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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법사위원장에 물어보니…여야 막론 체계심사권 '공감' 야당 몫엔 '이견'

177석 거대 여당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주장…원구성 협상 쟁점 부상
17대 안상수부터 20대 여상규 위원장까지 체계·자구 심사 폐지에 부정적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이우연 기자, 유새슬 기자, 정연주 기자, 이준성 기자 | 2020-05-26 11:51 송고 | 2020-05-26 12:08 최종수정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가 여야 쟁점으로 떠올랐다.

177석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103석으로 위축된 미래통합당은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단을 없애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은 법안이 헌법 등 다른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자구가 적절한지 등을 살펴보는 절차다. 하지만 '더 완벽한 법안'을 만들라는 취지와는 달리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9명이 지난 3월 발의한 일하는 국회법은 상시 국회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신속처리제도 개선과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일하는 국회에는 동의하지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법안 처리 지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순기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법체계에 맞지 않는 법안을 찾아내고, 혼란이 예상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숙의하는 과정의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1이 지난 17대 국회부터 역대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전·현직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한 의견을 취재한 결과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법사위원장은 체계·자구 심사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법사위원장을 여당 몫으로 할지, 아니면 야당 몫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17대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은 안상수 전 한나라당(현 통합당)의원은 "각 상임위에서 법률가도 아닌 사람들이 법안을 만들어내고 있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전문가의 관여가 필요하다"며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일종의 재심 기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는 꼭 필요하다. 보통 상임위에서 막판에 법안이 밀리면 시간에 쫓겨 법안심사위에서 법안을 의결한다"며 "이것을 견제하는 것이 법사위다. 체계·자구 심사를 폐지하면 상임위 독재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야당 법사위원장을 맡아 여당을 견제하지 않으면 국회의 일당독재가 국민 권익 침해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이었던 유선호 전 민주당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는 법사위의 존폐와 관련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체계·자구 심사가) 불필요하게 건수를 잡아 의사진행을 방해한다고 보는 것 같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다"며 "체계·자구 심사는 여야간 견제와 균형의 소중한 불씨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여당에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주장한 것에 대해 "20대 국회는 정치력이 부족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옳다"며 "법사위는 여야간 견제와 균형에 있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역할을 했고, 이것이 우리 정치문화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법사위원장의 야당 몫도 전통과 관례"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18대 법사위원장을 할 때만 해도 우리가(민주당이) 야당이었고, 너무나 왜소했다"며 "그때는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존중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거대 여당이 됐지만 역지사지해서 포용해서 가야한다"고 했다.

18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이었던 우윤근 전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와 관련 겸임 상임위인 법제위원회를 만들어 체계·자구만 따로 심사해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는 필요하지만, 이것이 권한을 더 넘어서는 경우가 있었다"며 "여야가 새롭게 법사위의 권한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법사위와 법제위원회를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체계·자구 심사 권한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보완하는 방법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 전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하는 것에 대해 "17대 국회부터 야당이 맡아 왔지만 그것이 반드시 맞는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19대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가 장애 요인이 되는 것은 체계·자구 심사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한두 명의 의원의 문제 제기로 인해 법안 심사도 안 하고, 법안 처리가 안되는 것"이라며 "체계·자구 심사의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법사위에 법안이 회부되면 3개월 이내에 심사하도록 하고, 만약 심사 기한 내에 법안 처리가 안되면 본회의 자동부의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권은 야당의 견제라는 정치적 목적도 있지만 양원제를 택하고 있지 않은 단원제 국가 체제 속에서 졸속·부실 입법과 위헌 입법을 걸러내기 위한 정치로서 법사위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법사위원장은 책임 정치 차원에서 여당이 맡을 수도 있다"며 "여당은 견제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왔다고 하지만 견제를 넘어 발목잡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 전·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은 권성동 무소속, 여상규 통합당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법사위원장은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권 의원은 "각 상임위는 소관 부처나 단체에 로비에 취약하다.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는 것은 상임위 이기주의나 상임위 우선주의라는 억지를 제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조정하는 역할을 법사위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만약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고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을 본회의에 부의하면 국회의원 아무도 법안을 모를 것"이라며 "다만 법사위도 법안을 심사할 때 원칙을 가지고 해야한다. 법사위원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법안 통과를 막는 수단으로 쓰면 안된다"고 했다.

여 의원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자는 것은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의 발언으로 보기 힘들다. 특히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예를 들어 세무사법 처럼 위헌소지가 있는 법률을 체계·자구 심사를 통해 짚어 봐야 한다"며 "체계·자구 심사를 안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면 헌법소원이 들어 올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관은 90명쯤이 돼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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