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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의 촉]"연내 코로나 백신 시제품…쉽고 안전한 m-RNA 장점 살린다"

조양제 아이진 CTO 인터뷰
"美모더나보다 1년 늦었지만 착오 없이 갈 것"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2020-08-13 07:00 송고 | 2020-10-20 15:44 최종수정

조양제 아이진 CTO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조양제 아이진 CTO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신종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이 시간차를 두고 연이어 출현하는 세상, 지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창궐 중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0일(한국시간) 현재 2000만명을 넘어섰다.

백신(Vaccine)의 정치·사회적 의미는 더 없이 커졌다. 책 '두 얼굴의 백신'에 따르면, 전 세계 백신 시장(구매금액 기준)은 지난 2000년 50억달러였지만 2013년 240억달러로 크게 증가했고 오는 2025년이면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코로나를 퇴치할 백신은 완벽하게 개발되지 않았다. 뉴스에선 "임상 시험에서 시험 대상자 다수 혹은 전원에게서 코로나19 항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관련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무력화하고 제어할 백신 개발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도된다.
중요한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이 완벽하게 개발되려면 결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유전자 형태의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업체 아이진의 조양제 기술책임대표(CTO)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백신 개발 현황을 파악하거나 할 땐 러시아와 중국은 제외하고 한다고 한다. 그만큼 신뢰가 없다는 얘기.

백신은 크게 단백질 백신과 유전자 백신으로 나뉜다. 아이진은 유전자 중에서도 '전령 RNA'로 불리는 m-RNA(messenger RNA) 기반 기술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의 바이오 업체 모더나(‎Moderna)와 화이자(Pfizer)가 임상 1상 시험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이들도 같은 방식이다. 독일의 큐어백(CureVac)이나 바이오엔텍(BioNTech)도 마찬가지.

◇한국, 미국보다 감염률 낮아 백신 개발 보급에 시간 더 소요
그러나 조양제 CTO는 '기사 쓰기에' 쉽게 전망을 해주지 않았다. 언제 임상 시험에 다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느냐, 모더나보다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느냐, 코로나는 과연 언제 완벽하게 잡을 수 있느냐 등에 대한 간결명료한 답을 주지 않았단 말이다.
그러나 다소 유보적인 전망들에 대해 물으면 더욱 자세한 답변을 들려줬다. 첫 임상 시험은 빠르게 가능하겠지만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이 관건이기 때문에 어떻게 여기에 빨리 들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며, 그리고 그 나라의 감염률에 따라 백신 개발과 보급에 걸리는 시간이 달라질 것이라고만 예측했다. 그러고 보면 미국에 비해 'K-방역'을 자랑스럽게 알린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 감염률은 현저히 낮다. 따라서 지금 아이진은 연내 백신 시제품을 내놓으려 하며 모더나보다는 약 1년 늦게 갈 것이란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워두고 있다고만 했다.

하지만 '늦게 가는 자'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시행착오를 훨씬 덜 수 있고 그래서 비용을 절감하면서 백신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그중 하나다. 그리고 모든 백신의 경우 허가와 승인이 중요한데 '사정이 급한' 나라에서 승인이 더 '급하게'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양제 아이진 CTO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조양제 아이진 CTO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다음은 조양제 CTO와의 일문일답.

- 'm-RNA를 통한 백신 개발'이라고 하면 말이 어렵다. 단백질이 아니라 유전자를 통한 백신 개발은 DNA를 통한 것과 RNA를 통한 것, 이렇게 나뉜다고 하는데 이들의 차이부터 설명해 달라. 

▶ 쉽게 말해 단백질 백신은 일반적으로 개발에만 4~5년 걸리는데 유전자 백신은 인비트로 콘트롤(생명체 내부가 아니라 시험관 등 제어가 가능한 환경에서 수행되는 실험 과정) 백신이기 때문에 생산과 관리가 쉬워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DNA 백신의 단점은 핵 안에 새로운 유전자를 집어넣는 형태(삽입성)라 충분한 안전성 확인이 필요하며 세포 안에서 대량 생산하므로 상대적으로 생산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RNA 가운데 m-RNA는 '마스터 카피', 즉 DNA를 복사하여 단백질 생산을 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m-RNA 백신 기술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m-RNA를 이용하여 항원을 세포가 스스로 만들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 기술이다. mRNA 백신은 비감염성이며 비삽입성 플랫폼이므로 감염 또는 DNA 삽입에 의한 돌연변이 유발의 잠재적 위험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뛰어나다. 개발이나 생산 주기가 짧고 생산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빠르게 전염병이 퍼지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m-RNA는 단백질 합성 후 빠르게 분해되므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매우 낮다.

-m-RNA 백신은 그럼 장점만 있는 건가?

▶ 우리 몸에는 RNA를 분해하는 효소가 매우 많아 세포까지 전달이 어렵고, 또한 단백질을 만들고 바로 분해되기 때문에 항원을 충분히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

◇"아이진 백신 해외제품보다 효능 더 뛰어날 것"
-아이진의 경우 현재 m-RNA 백신의 개발 단계는 어디쯤에 와 있고, 세계적인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 이미 임상시험 중인 해외 제약사들에 비해서는 1년 이상 뒤져 있다. 하지만 새로 생긴 유럽형 변이를 적용하고 더 강력한 면역원성을 제공할 수 있는 보조제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작용기간이나 효능이 더 뛰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리포좀 형태의 면역증강제는 현재 아이진이 호주에서 임상 시험을 수행하고 있는 대상포진 백신에 적용된 기술이어서 코로나 백신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조양제 아이진 CTO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조양제 아이진 CTO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개발을 단독으로 하지 않고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대학 및 회사들은 각자의 장점이 있고 이들이 잘 모였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세종대학교의 면역 분석 능력, 팜캐드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항원 디자인 능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원래 아이진은 눈과 관련된 약을 개발하는 사업이 절반 정도이고 백신 쪽 개발이 나머지인 구조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백신 부분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있을텐데 자금력은 충분한가.

▶ 맞다. 원래는 눈과 관련된 부분이 절반 이상이다. 백신 부문에선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해 호주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고 투여가 모두 끝났고 1차 샘플도 나왔다. 이후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우리는 암 백신을 개발하려던 참이었는데 "옮겨가자"란 결정이 내려졌다. 그게 올해 3~4월 쯤이었다. 또한 안과 임상시험도 미국 현지 상황으로 늦어지고 있어서 그 예산을 전용하면 되니 재정적 문제도 없다.

-외국 경쟁사들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 국내 경쟁사는 없나

▶ 외국 경쟁사는 앞서 얘기한 대로 모더나, 바이오앤텍, 화이자,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큐어백 등이 있다. 국내 경쟁사로는 진원생명과학이 있다.

*추가 설명: DNA백신의 경우 코로나 백신 개발 중인 미국 이노비오(Inovio)는 진원생명과학과 만든 의약품수탁생산업체(CMO) 자회사 VGXI를 대상으로 "백신 생산에 필요한 핵심 제조정보를 넘기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현재 미 법원에서 기각된 상태. 법원이 진원생명과학의 손을 들어준 셈. VGXI는 이노비오의 코로나 백신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임상시험용 백신의 생산을 담당했다. 이 외에도 진원생명과학은 RNA 백신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백신 개발이나 허가 등에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발빠른 편인가?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환자가 적어 어려움도 있다.

- 미국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그래도 되는 것일까.

▶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는데 잘 모르겠다. 미국이 서둘러 주어서 다양한 정보들이 축적되고 있어서 좋지만 서둘러서 놓치는 일이 생겨 문제가 된다면 오히려 후폭풍으로 개발이 더 까다로워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아이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 전엔 질병(Disease)을 치료하는 데 역점을 뒀다면 이제는 기능저하나 퇴행(Degeneration)을 치료하는 쪽으로 사업 목표나 분야가 많이 바뀌고 있다. 눈에 대한 연구도 당뇨망막증치료제(EG-Mirotin) 개발을 해 왔는데 30대면 진행되기 시작하는 눈의 노화나 당뇨망막증은 대개 모세혈관의 문제로 인해 일어나더라. 몸으로 나타나는 부위가 다를 뿐. 그래서 뇌와 눈, 간, 신장 등의 모세혈관 문제를 잡을 수 있는 데에 주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70대 이상의 인구도 많아지는데 제대로 삶의 질이 높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와 관련된 심근경색 연구도 해 왔는데 돼지를 모델로 한 실험엔 성공을 거뒀다.

백신도 성인 백신 위주로, 그리고 암 백신도 꼭 개발하려고 한다. 모세혈관만 잘 관리해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 당뇨병엔 안 걸리도록 피하고 담배에 있는 화학물질은 세포의 턴오버(Turn Over·재생) 자체도 힘든데 단백질 변형을 일으켜 버리니 흡연도 꼭 피하는 것이 좋다. 백신을 이렇게 다양화하는 데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도 필수다. 결국엔 이쪽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s91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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