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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강 난 '전두환 동상'…"흉물스럽다" vs "파손 자체가 상징"

훼손된 동상 '흉물, 미관 해친다' 민원
"동상 상징성 고려하면 그대로 둬야"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2020-06-04 16:14 송고
4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전시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두동강 나 부서져있다.2020.6.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4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전시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두동강 나 부서져있다.2020.6.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심하게 파손되면서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동상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광주시와 5·18 단체는 '전두환 조형물' 처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 설치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심하게 파손됐다. 분노한 시민들의 뭇매에 지난달 쯤 동상 머리 부분에 금이 갔고 이후 그대로 전시를 이어오다 얼마전 얼굴 부분과 등 뒷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일부 시민들이 5·18민주광장 한복판에 동상 얼굴이 심하게 파손된 채 방치되는 것이 '흉물스럽다'며 광주시에 이를 해결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조형물의 복원 여부는 5·18단체와 동상 소유주가 결정할 문제다. 다만 해당 조형물이 설치될 때 민주광장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5·18단체에 동상 철거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18단체 관계자는 "5월단체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라며 "분노 표출 방법으로 동상을 뿅망치로 때리도록 했는데 분노로 깨진 동상을 왜 굳이 복원하느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당초 의도한대로 동상이 제 기능을 못하는데 복원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4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전시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파손돼 있다.2020.6.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4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전시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파손돼 있다.2020.6.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5·18민주광장에서 심하게 부서진 전두환 동상을 본 시민들은 '동상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옛 전남도청 관람객 김모씨(37)는 "깨진 전두환 동상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과제를 암시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파손된 동상 자체가 시민들의 분노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동구에 거주하는 이모씨(55)는 "매일 같이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왜 깨진 동상을 안 치우고 방치하나' 생각했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이제는 이해가 된다"며 "굳이 돈을 들여 전두환 동상을 고쳐야 하나 싶기도하다"는 현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에서 5·18투어를 위해 광주를 찾은 김혜미씨(27·여)는 "누구의 기준으로 '흉물'이라고 표현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흉물일 수 있어도 누군가에는 이대로도 좋은 본보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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