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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에 한용덕이었다면…일관성 없는 한화의 '네버엔딩 리빌딩'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20-06-08 12:06 송고
7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에서 한화 한용덕 감독이 경기중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0.6.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7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에서 한화 한용덕 감독이 경기중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0.6.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결국 한용덕 감독이 물러났다. 2년 전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던 한용덕 감독이지만 결말은 씁쓸했다.

한화는 8일 한용덕 감독의 자진사퇴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아직 114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 최원호 감독대행이 14연패와 함께 최하위(7승23패)에 처져 있는 난파선 한화를 떠맡았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당장 순위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팀 재건을 목표로 삼을 전망이다. 한화 구단이 유망주 육성에 힘을 쏟고 있던 최원호 퓨처스 감독에게 1군 감독대행을 맡긴 것도 그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다시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하게 됐다. 한용덕 감독은 이른바 '윈-나우' 버튼을 누르며 올 시즌을 맞이했다. 김태균, 송광민, 이용규 등 베테랑들을 그 어느 때보다 중용하며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리빌딩에 속도를 내며 베테랑들과 잡음을 일으켰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결과는 이미 드러난대로다. 이용규를 제외한 베테랑 타자들은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팀 성적 추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7일 대전 NC전에서 패하며 역대 팀 최다 타이 기록인 14연패 불명예를 안았고, 순위는 최하위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2년 전, 한화를 11년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한용덕 감독조차 갈팡질팡했다. 선수 육성 쪽에 무게를 실었다가 다시 성적에 초점을 맞췄다. 이같은 일관성 부족은 지난 10년 동안 드러난 한화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한화는 '국민감독' 김인식 감독 시절 나름대로 KBO리그의 강호였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06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2008년 역시 베이징올림픽 휴식기의 영향으로 급추락했을뿐, 전반기까지 2위에 올라 있었다.

2009년부터 하락세가 시작된 한화. 결국 2010년 팀의 리빌딩을 맡아달라며 연고지 대전 출신의 한대화 감독을 영입했다. 그러나 한대화 감독이 채 리빌딩을 끝내기 전, 2013년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거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해 성적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이용규를 동시에 영입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2012년 시즌 막바지, 한대화 감독이 중도에 물러나면서 한용덕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았다. 당시 한용덕 감독대행은 팀을 잘 추슬렀다는 평가와 함께 차기 감독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지만, 한화 구단은 자연스러운 선택을 마다하고 김응용 감독을 사령탑에 모셨다. 김응용 감독은 한화에서 2년 연속 최하위(9위)에 머물며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오점만을 남긴 채 퇴장했다.

그 뒤를 이어받은 것이 '야신' 김성근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 역시 SK 와이번스에서 '왕조'를 세운 지도자. 한화가 김성근 감독에게 원한 것은 SK에서 그랬던 것처럼,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해 완성하는 팀의 체질개선이었다. 김성근 감독도 FA 영입(송은범, 배영수, 권혁, 정우람, 심수창)으로 전력 보강에 나서며 당장의 성적에 집중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채 불명예 퇴진했다.

김응용-김성근 감독을 거쳐 5년이 지나서야 한용덕 감독에게 기회가 왔다. 구단이 한용덕 감독에게 주문한 것은 '다시 리빌딩'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부임 첫 해였던 2018년,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면서도 정규시즌 3위에 오르며 팀의 가을야구 한을 풀어냈다.

2018년 한화는 이태양, 송은범 등 불펜진의 기대이상의 맹활약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지만, 기본적인 전력은 여전히 강하지 않았다. 결국 2019년에는 9위로 추락했고, 올 시즌에는 최하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한 한용덕 감독의 과오도 크지만, 2018년 성과에 도취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구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 시즌 한화의 주전 라인업에서 한화 출신의 20대 젊은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용덕 감독이 발굴해 성장시킨 정은원이 거의 유일하다. 30대 후반의 베테랑들을 제외하면 트레이드, 2차 드래프트, 방출 선수 영입 등으로 데려온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한화는 다시 '리빌딩' 버튼을 누르려 하고 있다. 리빌딩은 선수 영입 및 육성 시스템과 1군의 운영 방침이 일관성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10년 넘게 '네버엔딩 리빌딩'의 늪에 빠져 있는 한화.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리빌딩은 의미가 없다는 그럴싸한 포장으로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doctor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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