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장수영 기자

보건복지부 이관이 무산된 국립보건연구원이 신설되는 질병관리청과 함께 'K-방역'을 이끌려면 바늘과 실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쏟아졌다.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이 'K-방역'은 물론이고 보건의료 핵심 연구개발(R&D)를 선도하고 질병관리청이 이를 뒤에서 지원하고 감염병 현장에 적용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외에 보건 업무에서도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감염병 현장을 관리하는 '감염병관리청'이 되지 말고 질병에 관한 컨트롤타워로서 '질병관리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병율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이 되면 그에 걸맞은 업무 분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감염병과 질병 업무에 국한하지 않고 길게는 보건 분야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K-방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이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대량 검사와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발 빠른 접촉자 추적으로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을 빠르게 잠재웠다. 해외에서도 'K-방역'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조직인 질병관리본부가 독립된 외청으로 승격하고 인사와 예산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논의 중인 것도 'K-방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당초 방역당국은 국립보건연구원이 감염병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유전체, 디지털 치료제 등 미래의학 분야를 긴 호흡을 갖고 주도하려면 복지부 이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해당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질병관리청 산하조직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 방향대로라면 질병관리청은 현장 위주 조직에서 연구기능까지 갖춰 몸집을 더 키우게 된다. 

질병관리청이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K-방역'이 국제 표준을 만들고 산업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계획이 실제로 실현된다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업무는 질병관리청이 계속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기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K-방역'에 포함된 진단키트와 시약 등에 대한 업무에도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질병관리청에 남게 되면 R&D 컨트롤타워이자 연구조직에 걸맞은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두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시너지를 어떻게 낼 수 있는지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질병관리청 신설과 국립보건연구원 이관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수도권 내 코로나19 유행이 심상치 않은데, 조직 개편 논의로 방역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수희 전 복지부 장관은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역할을 하려면 연구기능을 갖고 있는 게 바람직하지만 시기적으로 타당한지 모르겠다"며 "우선 방역에 집중한 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논의를 시작하는 게 더 좋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은 조직 개편이 아니라 수도권 방역에 집중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수도권에서 재유행이 끝나지 않았다"며 "K-방역 평가와 분석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9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1만1668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39명의 신고 지역은 서울 15명, 인천 6명, 경기 13명, 경북 2명,대구 1명, 충남 1명이고 검역과정 1명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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