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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6개월-㉑] 힘 받는 국내여행…방역 잘 돼야 쭉 간다

해외여행 시장은 어려운데 국내는 성장 중
수요 선점 관건은 방역…"여행객 자발적 참여도 필요"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20-07-09 07:02 송고
편집자주 인류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전망이다. 이전에도 전염병은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처음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피해가 가장 큰 것을 비롯, 각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와중에 한국은 '코로나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 발병 6개월. 이전 6개월을 돌아보고, 이후 6개월을 내다보는 '코로나 6개월' 시리즈 22회를 연재한다.
지난 5일 오후 강원 강릉 금진해변을 찾은 서핑 동호인들이 여름바다를 즐기고 있다. © News1 
지난 5일 오후 강원 강릉 금진해변을 찾은 서핑 동호인들이 여름바다를 즐기고 있다. © News1 

입국도 출국도 막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휴가객들은 국내로 몰리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주말엔 제주도와 강원도 등 유명 관광지의 주요 호텔과 펜션들은 이미 만실이다. 

코로나19와 함께 국내여행 트렌드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젊은 층의 개별자유여행객까지 국내로 쏠리면서 기존 비주류였던 여행 유형들이 주류로 올라오는 등, 코로나19는 여행의 판도를 대폭 바꾸고 있다.
업계에선 최소 올해까지는 국내여행이 여행 행태의 주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 여러 국가들이 한국인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급락한 해외여행 수요는 요지부동이다.

외국을 갔다 오면 국내에서 2주간 자가격리가 필수인데다, 아직 해외에서 코로나19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유럽연합(EU)이 한국에 대해 입국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힌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유럽행 비행기 출발 정보가 나타나 있다. © News1 
유럽연합(EU)이 한국에 대해 입국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힌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유럽행 비행기 출발 정보가 나타나 있다. © News1 

◇ 고꾸라진 해외여행, 전화위복 국내여행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는 해외여행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2월 중순부터는 대구와 경북에서 신천지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국내여행 시장까지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외출 자제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늘면서 3월부터 국내를 중심으로 여행 심리가 점차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5월 중순부터 유럽 내 국가들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하반기 입국 규제 완화 및 항공 운항 재개를 밝혔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사실상 해외여행이 힘들어 지면서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야놀자가 여름 성수기(7월1일~8월31일)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숙소 미리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9% 증가한 상태다. 

올해 3~5월 캠핑 여행 예약률을 전년 대비 최대 85% 상승했다.

◇ 고리타분한 여행은 'NO'…국내여행, 젊어졌다


국내여행 트렌드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특히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과 또는 혼자서 소규모로 야외에서 즐기는 '레저 여행'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캠핑과 등산, 야외 액티비티(체험 활동)를 즐기는 이들이 급증했다.
  
캠핑장 예약 플랫폼인 땡큐캠핑의 예약 현황을 보면 캠핑 수요는 그야말로 폭증했다. 예약건 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던 2월을 제외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월(2만4707건)은 85%, 4월(8만3300건) 67%, 5월(3만9390건) 5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캠핑 유형 가운데서도 특히, 더 소규모로 즐기는 '차박'(차+숙박)이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됨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열풍으로 젊은층 사이에선 등산도 '핫'한 여행법으로 인기다. 주요 공략층이 25~35세인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프립의 5월1일부터 15일까지 등산 관련 상품 판매율을 보면, 등산·트레킹 상품 판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60.2%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까지 해외여행에 집중하던 여행사들 역시 앞다퉈 '옷 갈아입기'에 나섰다. 여행 상품 중개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도 메인 페이지나 기획전을 해외가 아닌 제주 경주 서울 등 국내 도시를 전면으로 내세워, 관련 입장권과 렌터카 및 투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여행 액티비티 예약플랫폼인 와그는 중소 국내여행사와 손잡고 소그룹 산행 및 서핑 클래스, 카약 체험과 같은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 1월 말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News1 조태형 기자

◇ 안심은 금물…"관광객·관광시설 자발적 방역 철저히"


국내여행 시장이 회복하는 기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안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5월 연휴를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이하는듯 하더니 '이태원 코로나' 사건으로 국내여행은 또 한차례의 비상 상황을 맞기도 했다. 

한 차례 후폭풍이 일자 여행객과 업계에선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을 갖췄다곤 하지만 예측 불가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에 안도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방역 강화' 및 '언택트' 서비스 시행 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여행사들은 단체여행 대신 방역에 신경을 쓰면서, 소규모 또는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이색여행 상품들도 내놓았다.

국내전문 승우여행사는 기존 45인승 버스의 최다 탑승 정원을 25명으로 줄이고, 거리두기를 위해 한 줄씩 띄어 앉도록 하는 '25탑승제도'를 최근 도입해 큰 인기를 모았다.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부에선 아예 여행지를 개방하지 않기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올 여름 코로나19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다.

강원 동해안의 일부 지자체는 올 여름 휴가철엔 해수욕장을 열지 않기로 했다. 강릉시는 20곳 가운데 5곳의 해수욕장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삼척에서도 마을 6곳이 올해는 해수욕장을 개장하지 않는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도 국내여행 수요 촉진을 위해 실시하는 특별 여행주간(7월1일~19일)에 돌입하기 전,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시기와 기간을 조정했다.
 
◇ 방역이 잘 된, 품질 좋은 여행이 각광받는 시대 

실제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해외 다른 나라 여행객보다도 위생에 대해 더 깐깐한 기준을 갖고 있어 관광 관련 시설들의 철저한 방역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익스피디아의 설문조사에서 올해 국내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는 응답자들 중 절반 이상(52.3%)이 숙박업체의 위생관리 방침과 현황을 꼼꼼히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가격을 선택한 응답자(46%) 보다도 많았다.

스카이스캐너가 지난 6월 중순에 진행한 호텔 선택 기준 관련 설문에서도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66%가 '위생과 방역'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혀 설문에 참여한 5개국 평균 수치인 55%를 크게 웃돌았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가 인증 제도나 방역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여행객과 관광시설의 자발적인 위생 관리에 대한 참여"라며 "여행은 앞으로 일상의 일부분이 될 텐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산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건 맞지만, 어떠한 측면으로는 국내여행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다"며 "기꺼이 돈을 지출할 만큼 (방역이 잘 된) 품질 좋은 여행이 각광받는, 양보다 질이 우선인 여행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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