된 식재료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은 역학조사 당일 보존식이 아닌 다른 식재료를 냉장고에 채워 넣는가 하면 거래내역을 허위로 작성해 당시 급식에 사용된 제품을 수거할 수 없었다.

A유치원 원장·조리사 등 관계자는 역학조사·수사 과정에서의 허위로 진술, 허위 자료를 제출, 보존식 미보관 등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 조치됐다.

오는 14일까지 일시 폐쇄 명령이 내려진 A유치원에 대해서는 식중독 발생 미보고, 보존식 미보관 등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에 따른 과태료(250만원)가 부과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유치원 운영 전반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되면 징계처분, 고발·수사의뢰 등 조치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감염이 학교안전법에 따른 '학교안전사고'로 판명되면 학교안전공제회에서 피해 유아 치료비를 지급하고 원장의 과실 여부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피해 원아들의 입원치료비를 지원하고 임상 추적 관리체계를 마련해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은 원아 상태를 지속해서 점검·관리할 예정이다.

다른 유치원으로의 전원을 희망하는 원아를 지원하고, 미전원 유아의 경우에도 학습권 보호를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협의해 유치원 운영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전체 원생 187명 가운데 64명이 전원을 희망했고 나머지는 계속 기존 유치원에서 학습하고 싶어했다"며 "직무를 대리할 원장과 교사를 새로 선발했으며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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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79%가 보존식 미보관…위반 사항 적발 시 제재 강화

앞서 영유아 집단급식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7월 한 달간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4만4000여곳을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시행한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한 급식 안전 종합대책을 이날 내놨다.

전수점검 결과 급식 인원 50인 이상 전체 1만5953개소 가운데 169개 시설에서 174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보존식 보관 위반(72건), 건강진단 미실시(34건), 유통기한 경과제품 보관(26건) 등이다. 급식 인원 50인 미만 전체 2만8209개소에서도 784개 시설에서 889건이 적발됐다.

특히 50인 미만 시설은 보존식 보관 의무가 없어 전체의 79%가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존식은 식중독 사고 발생을 대비해 매회 1인분씩 검사용으로 남겨두는 음식으로 144시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정부는 50인 미만 유치원·어린이집까지 보존식 보관 의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20인 이하 어린이집은 보존식 보관을 '권고'하기로 했다.

보존식 보관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보존식 미보관의 경우 과태료가 기존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아졌고, 폐기·훼손한 경우도 기존 3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됐다. 보존식을 폐기하거나 식중독 원인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양사 배치 기준도 높아졌다. 100인 이상 유치원·어린이집의 경우 영양사 1명이 5개 시설까지 담당할 수 있게 한 것을 최대 2개 시설로 제한하기로 했다. 200인 이상 시설은 영양사를 단독 배치해야 한다. 전국에 원아 수가 100명 이상인 유치원은 3222곳에 달한다.

영양사가 없는 100인 미만 유치원은 관할 교육(지원)청의 영양사 면허가 있는 전담인력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집단급식소에 대해 식재료 검수 단계부터 조리, 배식까지 모든 과정을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HACCP·해썹) 수준으로 중점 관리하기로 했다. 유치원에 대해서는 식재료 품질 관리 기준을 도입하고,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식재료 안심구매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치원·어린이집 전수점검을 매년 1회 이상 시행하기로 했다. 위반 사항에 적발되면 식품위생법상 시정명령, 행정처분 등 조치하고 급식관계자 등 교직원에 대해서는 신분상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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