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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연구실을 찾아]"교수가 '왕'인 연구실은 성과 안나와요"

한양대 해양음향연구실 '건강한 연구실 1호'로 선정
"형님 리더십으로 수평적 분위기"…상금 1천만원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김승준 기자 | 2020-08-04 07:40 송고 | 2020-08-10 07:51 최종수정
편집자주 세상 참 많이 변했죠? 기업들은 '부장님' 호칭을 버리고 '위계적 칸막이'를 없애는 등 수평적 문화 만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책까지보며 '90년생 배우기'에 열심이죠. 그런데말입니다. 참 변하지 않는 곳이 대학 연구실입니다. 교수님은 여전히 대학원생의 생사여탈권을 쥔 '왕'이죠. 과학 R&D에 연간 20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는데 '꼰대 교수님'과 '90년생 대학원생'이 공존하는 연구실이 변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이미 현장은 변하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문화에 성과까지 탁월한 '건강한 연구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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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건강한 연구실 현판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판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과장, 두명 건너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최지웅 한양대학교 교수,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 (한양대학교 제공) 2020.7.31/뉴스1

대학이나 대학원 연구실에는 절대 강자가 있다. 바로 '지도교수님'이다. 지도교수의 평가 하나에 대학원생의 수년간 공부 성과가 좌우되고 지도교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논문'이 통과될 지 안 될 지 결정된다. 

때문에 연구실의 '교수님'은 때로 왕처럼 군림하며 '꼰대질'을 일삼거나, 지도하고 가르쳐야 할 학생들에게 '갑질'까지 서슴치 않는 사례도 종종 보고된다. 

이런 가운데 지도교수가 권위의식 대신 학생들과 수평적 관계를 구축하며 연구와 학업 성과를 독려해 정부가 '건강한 연구실' 1호로 선정한 곳이 있다.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의 해양음향연구실이 그 주인공이다. 연구실을 이끄는 최지웅 교수는 '형님 리더십'으로 대학원생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건강한 연구실 현판식'을 열고 최지웅 교수 연구실을 치하했다. 

과기정통부는 건강한 연구문화 확산과 연구자의 사기진작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처음 '건강한 연구실' 선정 사업을 추진, 한양대와 서울대 등 총 6곳을 '1호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했다. 

이날 한양대는 6개 1호 연구실 중 처음으로 현판식을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업이 각 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의 자발적 사전 추천으로부터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소속 연구원이 본인 연구실의 바람직한 연구 분위기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추천했다는 점에서다.

현판식에 참석한 정병선 과기정통부 1차관은 "공무원을 하며 느낀 것은 행정적으로 아무리 지원해줘도 연구실이 안바뀌면 세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연구실의 건강한 분위기 조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네이처에 따르면) 연구 성과는 연구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건강한 문화가 조성된 연구실은 성과가 좋았고 그렇지 않은 랩은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양대 해양음향공학 연구실은 우리나라의 수중음향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곳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이 학과는 해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다룬다. 해양 환경 모니터링, 해저 지형 탐사, 해양 생물 모니터링 등 민수 관련 분야와 수중 무기 유도, 수중 통신 등 국방 관련 분야에 주로 활용된다.

정 차관은 5x5m로 된 연구용 수조를 돌아본 후 연구실 교수·대학원생들과 건강한 연구실 문화의 의미와 학생들이 체감하는 실제 연구실 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과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이 3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건강한 연구실 현판식'에서 최지웅 한양대학교 교수로부터 연구실 성과, 문화, 시설 설명을 듣고 있다. (한양대학교 제공) 2020.7.31/뉴스1

정 차관은 "연구실에선 교수가 왕보다 높다"라며 "언론에서 많이 보도됐듯 교수의 지시를 거부하면 학생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학생이 쓴 논문을 교수 본인의 이름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라고 갑질을 일삼은 교수들의 사례를 꼬집었다.

대학원생들의 갑질 피해 사례를 온라인에 공유할 수 있는 '대학원생 119'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교수 갑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구계가 무척 좁은 데다 교수의 영향력이 대학원생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학생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딜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양음향공학 연구실에서 석박사 통합 3년 차 과정을 밟고 있는 서힘찬 학생은 "일주일에 교수님이 꼭 회의에 참석해주시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토론할 수 있는 연구실 문화가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연구실 성과도 잘 나온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문화가 우리 연구실 뿐 아니라 멀리 퍼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또 다른 대학원생은 "연구실의 건강한 문화와 도전적 정신을 토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라며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되면서 받은 상금 1000만원을 연구실 이름으로 학교에 기부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군에서 10년간 복무하면서 느낀 것은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라며 "교수님은 '수평적 리더십'이 있는 분으로, 힘든 일 있을 때마다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라고 해주시는 등 격려를 많이 해주시고 소통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최지웅 교수는 "아내가 '학생들 신경 쓰는 만큼 아들에게도 신경을 쓰라'고 질투를 많이 한다"라며 "앞으로도 학생들과 잘 지내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건강한 연구실'은 바람직한 연구문화 확산과 연구자의 사기진작을 유도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연구재단과 함께 올해 처음 추진한 사업이다. 카이스트, 한양대, 전북대, 포스텍, 명지대, 서울대 등 총 6곳이 선정됐다.

이날 현판식을 시작으로 제1회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된 6개 연구실을 대상으로 매월 릴레이 현판식 및 현장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v_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