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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2002년 프리챌·2020년 싸이월드…반복되는 '데이터 인질극'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0-06-15 12:15 송고 | 2020-06-15 14:54 최종수정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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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을 내지 않은 이용자의 커뮤니티는 글과 자료 모두 삭제될 것입니다.'

지난 2002년 10월. 당시 최고의 커뮤니티 서비스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했다.
유료화 자체도 논란이 일었지만 더 큰 문제는 프리챌의 태도였다. 오랜 기간 쌓은 추억과 자료를 삭제해 버리겠다는 '인질극'에 분노한 이용자들은 급격히 이탈했고 결국 프리챌은 망했다.

데이터를 인질로 삼겠다는 '악수'를 둔 당시 프리챌의 경영자가 바로 전제완 현 싸이월드 대표다. 전 대표의 '데이터 인질극'은 18년의 세월을 건너 싸이월드에서 반복되고 있다.

현재 싸이월드 가입자들의 사진, 게시물 등 데이터는 싸이월드와 계약을 맺은 서버업체의 손에 달려있는 상태다. 해당 서버업체는 지난해 10월 이후 전 대표 측으로부터 서버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전 대표는 서버업체 측의 연락마저 무시 중이다. 싸이월드가 계약 의무를 어긴 만큼, 서버업체가 싸이월드 데이터를 전부 삭제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 대표는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폐업 처리는 사업자가 폐업 의사를 밝혀야 한다. 전 대표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폐업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용자를 고려해달라며 서버업체에 협조를 요청했고, 서버업체는 이를 고려해 싸이월드의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고 유지 중이다.

결국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인질'로 삼은 전 대표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도(이용자 접속 불가), 서버비를 내지도(서버업체에 8개월간 서버비 미납), 세금을 내지도(세금체납으로 국세청 사업자 등록 말소), 직원 임금을 지불하지도(싸이월드 직원 임금 체납으로 고용노동부 고발) 않은 채로 시간을 벌었다.

이용자들이 아우성치는 와중에도 연락이 닿지 않던 전 대표는 그제서야 "싸이월드를 살리고 싶다"며 투자자를 찾는다는 '눈물의 호소'를 했다. 이건 숫제 '악어의 눈물'이 아닌가.

현실적으로 싸이월드의 부활은 어렵다는 평가다. 싸이월드는 지난 2017년에도 삼성에서 5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소송까지 걸린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이용자들 역시 싸이월드에서 '추억'을 찾고 싶을 뿐, 복귀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추억을 위해 서비스를 유지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싸이월드를 사랑했던 2000만명의 이용자들을 기억한다면, 지금처럼 추억을 인질로 잡는 지저분한 이별 대신 '웃으며 안녕'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 © 뉴스1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 © 뉴스1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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