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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공화국]⑥"치킨, 넌 어느 별에서 왔니?"…최초 치킨 전문점 어디?

맥도날드보다 매장 많아…매콤달콤 양념치킨으로 'K-푸드' 선도
'치킨 공화국' 만든 배달앱…할인행사 수수료에 가맹점주 '울상'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020-08-14 06:55 송고 | 2020-08-14 16:26 최종수정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이다. 전국에 3만6000개가 넘는 치킨집이 성업 중이고 전체 프랜차이즈의 20%가 '치킨'이다.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탓에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공간이기도 하다. 배달대행 1순위 역시 치킨이다. 하지만 계속 오르는 치킨값은 어느덧 가볍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간식'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감당하지 못한 채 '대박'의 꿈이 '쪽박'으로 끝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치킨공화국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조명해 봤다.
명동영양센타 ('수요미식회' 방송 유튜브 갈무리)© 뉴스1
명동영양센타 ('수요미식회' 방송 유튜브 갈무리)© 뉴스1

뿌링클, 블랙페퍼, 허니…

'국민 간식' 치킨이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고 있다. 400여개에 이르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고 동네치킨집들도 살아남기 위해 독특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어서다. 
수백년간 삼계탕과 백숙이 전부였지만 치킨전문점이 생긴지 불과 60년만에 수백년의 역사를 뛰어넘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다양한 치킨 메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한국 치킨이 미국은 물론 동남아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것도 바로 '다양한 맛' 덕분이다. 

국내 치킨의 맛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 치킨의 진화, 전기구이 통닭에서부터 '웰빙 치킨'까지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치킨전문점은 1960년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명동영양센타'다. 닭을 통째로 꼬챙이에 끼운 뒤 전기오븐에 돌려가며 구운 '전기구이 통닭'은 명동영양센타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가격은 당시 150원. 현재 1만6000~1만7000원대로 100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지금도 명동 본점엔 추억의 맛을 잊지 못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닭 본연의 맛을 내는 조리법이 전부였던 치킨 요리는 1985년 맥시칸치킨이 등장한 이후 대전환기를 맞는다.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계성통닭으로 시작한 맥시칸치킨은 소스에 고추장·물엿·마늘을 넣은 양념치킨을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반반 무 많이' 시대가 개막하는 순간이었다.

맥시칸치킨 열풍에 힘입어 1980~90년대 양념치킨을 전면에 앞세운 치킨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특히 처갓집 양념통닭·이서방 양념통닭·스모프 양념통닭이 대표적이다. 1994년엔 매콤한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운 지코바 치킨이 등장하면서 치킨은 밥반찬으로 거듭났다.

양념치킨은 간장치킨·마늘치킨·파닭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진화했다. 최근엔 bhc의 '뿌링클'로 대표되는 시즈닝 치킨과 해태제과 인기 과자 '허니버터칩' 영향을 받은 교촌치킨 '허니 시리즈'가 히트를 치며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들어 맛 경쟁에 몰두하던 치킨 업계에도 '웰빙' 바람이 불어왔다. 건강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화학·합성 성분을 첨가하지 않은 닭을 사용한 치킨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안심치킨'은 항생제와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닭을 사용해 원재료 차별화에 나섰다. 2011년 서울 신촌 본점에 문을 연 '자담치킨'도 항생제·호르몬제를 첨가하지 않은 사료로 기른 닭을 사용해 이달 기준 전국 약 400개 점포를 가진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60계치킨'도 매일 새 기름에 닭 60마리만 튀긴다는 콘셉트로 깨끗하고 건강한 치킨을 선보였다. 60계치킨 역시 창업 4년만에 약 500개 점포가 생겨났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림스치킨은 제7회 EXPO'83 뉴욕 국제발명전 식품 발명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림스치킨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림스치킨은 제7회 EXPO'83 뉴욕 국제발명전 식품 발명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림스치킨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 "겉바속촉에 빠졌다"…K-푸드 선봉장 된 '치킨'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은 1977년 서울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문을 연 '림스치킨'에서부터 시작됐다.

림스치킨은 조각낸 닭을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치킨 전문점이다. 당시 삼계탕이나 전기구이 통닭 일색이었던 닭 요리에 새로운 패러다임(틀)을 제시했다.

림스치킨은 일찌감치 K-푸드 선봉장에 섰다. 림스치킨(당시 림스상사)은 마늘(Garlic)·생강(Ginger)·인삼(Ginseng) 영어 앞글자를 딴 '3G파우더'를 발라 구운 치킨으로 지난 1983년 제7회 EXPO'83 뉴욕 국제발명전 식품 발명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치킨의 본고장 미국에서 맛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이듬해엔 미국 뉴욕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치킨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치킨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으며 K-푸드로 자리매김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7년 미국 맨해튼에 있는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 '본촌치킨'을 소개하며 "새콤한 사각 무절임과 한국식 양념이 거부할 수 없는 맛을 자랑한다"고 평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 AP통신도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치킨을 꼽았다.

중화권에서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를 끌며 치킨 열풍이 불었다. "눈 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인데"라는 대사 한마디가 중국 전역에 튀긴 닭과 맥주를 함께 먹는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가디언'도 지난 2015년 한국 치킨을 두고 "매콤한 소스가 흠뻑 묻어있다. 한번 맛을 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위험이 있다"고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 치킨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9 외식기업 해외 진출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해외에 진출한 국내 외식기업 매장 수 4319개 가운데 치킨 브랜드 매장은 988개로 전체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커피·삼겹살·비빔밥 등 다양한 업종 카테고리 중에서도 치킨은 단연 1위를 차지하는 인기 업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KB금융그룹이 발표한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영업 중인 치킨집 수는 약 8만7000개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에 매장을 둔 맥도날드 매장 3만8000개(2020년 기준)보다 4만9000개나 많은 수치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3만2000개)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 뉴스1 이지원 디자이너
© 뉴스1 이지원 디자이너

◇ 치킨공화국의 숨은 조력자들…전화 한 통이면 배달 'OK'

대한민국을 치킨 공화국으로 성장시킨 동력으로 '배달 앱'을 빠트릴 수 없다. 배달의 민족·요기요·쿠팡이츠로 대표되는 배달 앱은 수수료 인상·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주문 서비스를 앞세워 배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뉴스1>이 모바일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전국 20~5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치킨 주문 방법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5명 이상(56.5%)이 배달 앱으로 치킨을 주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치킨을 주문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18.7%에 불과했다.

한 배달 앱 관계자는 "치킨은 앱 전체 주문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큰 품목"이라며 "브랜드 수와 메뉴도 다양해 할인 행사 등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배달 앱은 편리한 주문 방식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파격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 발길을 잡는다. 브랜드마다 신제품 출시나 복날에 맞춰 치킨 할인 쿠폰을 발급하는 식이다.

문제는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 입장에서 할인 행사가 마냥 달갑지는 않다는 점이다. 할인 행사가 열리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가 할인 금액을 나눠 부담한다.

예를 들어 할인금액이 1마리당 5000원이라면 본사와 가맹점주가 사전에 협의한 비율대로 이 금액을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다. 행사를 진행할 배달 앱 종류와 행사 금액을 본사가 결정하면 전국 가맹점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행사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매장만 빠지면 매출에 바로 타격을 받는다"며 "할인행사로 부담해야하는 수수료가 부담되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도 "배달 앱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수수료는 고스란히 가맹점주 피해로 돌아간다"며 "한 브랜드가 행사를 열면 이어서 다른 브랜드도 행사를 열어 경쟁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배달 앱 내 할인행사 경쟁이 치열해지자 업계는 가맹점주 배달 수수료 부담이 없는 자사 전용 배달 앱 개발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BBQ는 최근 전용 주문·배달 앱을 개선하고 멤버십 고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자사 앱과 홈페이지를 통한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매출도 2배 이상 늘었다. 교촌치킨도 지난해 4월 자사 앱을 개발해 주문·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배달앱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실질적인 규제가 없는 한 배달 앱 플랫폼 안에서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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