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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죄 졌다"→"코미디 결과"…'비선실세' 최서원 '비극엔딩'

2007년 첫 언론 등장…'태블릿PC 보도'로 국정 관여 드러나
대법, 징역 18년 확정…입시비리 3년 더하면 총 21년형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2020-06-11 19:49 송고 | 2020-06-12 16:58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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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의 발단이 된 인물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이 결국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18년형이 11일 최종확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족보다 가까웠던,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친구였던 최씨. 한때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했던, 희극 같았던 그의 삶은 결국 비극으로 점철됐다.
최씨의 이름이 처음 언론에 나온 것은 2007년이다.

당시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힌 김해호씨가 그해 6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의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 측근이던 최태민 목사와 최순실 부녀의 수백억대 재산 형성 과정을 철저히 검증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경선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아버지가 대검에 조사를 지시하셨는데 만약 그때 횡령, 이권개입 등이 드러났다면 평소 친척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관리하시던 아버지의 성격상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리고 2007년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밀려 대선 후보에서 떨어지고 최씨 부녀 이야기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이후 2012년 박 전 대통령은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비선실세 의혹 최순실(TV조선캡쳐) 2016.10.26/뉴스1
비선실세 의혹 최순실(TV조선캡쳐) 2016.10.26/뉴스1

그리고 2016년 7월 TV조선이 청와대의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 의혹 보도를 한 데 이어 같은해 9월 한겨레신문이 미르·K스포츠 재단 운영에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최씨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청와대는 "추측성 기사"라며 "언급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지만, 당시 야당은 국정감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10월 20일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첫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4일 뒤인 24일 JTBC는 최씨가 사용한 정황이 있는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씨에게 사전 유출된 정황이 담겨있었다. 이 보도로 전국에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본격적으로 거세지게 됐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보도가 나온 다음날 1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 최씨 도움을 받은 적 있다"고 최씨가 국정에 관여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검찰은 같은달 27일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를 시작했다.

독일에 있던 최씨는 30일 한국으로 전격 귀국했고, 3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를 향하면서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다시 울면서 말했다.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서원(64ㆍ개명 전 최순실)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016년 10월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2016.10.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서원(64ㆍ개명 전 최순실)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016년 10월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2016.10.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최씨 주변에 취재진 수십여명이 뒤엉키면서 최씨의 명품 신발 한 짝이 벗겨지는 등 해프닝 끝에 최씨는 간신히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최씨를 조사하던 검찰은 최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구속기소하고,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다.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를 필두로 한 특검이 출범했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탄핵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특검 조사를 받고 구속기소됐다.

"죽을 죄 지었다"고 말한 최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 "억울한 부분이 많다", "검찰에 추궁을 당했다"며 기존과 다른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재판 과정에서 "사형에 처해달라. 더이상 살기 싫다"고 말하는 등 그의 재판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최씨는 2018년 2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도 같은해 4월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 박 전 대통령은 1년이 늘어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 최씨는 1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되 "최씨가 받는 혐의 가운데 일부 강요 혐의는 무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박 전 대통령 사건도 파기해 두 사람 모두 2심 재판을 다시 받았다.

파기환송심에서 최씨는 징역 18년을 선고받았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에 올라갔다. 대법원 최종선고를 일주일 앞둔 지난 4일 최씨의 옥중 회오기 (悔悟記) '나는 누구인가'를 발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은 2018년 8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DB)2020.6.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사진은 2018년 8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DB)2020.6.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최씨는 회고록에서 검찰과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삼족을 멸하겠다'는 등 자신을 회유·협박했다고 주장하고, 최근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거론하며 "국정농단을 넘어 국정장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씨는 첫번째 대법원 선고 이후 자필편지를 통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코미디 같은 결과"라고 하면서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전무후무한 모든 과정의 프리 패스한 것을 왜 법을 잘 안다는 사람들이 덮으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최씨는 11일 대법원에서 징역 18년이 최종확정됐다.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 혐의로 2018년 5월 확정된 징역 3년형을 합치면 최씨의 총 형량은 21년이다.

2016년 11월 재판이 시작된 지 약 3년7개월만, 최씨의 이름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2007년 6월 기준으로 하면 약 13년만에 최씨에 대한 최종 법적 판단이 나온 셈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다시는 나오기 힘든, 나와서는 안 되는 '비선실세'의 끝은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 됐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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